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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한식, 세계를 가다③미국 뉴욕 편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취재 이설 기자 천현주‘뉴욕 통신원’ | 사진 Jinhwan Choi‘프리랜서’

입력 2009.10.21 15:38:00

모든 유행은 뉴욕에서 시작된다. 세계를 사로잡으려면 까다로운 뉴요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이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매일 새로운 식당이 뜨고 지는 맛의 각축장 뉴욕. 그곳에서 당당히 매력을 인정받은 한식당 한가위와 반을 소개한다.
Hangawi 한가위 | Bann 반




※한식이 한국인의 음식을 넘어 세계인의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과 홍콩에 이어 이달과 다음달에는 뉴욕에서 각광받는 한식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 생생한 한식 세계화 현장을 소개한다.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채식과 만난 한식, 뉴요커를 사로잡다
| Hangawi 한가위 |

뉴욕 채식 트렌드 이끄는 한식당
메인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채식으로 차려내는 ‘한가위’는 뉴욕 채식주의자들의 사랑방이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배우 앨리시아 실버스톤이 올봄 이곳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각종 채식·건강단체를 후원하며 뉴욕의 대표적인 채식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공동대표인 최윤석·한혜정 부부가 15년간 ‘채식으로 구성된 한국 요리’에 몰두한 끝에 맺은 결실이다.
최 대표는 원래 뉴욕 퀸스에서 토속음식점 ‘버드나무’를 운영했다. 그가 콘셉트를 바꿔 한가위를 연 데는 부인 한혜정씨의 역할이 컸다. 한씨는 싱가포르에서 나고 자라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마케팅 전문가. 다문화에 익숙한데다 음식점 탐방이 취미였던 그가 “왜 한식은 다른 나라처럼 고급 식당이 없느냐”고 반문했던 것이다. 당시 알려진 한국 음식이라곤 갈비·불고기·비빔밥이 전부였다. 최씨도 “채식주의자면서 손님에게 고기를 파는 것은 모순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부부는 94년 한국 인사동 사찰음식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맨해튼 32번 가에 한가위를 열었다. 타깃 계층은 건강과 색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은 뉴요커. 한식당 자체가 드물던 당시, 채식 위주의 한식당의 성공은 불투명했다. 우려하는 마음으로 한국 도자기와 함께 정성껏 작성한 소개서를 주요 언론사에 돌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국식 마루와 방석, 도자기 찻잔, 정갈한 음식 등 색다른 맛과 분위기가 유명 음식 비평가인 루스 라이셜을 사로잡아 ‘뉴욕타임스’에 호평이 실리며 개업 한 달 만에 인기 식당으로 떠올랐다. 건강과 유기농 열풍 등 당시 식문화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후 14년 동안 한가위는 음식 비평지 ‘자갓 서베이’에서 최고 한식당과 채식 식당으로 꼽히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1 한가위의 주 타깃은 20~40대 뉴요커. 한국 전통식으로 꾸며진 공간이 식사의 즐거움을 더한다.
2 최윤석 대표는 매년 수차례 인사동에 들러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한다. 원하는 고객에게는 판매도 한다.
3 레스토랑 입구의 간판과 대문도 한국적이다.
4 15년간 한가위를 이끌어온 최윤석·한혜정 대표.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1 현미밥을 기본으로 한 젠 비빔밥. 강원도에서 공수해온 재료로 만든다.
2 떡볶이 꼬치, 호박죽, 튀긴 김말이로 이뤄진 애피타이저. 떡과 더덕, 아스파라거스를 꼬치에 엮어 튀겨낸 떡볶이가 특히 인기다.
3 호박국수를 재료로 한 샐러드. 아보카도, 더덕, 인삼, 도토리국수 등을 넣은 다양한 퓨전샐러드가 마련돼 있다.
4 쌈 형태로 나오는 형형색색의 구절판.

