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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한·일 가요계 도전장 내민 겁없는 중년! 태진아 견미리

“공통분모 없이도 15년 가꿔온 우리의 우정, 나이들수록 더 소중해지는 인연에 대하여…”

글 임윤정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09.10.23 13:57:00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에 도전한 태진아·견미리. 적지 않은 나이에, 더욱이 이미 가수와 배우로서 입지가 탄탄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가요계에 ‘신인가수’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인의 신선함과 기성의 노련함을 동시에 갖춘 두 사람은 그래서 더욱 파이팅 넘친다.
한·일 가요계 도전장 내민 겁없는 중년! 태진아 견미리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태진아(56)·견미리(45)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쳤다. 견미리의 가수 데뷔 앨범은 그 첫 결실이다. 소속사 대표와 소속 가수가 되고 나서 호칭도 달라졌다. 평소엔 늘 부르던 대로 ‘아저씨-미리’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선 ‘사장님-견미리씨’로 깍듯이 대하고 있다. 특히 무대에 오르기 전 태진아는 자신의 경험이 담긴 조언 한마디씩을 꼭 해주는데, 신인가수 견미리에겐 많은 도움이 된다. 이해관계로 얽히기 이전 오랜 우정으로 맺어진 사이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그전부터 안면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우정이 시작된 건 지방의 한 행사장에서였다. 견미리는 옷 잘 입기로 소문난 태진아와의 만남에 특별히 신경 써서 옷을 입고 나갔다. 그런 그에게 태진아는 앞으로도 예쁜 옷을 많이 사 입으라고 당시 받은 행사 출연료 6백만원을 고스란히 건넸다. 그날이 인연이 돼 지금껏 둘도 없는 절친으로 지내게 된 것이다.
“가수 데뷔를 위한 계약금이었어요(웃음).”
별거 아니라는 듯 특유의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태진아. 이에 견미리가 정색하며 말을 잇는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사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에게도 항상 잘하세요. 돈이라는 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잖아요. 주는 사람의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왜 나한테 이런 걸 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아무 조건 없이 주셨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온 거라고 생각해요.”

15년 전 견미리 재능 확인하고 6백만원 투자한 태진아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건넨 6백만원이 인연이 돼 결국 앨범 제작까지 했으니 말이다. 사실 태진아는 견미리의 앨범을 10년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석에서 우연히 그의 노래를 듣고, 가수로서의 재능을 직감했다. 그리고 지금껏 그 시기를 기다려왔다. 오랜 기다림에 비해 앨범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어느 날 녹음실로 절 부르셨어요. 한창 악단이 반주를 녹음하고 있더라고요. 가만히 들어보니까 전부 즐겨 부르던 애창곡이었죠.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노래를 불렀어요. 소장용 앨범을 만들어주시려나 보다 했거든요. 그리고 며칠 있다가 다시 갔어요. 이번엔 코러스를 넣고 있었죠. 왜 이런 것까지 하냐고 했더니 ‘가수 해야지. 앨범을 괜히 내냐!’고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노래 못한다고 펄쩍 뛰었죠. ‘노래 잘해. 그 정도면 가수 해’ 그러시는 거예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제가 잘하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녹음실에 함께 간 딸도 잘한다고 해주고. 얼떨결에 녹음을 마치고 들어보니 제가 가진 재능을 최상으로 뽑아내셨더라고요.”
제작자로서의 타고난 육감이 통했던 것일까. 타이틀곡 ‘행복한 여자’는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사실 제작자인 태진아조차도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가수 데뷔 이후 하루에 1백 통 이상의 섭외전화를 받는다. 방송과 행사를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견미리.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노래 제목처럼 ‘행복한 여자’다. 인기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성인가요 차트에서 2위까지 올랐다. 한창 앨범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카페 종업원이 신문을 들고 와서는 성인가요 방송순위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성적표를 확인하는 수험생처럼 긴장된 표정으로 신문을 뒤적이던 견미리. ‘1위’를 확인한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얹어진다.
물론 연기자에서 가수로의 변신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KBS ‘뮤직뱅크’에서 첫 무대를 가지기 전까지 두통에 시달릴 정도로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보니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일이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성인가수들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더 긴장된다. ‘연기나 하지. 왜 남의 밥그릇에 손을 대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연기자로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고 빨리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견미리씨가 무대 카리스마가 있어요. 20년 넘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왔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첫 무대에 오를 때 제가 현장에 있었거든요. 리허설하는 순간 결판을 내더라고. 물론 그날은 MR(Music Recorded, 코러스 등이 입혀져 라이브를 보완하는 반주 음악)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치고, 2주 정도 지나 악단이 연주하는 라이브 무대에 섰어요. 거기서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봤는데, 겁 없는 아이 같더라니까요.”
“선무당이 사람 잡죠(웃음).” 신인의 미덕은 패기와 열정에 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것. 신인가수 견미리는 무대 위에서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하다.

