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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공부혁명

단기간에 성적 올리는 과목별 공부법

꼴찌에서 1등으로! 고려대 박철범

글 오진영 사진 지호영 기자

2010. 01. 12

박철범씨의 성적은 중학교 때까지 늘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말부터 공부에 맛을 들이기 시작, 6개월 만에 1등으로 끌어올렸다. 고달픈 환경을 딛고 서울대와 고려대 법대에 연이어 합격한 그가 성적을 단기간에 쑥~ 올리는 노하우를 전해줬다.

단기간에 성적 올리는 과목별 공부법


고려대 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철범씨(30). 박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한 번도 학원이나 사교육을 이용한 적 없이 혼자 힘으로 공부하며 세 번의 수능시험을 치렀다. 98년 경북대 공대, 99년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법조계에 진출하기 위해 2002년 고대 법학과에 다시 입학한 것.
1년 후 또는 2년 후로 다가온 대입 시험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수험생들에게 그는 “진도 따라가기를 멈추고 공부의 밀도를 높이라. 불안감을 잊고 생각하기를 늘리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그 역시 이렇게 공부해 꼴찌에 가깝던 성적을 한 학기 만에 반에서 1등, 전교 2등으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어릴 때 부모님이 헤어져 처음에는 아버지, 다음에는 어머니와 살다가 결국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초등학교만 여섯 번을 옮겨 다녔다. 자연히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적을 만회해보려고 ‘수학의 정석’을 펼쳐봤지만 한 페이지도 이해할 수 없어 쓰레기통에 버린 적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때 받은 수학 점수는 25점. 반에서 최하위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때 친구가 ‘너는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단지 안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한 권이라도 끝까지 푼 문제집이 있느냐’고 되묻더라고요.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지더군요.”
그는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으면서 방법만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 달려가 ‘아무거나 아이들이 많이 보는 거’로 달라고 해서 산 ‘개념원리 수학’을 펴고 맨 첫 장 집합 단원부터 한 문제도 빠짐없이 풀어나갔다. 2학년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세 번을 반복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바로 중학교 수학책을 펼쳤어요. 고등 1학년 수학의 대부분이 중학 과정에서 심화된 겁니다. 중학 과정을 훑어보고 고교 과정으로 돌아오면 풀리는 문제가 많아졌어요.”
이 무렵 어머니가 사업에 실패해 빚쟁이들이 학교까지 찾아온 날도 있었다. 박씨는 그럴수록 흔들리지 않고 공부에 몰두했다. 공부밖에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는 이유는 한 가지인 것 같아요. 공부 아닌 다른 것에 발을 걸쳐두고 있다가 공부가 힘들 때 그 다른 것으로 도망치기 때문이죠. 공부 이외의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파고들어야만 공부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박씨는 스스로 수학 기초가 부족하다고 불안해하는 ‘하위권’ 학생들의 특징이 “무작정 공식을 외워 뒤떨어진 진도를 따라잡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식을 외우면 난이도 낮은 문제는 풀 수 있지만 그 이상 성적을 올릴 수는 없어요. 저는 뒤떨어진 진도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고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공부의 밀도를 높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수학 문제를 풀 때는 공식을 알고 있어 문제를 풀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그 문제를 푸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더 쉬운 방법이 있는지 붙잡고 늘어지라는 것이다. 빨리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고 싶다는 조바심을 지그시 누르고 문제를 이리저리 비틀고 뒤집어보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부 속도 늦추고 기초 개념부터 철저히 이해하며 공부해야

단기간에 성적 올리는 과목별 공부법


영어 실력 역시 처음에는 교과서 지문에 나오는 단어를 하나도 모를 정도로 형편없었다. 단어를 정리하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릴 때도 있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번역문을 먼저 읽은 다음 지문을 읽는 식으로 공부를 했더니 차츰 영어 표현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눈치로 내용을 때려잡을 수 있을 만큼” 영어 실력을 쌓은 다음에는 공부법을 바꿨다.
“이때부터는 정확한 독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어장을 만들고 문법책 한 권을 반복해서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맨투맨 기본영어’ 한 권을 2번 반복해서 공부했는데 문법은 그것만으로 수능까지 대비할 수 있었어요. 영어 문법책은 여러 권을 독파하겠다는 욕심을 내지 말고 한 권을 반복해 공부하는 게 좋습니다.”
시험은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박씨는 70분간 50문제(듣기 17문제 20분 포함)를 푸는 수능시험에 대비해 영어 33문제를 놓고 40분에서 30분까지 시간을 줄여가며 푸는 연습을 했다.
“영어 지문을 먼저 다 읽고 해석한 다음에 문제를 풀려면 시간이 도저히 안 되죠. 문제 먼저 읽고 보기를 파악하고 번개처럼 지문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내는 요령은 모의고사를 반복해 풀어서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어요.”
듣기 연습은 단어 실력이 부족한 하위권의 경우 어느 정도 기초를 닦은 후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박씨는 영어 실력을 중상위권에 올려놓은 뒤 20분간 17문제를 푸는 듣기 모의고사 연습을 매일 1시간씩 꾸준히 3개월 동안 했다.
박씨는 “영어와 수학은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의 기간 안에 정복할 수 있다. 정말 어려운 건 국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국어 문제집을 상자째 쌓아놓고 풀어댄 끝에 고3 막바지에서야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초등·중등 시절 폭넓은 독서로 이해력과 사고력 기반을 다져놓지 않으면 언어는 끝까지 힘든 과목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밀도 높은 공부가 국어 성적 올리기에도 효과를 냈다. 틀린 문제가 있으면 끈질기게 붙잡고 왜 자신이 선택한 답이 정답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혼자 토론했다. 자신의 선입견이 고른 틀린 답이 해설에서 제시한 정답과 맞붙어 싸우다 부서지고 또 싸우는 과정을 계속하다 보니 국어 성적이 올라가는 순간이 왔다.
박씨는 대학에 진학한 후 줄곧 과외 아르바이트와 학원 강사 등을 하면서 수많은 입시생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등 세 권의 학습서를 펴낸 그는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자녀의 성적을 올리려면 먼저 자존감을 키워주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제가 잘하는 면을 보고 칭찬해주셨어요. 성적표를 보여드리면 40점 맞은 수학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않고 85점 나온 과학 점수를 들어 너는 머리 좋은 아이라고 칭찬하는 식이셨죠. 학교 성적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도 ‘나는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키워주신 자존감 덕분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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