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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이민 생활 접고 귀국한 이성미 그녀가 반가운 이유

“엄마 노릇 원 없이 할 수 있었던 지난 7년, 나이 오십에 시작하는 두 번째 방송 인생”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이성미 제공

입력 2009.10.23 14:04:00

‘영원히 빛나는 스타’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가도 아침이슬 사라지듯 대중의 기억에서 잊힌 스타가 어디 한둘이던가. 그런데 자그마치 7년을 떠나 있었다. ‘연예계 시계’로 따지면 강산이 두어 번은 바뀌었을 시간. ‘작은 거인’ 그녀, 이성미가 돌아왔다.
이민 생활 접고 귀국한 이성미 그녀가 반가운 이유


지난 2002년 세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 유학을 떠났던 이성미(50)가 두 딸과 함께 영구 귀국했다. 강단 있는 목소리, 최강 동안의 외모도 그대로다. 지난 9월 중순, 귀국한 지 보름 만에 KBS 생방송 ‘나이아가라’ MC로 나선 그를 리허설 현장에서 만났다. 7년 만인데도 그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차분하게 큐시트를 체크하고 함께 진행을 맡은 이홍렬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작은 거인’이란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시차 적응도 잘 안된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한 시간 동안 생방송을 진행하고 나온 이성미는 분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굽 높은 구두부터 벗어던졌다.
“실수하는 거 봤죠?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사실 한국에 돌아온 것 자체가 아직은 얼떨떨해요. 이 와중에 방송까지 하고 있으니…(웃음). 일주일 전 이태원에서 동부이촌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짐도 다 못 풀었어요. 캐나다에서 온 짐까지 정리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아요.”
캐나다로 떠날 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 은기는 어느덧 대학생이 됐고, 현재 홀로 캐나다에 있다. 엄마를 따라 영구 귀국한 은비(13)·은별(9)은 다닐 학교를 아직 정하지 못해 ‘자체 방학 중’이라고 한다. 떠날 때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났듯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이성미는 “학교 몇 군데를 가보고 아이들 마음에 드는 곳으로 정할 생각이다. 며칠 전에는 서울용산국제학교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민 생활 접고 귀국한 이성미 그녀가 반가운 이유

아이들 교육 위해 떠난 캐나다 이민, 귀국 후 환대 기대 못해
이성미는 귀국 직후 박미선이 대표로 있는 빈곤아동구호단체 ‘행복한 나눔’ 콘서트 사회를 맡아 컴백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인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 ‘상상더하기’ ‘해피투게더3’ 등에 출연해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이렇게 환대받을 줄 몰랐다고 한다.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이뤄지진 않잖아요. 예전처럼 방송을 할 수 있으면 좋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이라도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돌아왔는데, 예상외로 반겨주시는 분이 많아 감사해요. 하지만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작하려고요.”
이성미는 오랜만에 방송을 하면서 달라진 몇 가지를 경험했다. 그중 가장 의아했던 건 방송 중 특정인에 대한 비판이 자유로워졌다는 것. 얼마 전 그는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에 출연했다가 패널들의 거침없는 발언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녹화가 끝난 뒤 “방송에서 대놓고 남 험담해도 되냐”고 묻는 그에게 박미선은 “언니, 요즘 방송은 다 그래”라고 대답했다고. 그는 “이 나이에 빠릿빠릿하게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현재 그의 방송 스케줄은 조은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남편 조대원씨가 관리하고 있다.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체력이 달려서라도 예전만큼 빡빡하게 살진 못할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도 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그 시간만 되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귀도 잘 안 들려요(웃음).”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큰 행복을 안겨줬다. 평범한 주부로 세 아이 뒷바라지하는 데 하루를 다 보내야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진정한 행복이었다고 한다. 이성미는 “아이들이 ‘엄마’ 하고 부를 때 바로 대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의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교회에 다녀오면 아침 7시. 그때부터 아침식사 준비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집안 청소와 간식준비까지 마치면 오전시간이 후딱 지난다.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오후 3시가 조금 넘는다. 아이들 간식 챙겨주고, 저녁식사 준비하다 보면 오후 시간도 금세 가버린다.
“아이들 점심 도시락 배달도 빼놓지 않았어요. 제가 어린 시절 엄마 없이 외롭게 자란 탓에, 엄마가 학교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참 부러웠거든요. 캐나다에서는 원 없이 아이들 학교를 왔다갔다 했어요(웃음).”