한·일 가요계 도전장 내민 겁없는 중년! 태진아 견미리

새로운 도전에 든든한 지원군 돼주는 가족
태진아 역시 일본에서 ‘신인가수’로 새롭게 출발한다. 사실 일본 진출은 18년 전부터 계획돼 있었다. 당시 가수 계은숙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일본의 유명 작곡가인 하마 게이스케가 ‘자신이 찾는 목소리’라며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 하지만 국내에서 ‘옥경이’ ‘미안 미안해’ ‘노란 손수건’ ‘거울도 안 보는 여자’ 등 히트곡을 잇달아 내며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라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뜻을 함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지난 8월 ‘스마나이(미안하다)’와 ‘하나후부키(바람에 날리는 꽃)’ 등이 수록된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일본문화방송과 음반사 데이지쿠 레코드, 기획사 버닝 프로덕션과 다이와 그룹 등 4사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투자했다.
“일본에서도 드림팀이 뭉쳤다고 말해요. 이런 일은 처음이래요. 그래선지 반응도 빨라요. 벌써 야후재팬에서 제 이름이 인기검색어 1위를 두 번이나 했어요. 지난주엔 ‘스마나이’가 오리콘 차트 3위까지 올랐고요. 조만간 1위도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이러한 순풍에 돛을 달듯 소속 가수 견미리가 힘을 실어준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일본에 사시는데, 반응이 굉장히 뜨겁대요. 매일 TV에서 뮤직비디오 나오고, 심지어 신문에 앨범 홍보 팸플릿이 껴서 온다고요. 우리 딸 친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줬는데,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노래예요.”
“한류 스타인 견미리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일본 방송에서 견미리씨가 출연한 앨범 타이틀곡 ‘스마나이’ 뮤직비디오가 방영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태진아는 몰라도 견미리는 알잖아요. 돈 많이 벌어서 보답해야죠(웃음).”
케이블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갖고 있는 아들 덕도 보고 있다. 간혹 젊은이들이 ‘이루 아빠다!’ 하면서 알은척을 해준다. 이루 역시 일본에 진출한 아버지를 적극 응원한다. 함께 일본어 레슨을 받고 있는 부자는 집에선 주로 일본어로 대화한다고. 태진아는 이루가 내년 4월 제대하는 대로 가수활동과 병행해 연기자 데뷔를 시킬 계획도 잡고 있다.
“30년 살면서 집사람은 제가 하는 일에 한 번도 ‘No’를 해 본적이 없어요. 이번 일본 진출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면 언제든지 응원한다. 다만 실패하고 돌아오지만 말아라’였어요.”
“그게 더 강한 거야. ‘No는 없어. 하지만 실패도 없어.’ 그런 전법을 배워야 하는데. 언니는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건강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염려된다고 하더라고요.”
2009년은 견미리에게 도전의 해다. 가수뿐만 아니라 20년 만에 영화 ‘거북이 달린다’로 스크린에도 도전했다. 관객 3백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김윤석이란 배우를 만나서, 대형 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서,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 영화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잠깐 등장한다. 엄한 매니저 노릇을 자처하는 아들이 김윤석과의 베드신이 있다는 걸 알고 출연을 결사반대했는데, 자신도 함께 나오는 조건으로 출연을 허락했던 것이다. 엄마에 이어 연예인이 되고 싶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단 그는 엄마이기 이전에 25년 베테랑 배우로서 스타는 꿈꾸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꾸준히 노력하고 인내해야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그가 가수로 활동하는 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다. 노래 연습도 가족과 함께한다. 성악을 전공하는 큰 딸은 엄마의 안무를 봐준다. 둘째 딸은 뮤직비디오에 나온 엄마를 보고 말로는 ‘귀척(귀여운 척)’한다면서도 항상 곁을 지켜준다. 아들은 음향감독이다. ‘큐~’ 사인을 보내면 음악을 켜고, ‘컷~’하면 끈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회사 사가(社歌)가 ‘행복한 여자’라고 한다. 전 직원 벨소리가 똑같아서 전화가 오면 누구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 가장 말 잘 듣는 사람, 가장 말 잘 통하는 사람이 남편이에요.” 불쑥 태진아의 한 마디가 끼어든다. “나는 옥경이!”
“그렇죠? 정말 그래요. 우리 딸이 주말에 엄마가 없으면 아빠가 꼭 폐인 같대요. 하루 종일 현관문만 보고 있으니까 주말엔 일 잡지 말고 아빠와 놀아달라고 해서 그 다음부턴 될 수 있으면 함께 있으려고 노력해요. 남편 나가기 전에 제가 먼저 나가면 많이 미안해요. 그래서 오늘처럼 나가는 거 보고 나오면 마음이 편안하죠. 내조란 게 별거 아니거든요. 남편 들어오거나 나갈 때 편안하게 해주는 거죠.”
남편은 연애시절 그와 만날 때마다 장미 한 송이씩을 선물했다. 결혼하고 나선 백 송이로 바꿨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을 기념해 항상 장미 1백 송이를 줬는데, 시들면 버리는 것이 아까워 ‘난 요즘 장미보다 난이 더 좋다’고 말했더니 한동안 난으로 바꾸다 요즘 다시 장미를 선물하고 있다. 결혼하고 늘어난 장미 송이 수만큼 사랑도 더 깊어지고 있는 셈. 태진아 또한 견미리 남편 못잖은 애처가. 술에 취한 날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아내가 잠들기 전 먼저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다. 지금도 연애할 때 느낌으로 산다. 외식하러 밖으로 나갈 때마다 항상 손 붙잡고 다니는데, 이루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아빠. 닭살이니까 손 좀 놓고 가라’고 말하곤 한다.
“제가 지고 살기 때문에 싸움을 모르고 지내죠. 내가 내 여자 위해 줘야 남과 자식도 위해 주는 거지, 내가 내 여자 무시하면 남과 자식도 무시하게 돼 있어요. 사극에서처럼 중전마마 모시듯 살아요. 남들은 공처가다 그러는데,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아내가 중전마마면 저는 자동으로 왕 아니겠어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가정이 편안해야 밖에 나가서도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법이다. 두 사람이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도 화목한 가정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일 가요계 도전장 내민 겁없는 중년! 태진아 견미리

