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탤런트가 한의사가 됐다?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해도 되기 힘든 일을 ‘전원일기’ 노마 김태진(24)은 해냈다. 그의 뒤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한 동화구연가 권효순씨(52)가 있었다. 그는 “자녀교육을 하면서 사교육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양육자인 엄마의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틈나는 대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준 뒤 생각을 말하도록 하고, 귀 기울여 들어준 뒤 되도록 칭찬을 해줬더니 자신감을 갖더라고요. 그런 작업이 자연스럽게 공부습관에도 연결이 됐어요. 자존감을 갖게 되니까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는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첫째 아들은 현재 동화·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둘째는 숙명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막내인 태진씨는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지방에서 공중보건의로 군복무 중이다. 세 사람 모두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자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성취했다.
권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한 권의 동화책을 읽어주면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말한다. 첫째는 뒷이야기를 상상해 스토리를 만들어 들려줬고, 둘째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막내는 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반응했다고 한다.
“태진이는 동화 속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깊었어요. 감수성이 매우 풍부했는데 그 때문에 아역 탤런트로 활동하는 걸 매우 즐거워했죠. 이 외에도 숫자를 좋아해서 셈을 할 수 있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수학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초등학교 때 두각을 나타내면서 5, 6학년 때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죠.”
“아이의 적성과 기질에 맞는 도서 선택이 중요해요”
권씨는 막내 태진씨가 한의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자기주도학습을 꼽았다. 아역 탤런트로 활동하던 중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했고, 커서는 시험 날에 맞춰서 벼락치기를 하지 않고 자기 생활 패턴에 따라 공부했다고 한다. 권씨는 아이가 어릴 때 동화책을 읽어주며 생활습관을 잡아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태진이는 어릴 때 겁이 많아서 혼자 자기 싫다고 하는 날이 많았죠. 그럴 때면 용감한 아이가 등장하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너도 할 수 있겠지?’하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왔어요. 공부습관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아이가 등장하는 동화를 읽어주며 본받도록 했죠. 다행히 아이가 잘 받아들였고,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자기 목표를 설정한 뒤 알아서 공부 하더라고요.”
책을 가까이하게 된 김태진은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자신의 촬영 순서를 기다리며 책을 읽을 때가 많았다고. 이후 시간 활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그는 책읽기가 지루해지면 한자를 외웠고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권씨는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줄 때는 아이의 적성·기질 등을 먼저 살핀 뒤 이에 맞는 책을 골라 읽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의 발육에 따라 옷을 입히듯, 성장속도에 따라 맞는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무조건 학년별 권장도서를 읽히기보다는 아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뒤 읽어주는 게 중요해요. 초등학생이라도 독서력이 낮다면 그림책부터 읽어주고, 독서력이 높다면 고학년이 읽는 책을 읽게 해도 돼요.”
그는 둘째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특성이 있었던 딸에게 어느 날 모든 것을 재기 좋아하는 자벌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든 동물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재달라고 하는데 유일하게 꾀꼬리만이 자신의 목소리를 재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둘째 아이가 “소리는 잴 수 있는 게 아니야. 자벌레는 처음부터 모양이나 부피를 재주겠다고 말했어야 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권씨는 이후 이과적 특성이 강한 딸아이에게 과학원리와 관련된 책을 자주 읽어줬다. 편식하지 않도록 틈틈이 다른 종류의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책을 고를 때 되도록 재미와 교훈이 함께 있는 책을 고를 것을 조언했다. 동·식물을 다룬 책, 전래동화·신화 관련 책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하되 읽은 후에도 생각해볼 만한 꺼리가 있는 책이 좋다고.
“그런 면에서 가장 좋은 책은 삼국사기·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관련 동화책이죠. 호동왕자 이야기 같은 쉽고 재미있는 내용을 들려준 뒤 다양한 측면에서 물음을 던지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어요. 이는 자기주도학습에도 상당한 도움이 돼요.”
권씨는 또한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재능을 발전시켜주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에 반응하는지 잘 살피고 아이가 보이는 반응에 맞장구치는 것도 잊지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원일기’ 출연 당시 김태진.
그는 아역 탤런트 생활을 즐겼지만 공부에 흥미를 붙여 중학교 때부터 학업에 전념했다.
권효순씨 추천! 아이 특성에 따른 도서목록
● 상상력·창의력 풍부한 아이
지각대장 존 | (존 버닝햄, 비룡소) - 날마다 학교 가는 길에 일이 생겨 지각을 하는 아이는 이유를 말하지만 선생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이를 혼낸다. 학교 가는 길에 생기는 다양한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 장난꾸러기 맥스는 엄마에게 벌을 받아 방에 갇히는데 갑자기 밀림과 강이 나타나 괴물의 나라로 간다. 맥스의 모험을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책 속에 들어간 아이들 | (크리스틴 몰리나, 중앙출판사) - 피에로와 친구들은 삼촌이 책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 들어가 모험을 즐긴다. 책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피클힐 마법학교 시리즈 | (필 록스비 콕스, 푸른숲) - 몸·공룡·상어·사막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학교에 간 사자 | (필리파 피어스, 논장) - 학교에 데려가지 않으면 잡아먹겠다고 위협하는 사자의 이야기. 기발한 상상력과 산뜻한 필체가 돋보인다.
●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 (베르너 홀츠바르트, 사계절) - 땅속에 사는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자 머리에 똥이 잔뜩 떨어진다. 인체의 순환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화요일의 두꺼비 | (러셀 에릭슨, 사계절) - 올빼미와 두꺼비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동화. 생태계 먹이사슬에 대해 알 수 있다.
누가 누굴 먹는 거야 | (오바라 히데오, 함께읽는책) - 인간·자연·생물 모두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환경보호 그림책.
생명의 역사 | (버지니아 리버튼, 시공주니어) - 지구가 탄생한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았던 생명체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맛있는 자연공부 | (김기명, 청년사) - 초등학교 과학선생님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쓴 과학 입문서. 24절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 감성·이성이 골고루 발달한 아이
으뜸 헤엄이 | (레오 리오니, 마루벌) - 으뜸 헤엄이와 물고기들이 바다 속에서 번뜩이는 지혜를 모아 살아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백 번째 손님 | (김병규, 세상모든책) -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삭막한 세상에 숨어 있는 삶의 희망·기쁨·사랑·슬픔을 이야기한다.
피타고라스 구출작전 | (김성수, 주니어김영사) -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세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정·용기·지혜를 배울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 (햇살과 나무꾼, 채우리) - 책벌레 세종대왕, 말썽꾸러기 이항복, 홀로 유학생활한 최치원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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