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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아줌마가 간다 ①

언제나 배우이길 소망하다 오연수

글 정혜연 기자 | 사진 이기욱 기자

2009. 10. 23

데뷔 초 앳된 모습이 싱그러웠던 열여덟의 오연수는 이제 중년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를 낳기 위해 휴식기를 가졌던 때를 제외하고 지금껏 꾸준히 달려왔다. 이제 그는 비련의 여주인공부터 코믹한 아줌마까지,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언제나 배우이길 소망하다 오연수


한 시대를 풍미한 여자 연기자가 망가지기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89년 열여덟의 나이로 MBC 공채탤런트에 합격해 연예계에 데뷔한 오연수(38). 당시 청순함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가 최근 코믹 드라마로 돌아왔다.
지난 9월 중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에서 그는 왕년에 ‘엄친딸’이었지만 남편 잘못 만나 고생하는 전업주부 차도경 역할을 맡았다. 슬픈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달콤한 인생’ 이후 1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 코미디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갖게 했다.
“‘달콤한 인생’은 매번 우는 장면이 있었고, 애절한 감정을 끌어내야 할 때도 많았죠. 제 기분까지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다음에는 밝은 역할을 해야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싶었죠. ‘공주가 돌아왔다’ 대본을 받고는 원하던 대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선택했어요.”
극중 그는 어린 시절 유복한 집에서 자라며 발레리나의 꿈을 키웠지만 라이벌 장공심(황신혜)의 남자친구 나봉희(탁재훈)와 술김에 하룻밤을 보내고 결국 결혼에 이른다. 공주 왕관을 반납하고 17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던 그는 매번 사고만 치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첫사랑과 새 인생을 시작해보려 한다.
여덟 살이나 차이 나는 황신혜와 극중 동갑으로 등장한다.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언니가 대단한 것”이라며 황신혜를 치켜세웠다.
“전 실제 제 나이로 나오고 언니가 어리게 설정된 거예요. 나이보다 젊은 배역을 맡는다는 건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했다는 뜻이니 인정받을 만한 일이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자기 관리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해 화제가 된 그의 복근이 떠올랐다. ‘달콤한 인생’에서 그는 30대 후반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과시했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그는 2주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아직도 복근이 그대로냐고 묻자 그는 곧장 “그 장면 찍은 후 바로 없어졌다”며 소리내 웃었다.
언제나 배우이길 소망하다 오연수

“공백기 길어지면 연기 감 잃기 마련, 제 꾸준한 연기 활동의 이유죠”
그는 이번에 탁재훈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먼저 캐스팅된 그는 ‘상대 배역으로 누가 될까’ 궁금해하다가 탁재훈이 낙점됐다는 소식에 반색했다고 한다.
“술·노래·사람 좋아하고, 빚보증 서주기 좋아하는 철부지 남편 역할이라 아무나 못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탁재훈씨라면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이미지도 있으니 잘 소화할 것 같더라고요.”
탁재훈은 그의 남편인 손지창과 평소 형·동생 하는 사이. 손지창도 탁재훈의 캐스팅 소식에 만족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탁재훈은 오연수를 늘 ‘제수씨’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하던 터라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털털한 성격의 오연수는 회식자리에서 그에게 먼저 다가가 오빠라고 부르며 “‘연수야’라고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촬영장에서 스태프와 농담도 하면서 정작 상대역인 저에게는 데면데면하셨죠. 알고 보니 제가 남편에게 흉이라도 볼까봐 그랬대요(웃음).”
두 사람은 이번 드라마에서 웃음을 참느라 수차례 NG를 낼 정도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대학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각자 가발을 쓰고 코믹한 대사를 주고받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특히 그는 발레복을 입은 채 공연장을 뛰쳐나온 자신을 탁재훈이 오토바이에 태우고 공항으로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온몸을 던졌다”고 한다.
드라마 속 남편은 무능하기 짝이 없지만 실제 남편 손지창은 사업에 수완을 보이고 있다. 그는 결혼 후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현재 홍보회사를 운영 중이다. 능력 있는 남편에 예쁜 아이들까지, 어찌 보면 인생에 있어서 이룰 것을 모두 이룬 것 같은 그가 연기활동을 지속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내와 엄마이기 이전에 저는 배우예요. 늘 일을 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죠. 연기도 공백기가 길어지면 감을 잃기 마련인데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데뷔 이후 결혼하고 아이 낳는 동안만 잠시 쉬었을 뿐 꾸준히 작품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좋은 작품이 계속 들어오는 것에 감사하고 있고요.”
손지창은 그가 작품을 선택할 때 조언을 해주는 등 신경을 써주는 편이라고 한다.
‘공주가 돌아왔다’는 현재 시청률 40%를 기록하고 있는 ‘선덕여왕’과 맞붙고 있다. 첫 방송 때는 ‘선덕여왕의 비밀병기’라 불리는 김춘추(유승호)까지 등장해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했다. 오연수는 조금 걱정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있는 눈치였다.
“전혀 다른 장르라서 분명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드라마의 3분의 2 정도가 코믹하기 때문에 보면서 기분 좋게 웃음 지을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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