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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심은하 최지우 키운 베테랑 매니저 손성민‘스타의 세계’를 말하다

“톱스타의 올챙이 시절, 짜릿했던 성공의 순간과 애환, 스캔들에 대처하는 자세…”

글 김명희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9.10.22 12:00:00

누구나 한 번은 꿈꿔봤음직한 스타, 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소문과 눈물, 고독이 있다. 그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유일한 동반자가 바로 매니저다. 숱한 스타를 키워낸 베테랑 매니저 손성민씨가 들려준 그들만의 세상.
심은하 최지우 키운 베테랑 매니저 손성민‘스타의 세계’를 말하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개그맨 한민관의 유행어처럼 연예인과 매니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들의 상품가치를 높여주는 이도, 세상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치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도 바로 매니저. 그렇다 보니 매니저와 결혼을 하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계약위반 등 소송 건으로 법정에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많다.
코엔스타즈 손성민 대표(41)는 올해로 매니저 경력 18년 차. 김민종 심은하 최지우 장동건 박지윤 등 숱한 스타와 인연을 맺어왔고 지금도 공형진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등과 함께 일하고 있다.
“연예인과 매니저는 가족이나 친구보다도 긴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매니저는 연예인의 술버릇이나 몸무게의 미세한 변화까지 알아야 하죠. 늘 붙어다니다 보면 부모자식처럼 의지하는 관계가 되기도 하고 그러다 뜻이 안 맞으면 원수처럼 싸우는 사이가 될 수도 있어요.”
손 대표는 현장에서 오랜 시간 일하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지켜봤다. 그 자신도 예외가 아니어서 실패의 고통과 성공의 환희를 모두 경험하며 잔뼈가 굵었다.

남다른 열정 지닌 심은하, 착하고 속 깊은 최지우…
손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잠시 교직에 몸담다 광고회사 등을 거쳐 90년대 초 매니지먼트 회사에 취직했다. 그의 취미는 사람 관찰하기. ‘저 사람은 왜 저런 옷을 입었을까,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더 나을 텐데…’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가 올챙이 매니저 시절 심은하를 만난 건,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을 익혔기 때문이다.
“93년 MBC 공채 신인 중 심은하 양정아 황인정씨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 중 한 명의 매니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와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심은하씨에게 그런 뜻을 비쳤더니 선뜻 수락을 하더라고요.”
이후 심은하는 ‘한지붕 세 가족’에 양미경의 동생으로 캐스팅돼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지만 한 달 후 양미경이 갑자기 중도하차하면서 배역이 날아갔다. 두 사람은 크게 낙담을 했다. 그러다 심은하가 ‘마지막 승부’에서 당초 내정됐던 연기자 대신 장동건의 파트너인 다슬이 역으로 전격 투입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코디네이터, 스타일리스트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그와 심은하는 재래시장을 훑어 배역에 맞는 의상과 헤어를 준비했다. 스포츠 드라마인데다 장동건 손지창 등 유명 배우 중심으로 짜인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신인 심은하는 독하게 연기에 몰입했다고 한다.
“초반에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중간쯤 다슬이가 가출한 철준이(장동건)가 보고 싶어 애절하게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어요. 새벽 4시부터 인터뷰·광고·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했죠. 하루하루 꿈속을 걷는 것 같았어요.”
몇 십만원에 불과하던 광고 출연료가 하룻밤 새 수천만원으로 치솟았다. 1년 후 심은하와는 견해 차이로 헤어졌지만, 그는 지금도 심은하와 함께했던 시절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심은하와 일하던 시절, 대한민국 연예계는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헤어지자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정신없이 울리던 호출기도 잠잠해지고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시큰둥해졌던 것. 그때 만난 이가 최지우다. 그는 최지우에게서 심은하와 비슷한,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최지우는 신인 시절 그럴싸한 배역을 맡지 못해 늘 단역을 전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영화에 캐스팅돼 온갖 준비를 했는데 중간에 다른 배우로 캐스팅이 바뀌어 울음을 삼킨 적도 있다. 손 대표는 이상할 정도로 안 풀리는 그에게 이자벨 아자니 닮은꼴 선발대회 출연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최지우는 여기서 대상을 수상한 후 ‘한국의 이자벨 아자니’라고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영화 ‘박봉곤 가출 사건’, 드라마 ‘첫사랑’ 등에 출연하며 인기가도를 달린다.

