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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스타 넘어 월드스타~ 이 병헌

글 이설 기자 |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09.09.22 10:46:00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아시아의 보물’ 이병헌. 그가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박수갈채. 영화 ‘지.아이.조’의 스톰 섀도로 미국에 이름을 알린 그의 도전이 눈부시다.
한류스타 넘어 월드스타~ 이 병헌

“이병헌씨는 연기력과 유머감각을 갖춘 훌륭한 배우입니다.”(시에나 밀러)
“공항에 마중 나온 그의 수많은 팬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채닝 테이텀)
7월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영화 ‘지.아이.조(G.I.Joe)’ 기자간담회. 함께 내한한 주연배우 시에나 밀러와 채닝 테이텀은 이병헌(39)과 작업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이병헌은 “한국이라 저를 띄워주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열성적인 제스처로 칭찬을 반복하는 두 외국배우의 태도에는 가식이 없었다.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가 선택한 영화는 ‘지.아이.조’. 세계 평화를 지키는 최강 정예부대인 ‘지.아이.조’와 매력적인 악당 그룹 ‘코브라’의 대결을 그린 액션물이다. 화려한 검술을 자랑하는 ‘코브라’의 비밀병기 스톰 섀도가 그가 맡은 역할.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지.아이.조’를 모르는 미국인은 없다. 64년 만들어진 액션 피겨(장난감)를 모태로 만화와 TV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슈퍼맨이나 배트맨만큼 인기 캐릭터인 것.
이런 인지도는 흥행에도 큰 보탬이 됐다. ‘지.아이.조’의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기록은 1위. 2위에 오른 메릴 스트립 주연의 ‘줄리 앤 줄리아’를 두 배 넘는 관객수로 따돌렸다. 이는 토종 한국배우가 나온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비가 출연한 ‘스피드 레이서’, 박준형이 연기한 ‘드래곤볼’, 박중훈이 출연한 ‘찰리의 진실’의 개봉 첫 주 성적은 각각 3위, 8위, 14위였다. 하지만 만화적인 내용의 영화를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
“‘지.아이.조’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어요. 대사도 많지 않고 액션 위주라서 ‘나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죠. 하지만 ‘미이라’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소머즈 감독과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 프로듀서의 조합은 거부할 수 없는 카드였어요. 첫 출발인데 미국 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최상의 조건이라 생각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서 ‘지.아이.조’의 인기가 엄청나더군요.”
한류스타 넘어 월드스타~ 이 병헌

시에나 밀러(왼쪽), 스티븐 소머즈 감독과 함께한 이병헌.


‘지.아이.조’는 시작, 할리우드 영화 선택권 가질 때까지 노력할 것
20년 연기경력의 베테랑 톱스타. 하지만 세계 영화의 중심지인 할리우드는 만만치 않았다. 언어와 문화는 물론 한국과 다른 영화판 분위기와 시스템에도 적응해야 했다. 극중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으로 박수를 받긴 했지만, 역시 언어가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동료 배우인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해질 정도로 일상회화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어려운 대화를 하면 잘 못 알아들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발음에 소질이 있어서 영화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또 할리우드에는 액센트와 장·단음을 지도하는 보이스 트레이너가 따로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은 규모부터가 달랐다. 예사로 길 전체를 막고 차량 수십 대를 부쉈다. 기술 면에서도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다. 소품을 빠뜨려도 컴퓨터 그래픽(CG) 처리로 커버가 가능했고, 액션 장면에서도 안전장치가 철저했다. 그럼에도 워낙 액션이 많다보니 부상은 피해갈 수 없었다.
“스톰 섀도는 검술 등 무술에 능한 인물이에요. 여느 때처럼 발차기 연기를 하는데 하루는 발이 잘 안 올라갔어요.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찢어졌다고 하더군요. 데니스 퀘이드와 연기 중에는 호흡이 안 맞아 칼이 데니스 퀘이드의 인중에 맞는 사고가 있었고요.”
이병헌은 2005년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CAA와 전속계약을 맺고 미국 진출을 준비해왔다. CAA는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 줄리아 로버츠 등 톱스타가 다수 속해 있다. 이번 영화의 캐스팅은 개인적인 채널로 진행됐다. 캐스팅을 맡은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그의 사진을 보고 “딱 스톰 섀도다”라며 흡족해했으며,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그의 디테일한 연기와 프로 근성에 감탄했다. 이 영화 후속편이 아니더라도 다른 작품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며 ‘신뢰할 만한 배우’로 인정받았다. 드라마 ‘올인’으로 아시아 전역에 팬을 거느린 한류스타 대열에도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도전의 길을 택했다. 많은 배우들이 차근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의 행보는 유난히 바지런했다. ‘놈놈놈’ 촬영을 마친 뒤 분장 지울 시간도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일화가 대표적이다. 그의 다음 꿈은 무엇일까.
“‘지.아이.조’ 촬영은 좋은 경험이었어요. 하루 종일 기다리고 한 장면도 못 찍은 날도 있고, 지나가는 장면만 촬영한 날도 많았죠. 조연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어요. 블록버스터 영화로 많은 부분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이름을 알리다 보면 훗날 할리우드에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기회가 오리라 믿습니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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