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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곽금주 교수가 조언하는 관계의 기술

글 이설 기자 | 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 2009.09.12 11:16:00

무슨 말만 하면 눈을 부라리는 초등학생 아들. 문을 꼭 걸어 잠그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중학생 딸. 평생 품 안의 자식일 줄 알았던 착한 아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세상에서 가장 골치 아픈 자녀와의 관계. 서울대 곽금주 교수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가 조언하는 관계의 기술

“재미있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50). 사이좋은 부모와 자녀 관계를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찾았다. TV 속 그대로 딱 부러지는 말투와 인상. 그가 “재미있다”고 표현한 이야기는 요즘 대학생과 학부모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학교 행사에 부모들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테면 전공 설명회에 자녀와 함께 참석해 직접 정보를 챙기는 거죠.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시고요. 자녀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학생활까지 관리대상이 됐다는 생각에 씁쓸하더군요.”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 어떤 관계보다 미묘하고 골치 아픈 관계. 마음을 수천 번 다스려도 부족한 관계. 바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다. 다른 관계가 그렇듯 부모자녀 관계도 다양하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있는 반면 기형적인 관계도 많다. 집집마다 부모자녀 사이가 제각각인 이유부터 물었다.
“부모자녀 관계는 끊임없이 변해요.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안착되지만, 서로의 심리발달 상황에 따라 계속 반응을 주고받죠.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돌보다가, 사춘기에는 함께 갈등을 겪고, 장성한 뒤에는 자녀가 노부모를 보살펴요. 각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 거죠.”
“재미있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50). 사이좋은 부모와 자녀 관계를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그를 찾았다. TV 속 그대로 딱 부러지는 말투와 인상. 그가 “재미있다”고 표현한 이야기는 요즘 대학생과 학부모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학교 행사에 부모들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테면 전공 설명회에 자녀와 함께 참석해 직접 정보를 챙기는 거죠.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시고요. 자녀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학생활까지 관리대상이 됐다는 생각에 씁쓸하더군요.”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 어떤 관계보다 미묘하고 골치 아픈 관계. 마음을 수천 번 다스려도 부족한 관계. 바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다. 다른 관계가 그렇듯 부모자녀 관계도 다양하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있는 반면 기형적인 관계도 많다. 집집마다 부모자녀 사이가 제각각인 이유부터 물었다.
“부모자녀 관계는 끊임없이 변해요.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안착되지만, 서로의 심리발달 상황에 따라 계속 반응을 주고받죠.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돌보다가, 사춘기에는 함께 갈등을 겪고, 장성한 뒤에는 자녀가 노부모를 보살펴요. 각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 거죠.”
서울대 곽금주 교수가 조언하는 관계의 기술

그렇다면 시기별 관계의 특징은 어떨까. 먼저 영·유아기에는 관계의 바탕인 신뢰가 형성된다. 부모가 보내는 애정과 관심에 따라 부모에 대한 신뢰와 세상을 보는 시각이 결정되는 것.
초등학교 무렵에는 두 가지 특징을 보이는데, 하나는 부모보다 친구를 더 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란 부모의 한 가지 면을 전체로 확장하는 습성을 뜻한다. 예컨대 한번 술 취한 모습을 보이면 영원히 ‘엉터리 아빠’로 각인되는 식이다.
다음 단계인 청소년기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힘든 시기. 자녀는 사춘기를, 부모는 중년을 맞아 내적 갈등이 심하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사소한 감정싸움도 큰 갈등으로 번지기 쉽다. 곽 교수는 “각각의 시기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좋은 관계를 굳힐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유아기 때는 애정으로 자녀를 돌봐야 하지만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그때부터는 또래와 가까워지면서 부모를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거든요. 부모의 작은 허물을 확대해석해 반항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녀를 인정하되 훈육은 일관성 있게 해야 합니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가 조언하는 관계의 기술