한·일 양국 연말 시상식에서 나란히 신인상 타는 게 목표
“제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 할 수 있어요. 눈을 감으면서 그 도전도 끝이 날 거예요. 일본에서 신인가수로 데뷔하는 건 ‘한국의 태진아’가 ‘아시아의 태진아’가 되기 위해서 도전하는 거예요. 일본에서 방송국 DJ나 아나운서, 혹은 기자들이 마지막에 제 손을 잡으면서 꼭 하는 말이 있어요. ‘간밧데!’ 당신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는 의미겠죠.”
제작자로 활동하는 것도 일종의 도전이다. 10여 년 전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 김자옥을 공주 콘셉트로 변신시켜 스타덤에 올려놓았듯이 끼가 있는 연예인이 있다면 그걸 끄집어내주고 싶다. 김자옥, 견미리에 이어 도전해보고 싶은 배우는 김혜수다.
“김혜수씨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요. 멋진 배우죠.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고요. 도전해볼 만한 스타예요.” “사실은 그 핑계로 한 번 만나고 싶은 거 아니에요?(웃음)” “만나려고 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웃음). 가수로는 마야예요. 록 반주에 성인가요 멜로디를 써서. 지금 당장은 아니고 40대를 바라볼 때. 좀 더 세월이 흘러줘야 돼요.”
가수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사실 두렵지 않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견미리는 생각을 달리했다. 항상 드라마를 통해서만 사랑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장르에서 사랑을 받고, 다시 그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출소자 가족들을 위한 행사에 초대됐는데, 그들에게 잠시나마 힘과 위로가 되어줄 수 있어 기뻤다.
“지금껏 받은 사랑을 그렇게 돌려주는 거죠. 잠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연기가 어디 가겠어요. 제 안에 다 들어 있잖아요. 나중에 꺼내어 쓰면 되니까요. 그 나이에 더 많은 걸 버리고 말도 안 통하는 곳으로 가는 태진아씨에 비하면 저는 말 통하죠, 알아봐주죠, 두려울 게 없어요. 어차피 더 나이 먹으면 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든지, 용기가 없다든지, 이런 일로 포기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 3집까지 내야죠. 사랑을 주시는 것만큼 하게 되는 거니까 알 수 없지만요. 돌연 가수를 하게 된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그동안 편안하게 행복을 누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올 연말 한국과 일본 가요시상식에서 각각 신인상을 타는 것이 목표라는 태진아·견미리. 꿈꾸지 않으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신인상감이다.

여성동아 2009년 10월 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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