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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세에 KAIST 입학 성현우 남다른 공부법

글 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9.12 11:09:00

성현우군의 이력은 여러모로 남다르다.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였던 것. 현우군과 그의 부모가 영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을 들려줬다.
만 15세에 KAIST 입학 성현우 남다른 공부법


“지난 2007년 최연소(만 13세)로 전국 과학 영재들이 모인다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에 합격해 화제가 되었던 성현우군(15). 그가 올해 또다시 KAIST 조기 입학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각축을 벌이는 KAIST지만 현우군 나이에 합격하는 경우는 드물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현우군은 웃으며 답했다.
“학교와 KAIST 간에 연계가 잘돼 있어 별 무리 없이 전형에 통과한 것 같아요. 기쁘기도 하지만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고 하니까 섭섭하기도 해요.”
현우군의 엄마 김연희씨(40)는 아들이 영재학교에 입학할 때 너무 어린 나이라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겨우 학교생활에 적응하나 싶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생각을 하니 아들이 안쓰럽다고. 김씨의 걱정과는 달리 현우군의 학교생활은 ‘모범’ 그 자체다. 현우군은 기숙사 생활뿐 아니라 수업,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여, 마술 동아리 활동 등에도 성실하게 임하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현우군은 어릴 때부터 주목받던 영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골치 아픈 ‘말썽꾸러기’였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해 1학년 한 학기는 엄마와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할 정도였다.
“현우는 어른의 말이라 해도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면 따르지 않았고 자기 생각이 관철되지 않으면 감정이 앞서서 주먹이 먼저 나가곤 했어요.”
현우가 친구들과 다투거나 유치원에서 지적을 받을 때마다 김씨와 아버지 성용경씨(45)는 아들을 엄하게 꾸짖었다. 벌도 주고 매도 들었다. 하지만 현우의 행동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반발심만 커졌다. 그럴수록 부모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현우가 여섯 살 때였어요. 혼자 태권도 학원에 가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유치원 친구들을 때리고 못살게 군 일이 있어요. 현우는 학원으로 도망가버리고, 괴롭힘을 당한 아이 엄마들이 차례로 인터폰을 걸어오는데 땅으로 꺼져내리는 심정이었죠. 현우가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닦아세웠어요.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친구들을 때렸느냐고요. 몇 시간을 그렇게 진을 빼고 쓰러져 있는데 현우가 다가와서 속마음을 털어놓더라고요. 친구들이 먼저 자기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그래서 화가 났다고요. 친구들이 평소 현우의 괴팍한 모습에 지레 겁을 먹고 피했던 모양이에요. 저는 현우가 장난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속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던 거예요. 엄마인 저조차 그 마음을 읽을 줄 몰랐던 거죠. 그때부터 현우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네 편이 돼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부부는 아동심리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고 현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양육 태도가 바뀌면서 현우의 사회성도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관심 없는 과목 시간에는 수업을 듣지 않고 딴청만 부리던 현우는 이런 노력 끝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범생이 된 것이다.
만 15세에 KAIST 입학 성현우 남다른 공부법

모든 아이는 저마다 영재성 타고나, 부모 욕심 걷어내면 아이의 재능 눈에 보여
김씨는 “대화의 힘이 현우를 키웠다”고 말한다. 특히 아빠와 현우는 한번 토론을 시작하면 새벽 2,3시를 넘기곤 했다.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서로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빠 성씨는 아무리 아이의 생각이 부족해 보이고 엉성할지라도 결론을 미리 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한다고 한다. 정답을 정해놓지 않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아빠는 거의 화제에 오르질 않아요. 그만큼 대화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아빠와는 시시콜콜한 것부터 사회적·정치적인 이야기, 또 친구들과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까지도 할 수 있어서 답답할 때면 아빠를 찾게 돼요.”
이렇듯 대화를 통해 안정을 찾으면서 현우의 재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사실 부부는 현우가 어릴 때 받은 아동용 웩슬러 지능검사(KEDI-WISC)를 통해 현우에게 과학과 수학 분야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엔 아이의 영재성을 부모가 키워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영재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잖아요.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아이가 행복해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부터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무엇을 하든 아이의 의지와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현우는 검사결과 지능이 상위 0.2%에 속하는 영재였지만 성씨 부부는 따로 사교육을 시키거나 공부를 가르치지 않았다. 그 흔한 학습지도 하지 않았고 1~2주에 한 번 한국과학영재교육원을 찾아 수업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현우의 유일한 과외선생은 다름 아닌 책. 초등 6학년 때는 그해 1천 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워 달성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원에 다니지 않은 게 탈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그래서 막판 한 달은 사설 입시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제가 스스로 터득한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고 제가 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죠.”
다들 사교육에 의존하는 시대, 현우군의 공부법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현우군을 지도하는 교수들도 현우군의 ‘나 홀로 공부법’을 높이 평가하고 여기서 비롯되는 창의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물론 과외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름길을 두고 멀리 돌아갈 때도 있겠죠. 하지만 현우 스스로 찾아낸 길이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있고 독창적이라 생각해요. 현우가 이렇게 스스로 공부를 해낼 수 있는 것은 독서·대화·토론 등이 뒷받침되었겠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재미있고 행복해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공부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아이, 엄마 잔소리 없이 공부를 알아서 척척 하는 아이, 그야말로 ‘엄친아’의 최고봉이다. 아이가 이처럼 공부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비결은 따로 있을까? 김씨는 부모의 욕심을 걷어내면 아이의 ‘영재성’이 보인다고 귀띔한다.
“요즘 영재교육 열풍이 부는데 현우 이야기가 그런 분위기에 또 하나의 돌을 얹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워요. 하지만 저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영재라고 믿어요. 공부 잘하는 아이만 영재인가요? 놀기 잘하는 영재,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영재, 요리를 잘하는 영재… 영재란 무엇이든 스스로 즐기면서 할 줄 아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현우군의 꿈은 자유롭고 행복한 수학자가 돼 KAIST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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