한국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희생정신 강하지만 기대와 불안감도 커
성장 시기마다 감정의 공을 제대로 주고받지 못하면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쌓이면 관계가 악화된다. 많은 부모자녀가 시기별 변화를 놓치거나 뒤늦게 깨닫는 실수를 저지른다. 부정적인 관계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형태로는 2가지가 꼽힌다. 바로 ‘소유형’과 ‘의존형’이다.
‘소유형’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속물로 생각한다. 자녀와 자신을 동일시해 자녀의 고유한 생각, 의사결정, 행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무심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죠. 어릴 때는 괜찮지만 사춘기를 지난 자녀가 자기주장을 하면 충격을 받아요. ‘내 아이인데 왜 그러느냐’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러느냐’가 이런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죠.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자녀에게 험한 말도 더러 하고요.
행복한 부모자녀가 되는 기본은 ‘분리’예요. 아이를 책임진다는 것보다 길러낸다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내가 명문대를 나왔으니 우리 아이도 그래야 하고, 내가 힘들게 살았으니 우리 아이는 성공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만의 인생을 인정해야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생깁니다.”
‘의존형’은 서로 지나치게 의지하는 관계. 상식에 비춰 나이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부모의 뜻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면 의존형으로 본다. 이 유형의 부모는 대부분 자녀에게 헌신적이다. 곽 교수는 “계속되는 의존은 서로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부터 자립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 자아정체감에 대한 고민과 정리를 끝내요. 반면 한국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야 고민을 시작하죠. 그만큼 정신적 독립이 늦다는 거죠. 이는 성적 위주의 입시 등 환경적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의 교육가치관 탓도 큽니다.
한국 부모들은 유난히 자녀에 대한 희생정신이 강해요. 그만큼 기대와 불안감도 크고요. 하지만 자녀는 언젠가 부모 품을 떠나 혼자 살아가야 합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단계적으로 서로를 놓아주는 연습을 해야 혼자 일어설 힘이 생기죠. 20,30대에도 스스로 사소한 결정 하나 내리지 못하는 성인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최근 부쩍 ‘헬리콥터족’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란 어떤 것일까. 부모자녀 관계도 연인관계나 친구관계와 다르지 않다. 곽 교수는 “소유나 집착 없는 상태에서 친밀한 관계, 즉 정서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친구 같은 부모’라는 것은 ‘말이 통하는 관계’를 뜻해요.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되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가, 부모가 노년일 때는 자녀가 눈높이를 맞춰야 친구가 될 수 있죠. 이 관계는 친밀도가 높아 갈등이 생겨도 해결이 쉬워요. 갈등 없이 평화롭다고 좋은 관계는 아니에요. 아예 단절된 관계는 대화가 없기에 갈등도 없죠. 그런 부모자녀 간에는 감정의 골이 한번 깊어지면 수습이 어렵습니다.”

“자녀와 건강한 관계 유지하려면 ‘공감대 형성’과 ‘감성 나누기’가 선행돼야 해요”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공감대 형성. 무턱대고 “이야기하자”고 나서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공감대는 자녀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자녀의 성장과정을 잘 인식해야 해요. 아이들은 본인보다 너무 어리거나 어른스러우면 흥미를 잃죠. 수준과 관심을 알아야 거기 맞춰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와 속내를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친해지는 데도 단계와 요령이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 동참하는 것. 다소 귀찮더라도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 함께해야 마음의 문을 연다고 한다.
“중학생인 아이가 게임에 빠져 고민 중인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어요. 야단도 치고 게임을 못하도록 컴퓨터를 압수해도 게임을 멈추지 않더래요. 좋게 설득을 하려 해도 이야기를 듣지 않고요. 결국 그 엄마가 택한 방법은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한 거예요. 더듬더듬 게임을 배워서 함께 하다 보니 아이가 슬슬 이야기를 하더래요. 처음부터 대화가 되는 게 아니에요. 함께 뭔가를 하다가 툭툭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 보면 다른 이야기도 하고 토론도 하게 되는 거죠.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애착관계를 쌓지 못했다면 초·중·고등학교 때 함께 캠프를 가거나 축구를 하는 등 몸으로 친해지는 방법을 권합니다.”
대화의 방법도 중요하다. 곽 교수는 “팩트가 아닌 감정을 주고받으라”고 조언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생각과 감정보다 일과를 주로 묻는데, 그런 종류의 대화보다 생각을 교류하는 편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
“부모자녀 대화의 일반적인 패턴은 일과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에요. 팩트로 이뤄진 대화는 서로의 일상을 업그레이드하는 이상의 의미는 없어요. 그것보다 ‘구름을 봤는데 멋지더라’ ‘저 사람의 발언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는 식으로 감정과 생각을 나눠야 친밀도가 높아지죠.”
어릴 때부터 성실히 관계를 다졌다면 고민할 일이 없을 터. 하지만 흠 없는 부모자녀 관계는 흔치 않다. 한번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에 곽 교수는 “불가능하진 않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년간 관계가 소원했다면 4년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것도 시간적·질적으로 쌍방이 열심히 노력해야 회복이 가능하죠. 한 달에 한 번 소풍을 가는 식으로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내야 빨리 정이 쌓이겠죠. 타인과의 관계에 쏟는 노력만큼 존중하고 사랑하면 자녀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겁니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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