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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돌연 중국 유학 떠나는 아나운서 고민정

“6년 방송 생활 희로애락, 안주 대신 모험 선택한 이유”

글 임윤정‘자유기고가’ | 사진 지호영 기자 || ■ 장소협찬 마마스(02-783-5505)

입력 2009.08.24 11:24:00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하나의 여행일 뿐이다. 아나운서 고민정은 이곳에서의 여행을 잠시 접고, 8월 중국으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난다. 아나운서 6년 차라는 중요한 시기에 1년의 공백은 클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안주가 아닌 변화를 택했다. 그는 “거창하게 말해 유학이지 사실 새로운 얘깃거리를 찾으러 가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돌연 중국 유학 떠나는 아나운서 고민정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울까. 고민 끝에 중국 유학을 결심한 고민정 KBS 아나운서(30)의 얼굴에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자의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리고 차분하되 확고한 말투에선 자신이 왜 떠나야 하는지, 떠나서 무엇을 얻고 돌아올 것인지를 숱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죠. 6년 차가 됐으니 저한테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남편도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유학 후 아무런 변화도 없으면 시간과 돈만 버리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 성격인 것 같아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주로 어려운 길만 택했어요. 당장은 힘들어도 나중에는 얻는 게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결정했죠.”
그는 중국 칭다오에 있는 한 대학에서 한국어가 어느 정도 인지되고 있고, 얼마나 뻗어나갈 수 있을지 연구할 계획이다. 거창하게 말해 유학이지, 사실 아나운서로서 시청자에게 전할 얘깃거리를 찾으러 가는 여행에 가깝다. 첫 수업이 시작되기 한 달 전인 8월께 들어가 먼저 여행을 할 생각이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현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 위주로 찾아가 직접 보고, 듣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생생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한다.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서구에서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는 샹그릴라(중국 윈난성 디칭 티베트족 자치주).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상 속에 과연 유토피아는 존재할까? 스스로 자문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KBS ‘무한지대’ MC를 4년째 맡아오고 있는 고민정은 항상 마음 한편에 갈증이 있었다. 단순히 입으로만 정보를 전달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를 진정성을 담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나운서가 된 것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였다.
“몸이 힘든 여행이 될 거예요. 배낭 하나 메고 직접 걸어 들어가서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제 눈으로 담아오고 싶어요. 항상 한국 안, 서울 안, 회사 안에서만 숨통을 트려고 했는데,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고 싶어졌어요.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를요. 일년 후엔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행복의 깊이도 더 깊어지지 않을까 해요.”
아나운서로서의 삶을 일차 정리하는 지금, 지난 6년간의 시간은 더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첫 방송이 전파를 탔을 때 느낀 희열, 늦잠을 자서 메이크업을 못한 상태로 뉴스를 진행했을 때의 당혹감, 한 선배로부터 비음을 지적받았을 때의 좌절, 청취자로부터 응원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감격 등 모든 희로애락의 순간이 지금 고민정을 있게 했음을 깨닫는다. 그 가운데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돌연 중국 유학 떠나는 아나운서 고민정

“새벽 다섯 시 뉴스를 진행하기로 돼 있던 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집이 가까운 제가 대타로 불려나갔어요. 여유롭게 운전하면 늦지 않을 거리였음에도 신입사원 때라 조급한 마음에 속도를 너무 냈어요. 핸들을 꺾었는데 바퀴가 안 틀어져서 그대로 고가 밑 기둥을 들이받아버렸어요. 다행히 몸은 안 다쳤지만, 라이트부터 백미러, 문짝까지 차가 완전히 찌그러졌죠. 한 손으로 백미러를 잡고 운전해 가서 방송을 마쳤어요. 선배들이 방송보다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사실 그때 저에게는 방송이 더 중요했어요.”
방송 6년 차가 되자 슬럼프가 찾아왔다. 새로운 일을 저지르지 않고는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의 모습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고 그는 말한다.
“기회가 된다면 중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책으로도 엮고 싶어요. 글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제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에 글도 자주 올려요. 물론 작가인 남편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웃음).”

11년 나이 차 극복하고 결혼한 남편 조기영 시인과 함께 떠나는 유학
고민정은 지난 2007년 조기영 시인과 7년 열애 끝에 11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소위 재벌가 며느리 1순위인 아나운서가 가난한 시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인 남편을 둔 덕에 프러포즈도 청혼시로 받았다. 그 시 가운데 한 대목이다.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돈으로 셈할 수 없는 값진 프러포즈였던 셈이다. 고민정 역시 만난 지 1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해 남편에게 값진 선물을 하나 했다.
“인터넷을 뒤져 알아보니 일반인에게 책 만들어주는 곳이 있더라고요. 지난 10년을 글로 써서 선물해줘야겠다 생각했죠. 오빠가 집을 비운 시간을 쪼개서 쓰려니까 넉 달이나 걸렸어요. 주문한 책이 도착하던 날, 혹시 오빠가 미리 뜯어볼까봐 선물할 거니까 포장 뜯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뒀죠. 기념일에`` 짠~ 하고 보여줘야 하니까요. 근데 집에 들어갔더니 벌써 뜯어져 있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고민정 지음’이란 글자만 보고 ‘고민정이란 작가도 있었나?’하고 별 생각 없이 도로 놔둔 거예요. 지금껏 저한테 받은 선물 중 가장 감동이었대요.”
이번 유학에는 남편도 함께한다. 그가 처음 유학 얘기를 꺼냈을 때 남편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한국인의 모습을 글로 남기기에도 벅차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중국 내 한민족을 통해 소재를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결국 남편도 공감해줬다.
처음에는 떠날 생각에 소풍 앞둔 어린아이처럼 설레었다. 하지만 떠날 날이 가까워지면서 그 설렘은 아쉬움으로 변해갔다. 방송에서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 애틋할 수 없다. 군대에 애인을 떠나보내는 여자의 마음이랄까. 특히 라디오 ‘고민정의 야인시대’는 청취자와 보다 가깝게 소통해왔기 때문에 아쉬움도 더하다. 팬클럽 회원들과도 조만간 자리를 함께할 생각이다. 여기서의 작은 추억 하나가 낯선 땅에선 큰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년 후 지금의 고민정과 똑같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투자한 거니까. 돈이 남아서 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집과 차를 팔아 가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해서 가는 건데, 일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으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이번엔 무슨 생각을 할까? 무슨 일을 벌일까? 항상 기대되는 ‘프레시’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민정.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블로그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생각이다. 즉각적인 채찍질을 통해 자신이 안주하지 않도록 말이다.
“학교 내 교직원 숙소에서 살 거예요.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죠. 처음에는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고민도 되더군요. 근데 이렇게 자꾸 내 주위에 울타리를 치면 아무도 못 들어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편히 살기 위해 떠나는 유학이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싶어요.”
1년 동안 그는 아나운서 고민정을 잠시 내려놓고, 인간 고민정으로 돌아가 세상의 소소한 얘깃거리들을 가슴속에 채집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방송으로 돌아와 그간 모아온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그때를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

여성동아 2009년 8월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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