심은하 최지우 키운 베테랑 매니저 손성민‘스타의 세계’를 말하다

18년 매니저 생활 중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믿음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손성민 대표.


최지우와 관련된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그가 매니저에 막 입문했을 때 고 최진실이 출연하는 영화 촬영현장에 구경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최진실이 현장에 늦게 나타났다고 한다.
“감독이 좀 심하게 화를 냈더니 당시 매니저였던 고 배병수씨가 ‘왜 우리 배우를 야단치느냐, 늦고 싶어 늦은 게 아니다. 배우를 함부로 다루는 감독과는 일할 수 없다, 위약금은 물어주겠다’며 최진실씨를 데리고 갔어요. 결국 감독이 사과하는 걸로 사건이 일단락됐죠. 배우를 아끼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한번 해봐야지 다짐을 했어요.”
그러다 최지우가 한번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는 앞뒤 생각 없이 세트장을 발로 뻥 차고 들어가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다”며 최지우에게 “얼른 철수하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최지우는 “실장님, 저 그냥 찍을게요”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태프 앞에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요. 나중에 최지우씨한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제가 정말 촬영장을 뒤엎을까봐, 걱정돼서 그랬대요. 지우씨는 나름대로 제 생각을 해서 참은 거예요.”
이렇게 함께 고생한 최지우는 나중에 인기를 얻자 그에게 승용차를 선물했다. 덜컹거리는 중고차로 시골길을 누비던 신인 시절, ‘성공하면 차를 바꿔주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킨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코끝이 시큰해지는 순간이다.
돈독했던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도 어느 시기가 되면 금이 간다. 손 대표는 이를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스런 이치”라고 말한다.
“매니저는 자기가 관리하는 스타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돼요. 운동해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등. 톱스타가 되면 어느 순간 그런 잔소리들이 싫어지는 거죠. 자신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주변에서 많은 유혹이 뻗쳐오기도 하고요.”
동고동락한 연예인이 스타가 돼 자신의 품을 떠날 때 허탈한 마음이 없진 않다. 그럴 때마다 그는 신인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매니저 중에도 톱스타 관리를 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신인을 톱스타로 키워내는 걸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후자인 것 같아요. 제가 키운 연예인이 톱스타가 돼서 떠나갈 때면 항상 ‘내려오지 말고 꼭 그 자리에 있어라. 나도 다른 친구와 그 자리에 오를 테니’라고 말해줘요. 그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죠.”
만남과 헤어짐이 잦은 곳이 연예계이지만 한결같이 의리를 지키는 이도 있다. 공형진이 대표적인 케이스. 공형진은 입버릇처럼 “형, 내 자식하고 손자까지 다 매니저 해야 해”라고 말한다고 한다. 두 사람은 당장의 출연작과 배역부터 장기적인 비전까지 공유하는 사이다.
솔직함이 소문에 대처하는 최고의 자세
톱스타가 이혼했다, 누가 누구와 사귄다. 연예가에 루머가 돌 때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매니저의 입이다. 그들의 말에 따라 언론이 움직이고 스타의 이미지가 갈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애설이 돌면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며 부인하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엔 솔직히 인정하고 ‘예쁘게 지켜봐 달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매니저 경력 10년 차 때까지만 해도 무조건 연애를 못하게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연애 잘하는 사람이 연기도 잘하고 스타도 되더라고요. 사랑을 하면 얼굴도 더 생기 있어 예뻐 보이고 연기력에도 도움이 돼요. 융통성이 없고 너무 닫힌 사람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더라고요. 또 소문이 나면 솔직하게 대처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신애라씨와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 차인표씨의 자세가 매니저들 사이에선 교훈처럼 전해지고 있어요. 당당한 자세로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잖아요.”
그가 18년 매니저 생활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는 것은 신의.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움직이는 편이다. 생면부지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이번 작품에 우리 배우 역할 하나 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 때문에 평소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특히 톱스타와 일할 때일수록 고개를 숙인다. 최근 그는 자신의 경험과 스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담은 ‘스타’(이가서)라는 책을 펴냈다. 책 앞뒤에는 그동안 그와 인연을 맺은 연예계 관계자, 동네 주민, 친척들의 이름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사람이 재산이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09년 10월 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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