15년 고민 끝에 찾은 맛의 절충지대
한식은 밑반찬과 메인 요리로 이뤄진 한상차림이 기본이지만 한가위는 단품으로 음식을 제공한다. 맛보기 코스 메뉴 외에는 보통 애피타이저, 메인 메뉴, 디저트 등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는다. 마련된 음식은 50여 가지. 인삼과 더덕 등 채식 요리를 위주로 전, 만두, 샐러드, 비빔밥, 쌈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냉국수 및 민들레 샐러드, 가을에는 자연송이 요리, 겨울에는 울릉도 더덕 요리 등 계절별 특별 요리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인기 메뉴는 ‘organic’ 섹션의 요리다. 두부 샐러드, 젠 롤, 젠 비빔밥, 아보카도 비빔밥 등을 특히 많이 찾는다. ‘organic’ 요리가 유명한 것은 최 대표의 남다른 노력 덕분. 강원도에서 산나물과 생더덕을 공수해 사용하고 싱싱한 로컬 푸드를 더해 요리한다. 채식 식당인 만큼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가 음식의 생명력이라 믿어서다.
한가위의 음식은 한국 본토 맛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신선로 국물은 달짝지근하고, 떡볶이는 튀겨낸 다음 토마토케첩이 섞인 소스를 입혔으며, 더덕과 인삼은 샐러드로 재탄생했다. 맵고 짜고 진한 토종 맛을 살짝 덜어내고 담백함을 더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 손님들에게는 “한국 음식이긴 하나 낯선 맛”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처음 문을 연 직후에는 메인 요리와 찌개를 중심으로 각종 반찬을 한꺼번에 내고 맛도 토속적인 것을 추구했다. 한가위가 변화를 꾀한 것은 손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부터. 현지인이 80% 이상인 고객들은 한국적인 인테리어와 독특한 메뉴에는 만족했지만, 걸쭉한 된장찌개와 매운 고추장으로 양념한 더덕구이의 맛은 이해하지 못했다. 한상차림에서 코스로 서비스를 바꾼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곳의 직원은 매주 회의를 열어 메뉴와 서비스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사항을 논의한다. 이런 노력으로 현지인의 기호에 맞는 음식이 탄생했다.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1 3 한가위의 모든 인테리어 소품은 최 대표가 직접 고른다. 직원들도 개량한복과 버선 차림으로 일한다.
2 인사동 등지에서 모은 찻잔은 50여 개가 넘는다.




뉴욕과 한국 잇는 문화 가교를 꿈꾸다
앉은뱅이 밥상에 앉은 노란 머리의 뉴요커들과 개량한복을 차려입은 직원들. 한가위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한가위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인사동 전통 한정식집 못지않게 한국적이다. 전통 가옥에서 볼 법한 나무 대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야 한다. 수저는 비단 수저집에 꽁꽁 몸이 묶였고 벽면에는 보자기보와 한국화가 촘촘히 걸려 있다. 입구에는 다기 세트와 보자기, 덧신, 초 등 전통 소품을 파는 선물 코너가 마련돼 있다.
음식 맛을 제외한 한가위의 모든 것은 철저히 한국적이다. 한가위를 찾는 이들 중에는 한국 문화가 궁금해서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최 대표 부부는 “뉴욕에서 한식당을 하려면 음식뿐 아니라 문화도 함께 팔아야 한다”는 소명을 잊지 않는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은 직원 교육. 한가위의 직원은 모두 한국 음식과 문화에 조예가 깊다. “수저집은 언제 쓰는 것이냐” “신발은 왜 벗느냐” 등 어떤 질문에도 척척 답변을 내놓는다.
뉴욕에서 성공한 한식당으로 손꼽히지만 한가위는 아직 지점을 내지 않았다. 다만 가까운 곳에서 한국 차를 소개하고 25달러 안팎의 간단한 퓨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프랜치아’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은 3년마다 트렌드가 변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최 대표 부부도 핫 플레이스를 탐방하고 새로운 음식을 연구하며 한가위의 명성을 유지하느라 그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다소 여유가 생긴 걸까. 조만간 좀 더 고급화한 콘셉트로 뉴욕과 워싱턴 등에 또 다른 한가위를 열 계획이다.
TEL 212-213-0077
HOME PAGE www.hangawirestaurant.com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세련된 분위기와 맛으로 뉴욕 중심에 우뚝 서다
| Bann 반 |

