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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 자화상

2009. 09. 11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 자화상

이 그림은 화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잘 그렸다고 생각되나요, 아니면 못 그렸다고 생각되나요? 루소가 활동하던 19세기 말 사람들은 그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루소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이렇듯 한 예술가에 대한 평가를 극과 극으로 갈랐을까요?
예전에는 사람과 사물을 사진으로 찍은 듯 정확하게 그린 그림을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화가가 지닌 개성이 잘 드러난 그림을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잘 묘사하는 것보다 그리는 이의 마음과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루소의 그림은 매우 잘 그린 그림입니다. 개성이 잘 드러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순수한 시각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외관상으로 보면 열심히 그린 것 같은데 사물의 형태나 원근법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모자라 보이지요. 그럼에도 색채와 분위기는 조화롭습니다. 기술이 떨어져 보이는데 느낌은 충만하니 볼수록 재미있습니다.
루소의 자화상은 그런 면에서 진정으로 훌륭한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김새를 정확하게 그려서가 아니라 그림에서 화가 자신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더~ 자화상은 화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사람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의 하나이지만, 다른 초상화에 비해 늦게 발달했습니다. 초상화는 대체로 주문에 따라 그리는 그림이었으므로 화가 스스로 자신의 초상을 그릴 이유가 없었지요.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화가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자부심과 자의식을 표현한 자화상이 많이 그려지게 됩니다.


앙리 루소(1844~1910)
루소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세관원으로 일하며 일요일에만 틈틈이 그려 처음에는 그저 아마추어 취급을 받았지요. 하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소박한 표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해졌습니다.
루소, 자화상, 1890년경, 유화, 146×113cm, 프라하국립미술관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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