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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만에 개방, 걷기 좋은 우이령 길

한여진 기자의 디카취재기

2009. 11. 11

41년 만에 개방, 걷기 좋은 우이령 길

<B>1</B> 우이령 길 정상에서 본 북한산 봉우리, 오봉의 모습. ‘오봉’은 봉우리가 5개라서 붙여진 명칭. <B>2</B> 걷다가 가끔 하늘을 보는 여유를~. 단풍 사이로 보이는 뭉게구름 한 조각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B>3 4</B> 4호선 수유역에서 120번이나 153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한 뒤 우이동 먹거리 마을 길을 따라 1.7km 걸으면 우이령 길 입구, 우이동탐방안내소가 나온다.



드높은 하늘을 캔버스 삼아 뭉게구름과 울긋불긋 단풍이 멋스러운 그림을 그리는 가을입니다. 창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주머니 사정으로 쉽게 문밖을 나서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서울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카메라를 들고 출발! 제 발길이 향한 곳은 청와대 뒤에 위치한 우이령 길로 1968년 북한 공작원 김신조 일당이 이곳을 통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발생한 뒤 폐쇄됐다가 41년 만인 지난 7월에 개방됐답니다. 걷기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경관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찾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고요.
우이령 길은 강북구 우이동에서 경기도 양주시 교현리로 이어져 우이동과 교현리 양쪽 모두에서 갈 수 있는데, 저는 우이동에서 시작해 교현리에서 마무리하는 코스로 걸었어요. 참, 우이령 길을 갈 때는 예약이 필수예요. 자연보존을 위해 탐방객 수가 1일 7백80명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북한산국립공원 사이트(http://bukhan.knps.or.kr)에서 예약 접수해야 합니다.
41년 만에 개방, 걷기 좋은 우이령 길

<B>5</B> 우이동 먹거리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학 시절 MT 왔던 추억의 장소를 만나게 된다. 오래된 돌담의 낙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B>6</B> 우이동탐방안내소에서 인터넷에서 예약한 확인증과 신분증을 제시해야 입장할 수 있다. 단풍 시즌에는 찾는 이들이 많으므로 주말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2주 전에는 예약한다. <B>7</B> 걷기 전에 탐방안내소 입구에 있는 우이령 길 지도를 체크해볼 것. 지도상으로는 멀어 보이지만 교현리까지 걷고 나면 생각보다 짧다는 생각이 든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오후 2시까지는 입장해야 하고요. 우이동 먹자골목을 따라 1.7km 정도 오르다 보면 돌담에 적힌 ‘경영 98 동기, 파이팅!’ ‘아무개♡김아무개’ 등의 낙서가 있는 오래된 MT촌도 만날 수 있어 옛 추억에 빠지게 된답니다. 천천히 4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우이동탐방안내소에서 인터넷 예약증과 신분증을 제시한 뒤 입장하면 본격적으로 우이령 길 4.5km가 시작됩니다.

41년 만에 개방, 걷기 좋은 우이령 길

<B>1</B> 친구와 추억을 이야기하다가 ‘까르르르’ 웃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발맞춰 걷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우이령 길. <B>2</B> 초행자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곳곳에 현재 위치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B>3 4</B> 길 중간에 조성된 ‘맨발로 걷는 길’. 실제로 걸어보니 발바닥은 아팠지만 흙의 기운이 온몸에 전해져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B>5</B> 걷다가 벤치에 앉아 40년 동안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끽하는 건 필수. <B>6</B> ‘흙 속에서 살아가는 친구들’ ‘열매의 머나먼 여행’ 등 생태 자료를 쉽게 설명한 정보판이 있어 아이도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B>7</B> 역사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대전차 장애물. 한국전쟁 때 양주 지역의 피난길로 이용됐던 우이령 길에는 적의 전차 진입을 막는 장애물이 설치돼 있다. 그 길을 아이와 함께 걸으며 역사 이야기를 해도 좋을 듯. <B>8</B> ‘걷기 여행’을 함께할 친구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카메라에 그림자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우이령 길에 가면 사진 찍기 싫어하는 사람도 멋진 오봉을 배경 삼아 사진 찍고 싶은 욕구가 생기므로 카메라 챙기는 것은 필수!



우이동 쪽은 반대편 교현리에 비해 가파른 편이에요. 사실 ‘걷기 좋은 길’이란 말만 듣고 저는 스키니진에 밑창이 얇은 운동화를 신고 한껏 멋을 내고 갔는데, 10m도 못 가서 후회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북한산 자락이라 가파른 편이고 산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지므로 등산복이나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을 하세요.
발이 편한 운동화나 등산화는 필수고요. 우이령 길은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시간, 저처럼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거리예요. 생태 학습을 할 수 있는 정보와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있고, 코스 정상에 오르면 북한산 자락 중 가장 아름답다는 오봉과 38선 너머 북한의 은봉산도 볼 수 있답니다.
운이 좋으면 다람쥐나 노루도 만날 수 있어요. 카메라에 우이령 길의 정취를 담으며 걷다 보니 눈 깜박할 사이에 교현리에 도착하더라고요. 2시간이 채 안되는 거리였지만 자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41년 만에 개방, 걷기 좋은 우이령 길

<B>9</B> 지나가던 등산객이 눈인사를 하면서 손에 쥐어준 밤. 지난 주말 청계산 등반 때 주워온 밤이라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산이 좋은 이유는 바로 이렇게 사람과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 <B>10</B> 3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오봉이 보이는 전망대.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인 오봉과 북한의 은봉산 등을 볼 수 있으며, 이곳을 지나면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B>11 12 13</B> 우이령 길을 걸을 때는 꼭 눈, 코, 입, 귀를 모두 크게 열 것. 눈앞으로 쓱 지나가는 다람쥐, 바람에 묻어오는 낙엽 내음, 꽃 주위를 윙윙 도는 벌 날개 소리 등이 걷는 내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마음의 눈보다 좋은 카메라는 없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한눈에 반한 우이령 길의 멋진 가을 풍경을 전하고 싶은 욕심에 카메라 셔터를 수백 번 눌렀는데, 눈으로 보는 것만큼 근사하게 담아지지 않더라고요. 진정한 우이령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배낭에 물 한 병 넣고 우이동으로 가보세요.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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