외국인의 눈으로 한식을 재해석하다
뉴욕 교민 가운데 ‘우래옥’을 모르는 이는 없다. 10년 전 ‘한식의 세계화’를 선포하며 문을 연 이후 줄곧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 한식당이다. 미드타운에 위치한 ‘반’은 우래옥의 2세 격이다. 우래옥 창업자의 며느리인 최영숙 사장이 우래옥의 메뉴와 인테리어를 살짝 바꿔 4년 전 오픈했다.
반의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는 온두라스 출신 엘리자르 마르티네즈씨. 그는 92년 접시닦이로 우래옥에 첫발을 내딛은 뒤 그의 열정과 손맛을 알아본 우래옥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캘리포니아 프렌치 요리학교에 다녔다. 그 뒤 한국에서도 1년간 한식을 배웠다. 우래옥은 외국 셰프의 눈으로 재해석한 한식을 바랐던 것이다. 4년 전부터 반의 오픈과 동시에 자리를 옮겨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우래옥의 영향을 받은 반 또한 근원적인 맛을 지키기보다 취할 것만 취한 형태의 한식을 선보인다. 엘리자르 셰프가 꼽는 한국 음식의 장점은 참기름과 채소를 많이 사용해 신선하다는 것. 김치도 담근 뒤 일주일까지만 쓴다. ‘어머니 손맛’이라고 일컫는 ‘대충대충 레시피’는 철저히 계량화해 일관된 맛으로 요리하도록 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레페를 이용한 오리말이나 서양식 버브랭 소스를 얹은 게살말이 같은 요리도 있지만, 대부분의 메뉴는 한국 전통 요리다. 메뉴 자체는 전통이되, 맛은 현지화한 것이다. 간장, 소금, 후춧가루를 쓰는 정도는 한국 본토와 다르지만 순두부 찌개, 육개장에 외국인들은 브라보를 보낸다. 직접 만든 두부와 찌개류, 도미조림 등도 인기 메뉴다.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1 반은 일관된 맛을 낼 수 있도록 레시피를 계량화했다.
2 얇게 채 썬 무에 새우, 오리, 채소류를 넣어 만든 애피타이저.
3 채소로 속을 채운 고추튀김은 간장과 고추장을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4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도미찜. 달짝지근한 소스로 외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맛도 분위기도 레벨 업!
반의 입구는 세련된 클럽처럼 꾸며졌다. 어두운 조명, 높은 천장, 커다란 통유리창, 원목 바닥은 뉴욕보다 뉴욕적이다. 기와, 돌담, 나무 등 한국 전통의 소품이 있지만, 적재적소에 과하지 않게 비치돼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쪽 벽면에는 단골들의 개인 젓가락 함을 전시해뒀다. 함에 적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배우 마이클 J. 폭스, 크리스 오도넬 등 유명인의 이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픈형 주방을 통해 보는 지글지글 끓는 뚝배기와 그릴 위에서 익는 불고기도 재미난 구경거리다.
뉴욕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음식보다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우리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은 이를 위해 미국인 직원을 고용, 한국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뉴욕 멋쟁이들 사이에선 한국 음식을 아는 것뿐 아니라 비빔밥, 김치를 제대로 발음할 줄 아는 것이 세련됨의 척도로 통한다. 하지만 대중성은 일본이나 베트남, 타이 음식보다 한참 뒤처진다. 세계 속에서 친근한 음식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지화된 맛과 매력적인 문화를 함께 전하는 것이다. ‘반’ 역시 이에 동감, 보다 많은 외국인의 눈과 입을 사로잡기 위해 레시피 개발과 서비스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TEL 212-582-4446
HOME PAGE www.bannrestaurant.com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스타일리시 한식

1 2 원목 바닥과 다소 어두운 조명이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 놋쇠 그릇, 기와, 비단 보자기 등 한국적인 소품을 활용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던하다.
3 오픈형 주방을 통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성동아 2009년 10월 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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