이성미는 아이들 조기유학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지만 영어공부가 주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걸 가르치고 싶었다던 그는 캐나다의 교육환경을 “자율과 여유”라고 평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가족 중심 사회분위기도 아이들 교육에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고 한다. 이성미는 “아이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인사 잘하는 아이, 인간다운 면모를 가진 사람이 되라’는 것인데 그런 나의 소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유학을 결심한 건 아들 은기 뜻이었어요. 먼저 유학 가 있는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자기도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은기가 수재도 아니고 당시 조기유학을 보낼 만큼 넉넉한 형편도 아니어서 단칼에 안 된다고 했더니, 아이가 ‘한국에선 놀고 싶을 때 놀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는 게 안된단 말이야!’ 하면서 방문을 꽝 닫고 나갔어요. 갑작스런 행동에 많이 놀랐지만 아이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유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민 생활 접고 귀국한 이성미 그녀가 반가운 이유

“현지 교민들과 맺은 소중한 인연, 돌아올 때 눈물바다 됐어요”
다른 식구들보다 6개월 먼저 캐나다로 떠난 은기는 가자마자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영어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돼 캐나다 정착 초기 그를 위해 통역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둘째 은비는 처음에는 영어를 잘 못해 유치원에 가는 것도 꺼려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원래의 활달한 성격으로 돌아왔고, 막내 은별이는 나이가 어려 오히려 걱정할 게 없었다고.
한국을 떠나기 전 14년간 연예계 친목모임 ‘늘푸른’을 이끌어왔던 이성미는 현지에서도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덕분에 타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제가 인복이 많은지 캐나다에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체력이 약해 한번 아프면 심하게 앓는데, 그럴 때마다 교민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죽을 쒀 갖다 주기도 하고, 아이들을 자기네 집으로 데리고 가 돌봐주기도 하고요. 한국으로 오기 전 큰아이를 놓고 오는 게 가장 힘들었고, 그 다음이 이웃들과 헤어지는 거였어요. 도저히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동료 연예인들의 캐나다 방문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동안 박미선 양희은 김영철 이경실 등이 다녀갔는데, 올 때마다 김치를 비롯해 멸치· 미역·다시마 등 한국음식을 가져다줬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들이 다녀간 뒤에는 마음이 허전해져 며칠 동안 향수병에 시달렸다고. 이성미는 “캐나다든 한국이든, 가장 힘든 것은 환경이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성미는 캐나다에서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왕년의 콤비’ 이홍렬과 7년 만에 호흡을 맞춘 이성미.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은커녕 오히려 여유가 묻어났다.
한동안 귀국할 계획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그가 돌연 한국행을 택한 것 역시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의 의식구조가 점점 한국인이 아닌 캐나다인처럼 변해가는 걸 보고 ‘이젠 돌아갈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는 한국 생활에 미련을 가질까봐 한국에서 하는 방송은 보지도 않고, 인터넷을 접속해도 메일만 확인하는 식이었지만, 아이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잃어가는 모습은 볼 수 없더라고요. 그동안 캐나다에서 충분히 많은 걸 누렸고, 이제는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됐다 싶었죠. 아이들과 남편의 관계가 점점 서먹해지는 것도 문제였어요.”
이민 생활 접고 귀국한 이성미 그녀가 반가운 이유

‘기러기아빠’ 남편과 아이들의 관계 서먹해지는 것 같아 귀국 결심
캐나다에 있는 동안 남편 조대원씨는 일 년에 두 번 가족을 방문했다. 한번 오면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편이 가방 하나 들고 왔다 가는 손님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남편이 그와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주춤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남편에게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함께 살아야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요즘은 어떤 기분인지를 아는데, 그게 안되니까 거리감이 생기더라고요. 남편 역시 많이 서운했을 거예요. 그동안 남편에게 캐나다로 와서 같이 살자고 여러 번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 제가 백기를 들었죠(웃음). 이제부터라도 아내 노릇 제대로 해보려고요.”
캐나다 생활에 푹 빠져 있던 둘째 딸 은비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하자 처음에는 싫다며 울었다고 한다. 결국 연말까지 혼자 캐나다에 남는 걸로 합의점을 찾았는데, 그가 아이를 꼭 껴안고 기도를 한 다음 날 아이가 함께 귀국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그는 자신의 결정에 따라준 딸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고 한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이성미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나이에 맞게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어른이면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촐랑댈 수는 없지 않냐”며 환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9년 10월 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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