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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한식, 세계를 가다 ①일본 도쿄 편

高矢禮 고시레

일본 속 작은 한국, 진정한 맛과 멋의 여행

기획 동아일보 출판팀 | 취재 송기자‘출판팀 기자’ | 사진 박해윤 기자

입력 2009.08.21 10:29:00

해외여행 가서 ‘왜 굳이 늘 먹는 한국 음식을 먹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도쿄에 가면 마음이 바뀌는 음식점이 있다. 한국인이 먹어봐도 맛있는, 한국에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멋있는, 우리 이야기가 들리는 곳이다. 이미 일본인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한국식 그대로 미식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타국에서 조용히 불고 있는 한식의 새 바람. 그 근원지인 소선재·고시레·스태미나엔의 맛있는 이야기, 멋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 한식이 한국인의 음식을 넘어 세계인의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달부터 도쿄, 홍콩, 뉴욕, 파리 등 세계 각국의 트렌디한 도시에서 인기 끌고 있는 한식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 생생한 한식 세계화 현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高矢禮 고시레


고급화-대중화-다양화로 이어지는 한식의 재구성

일본 속 작은 한국, 그 풍요로움에 취(醉)하다
| 高矢禮 고시레 |

Variety Gosireh Parade
소선재가 한식 세계화의 한일합작 성공 프로젝트라면, 고시레(高矢禮)는 100% 한국 자본으로 기획 운영되는 좋은 예다. 고시레의 운영사는 디지털어드벤처로, 한류스타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소속사 키이스트의 자회사다. 그래서인지 모든 매체에서는 고시레를 ‘배용준의 한식당’으로 앞다퉈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 전해진 것으로, 사업 초 배용준이 고시레 컨셉트 설정부터 디자인까지 많은 부분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배용준 외에도 패션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 정구호의 스타일링 디렉션과 궁중음식연구가 한복진 교수의 푸드 디렉팅 등 다른 많은 전문 인력의 노력도 있었다. 게다가 음식점의 성패가 결국 ‘맛과 서비스’이고, 맛이 없거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대단한 관심도 금세 물거품이 됐을 테니 성공 요인을 한 스타의 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시레가 2006년 8월 오픈한지 2주 만에 6천건 예약으로 초반부터 문전성시를 이뤘으니 일본 내 ‘욘사마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초기의 고객 확보와 일본 외식업계 및 미디어의 절대적인 관심은 일본 시장에서 고시레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큰 힘이 됐다.



高矢禮 고시레

1 1층 홀은 전통 문살 문양이 현대적인 대리석과 어울려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2 우리의 옛 궁궐을 재현한 고시레 외관.
3 4 5 고시레 VIP 공간. 고시레는 일본 내에서도 값 비싼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그 안에서도 VIP룸은 가격대가 1인당 5만엔, 우리 돈으로 70만원 정도 한다. 그런 만큼 대접도 각별해 VIP룸을 예약하면 출입문부터 다른 별실을 이용한다. 내부는 한국의 궁궐을 그대로 재현했다.
高矢禮 고시레

6 고시레 내부는 손님과 직원이 드나드는 공간이 구분돼 있다.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고객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해주려는 의도이다.
7 2층 룸.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현대식이지만 창문을 통해선 한 상에 모든 음식을 담은 우리 전통 상차림이 들어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해석, 세계적인 한식 문화를 만들다
고시레는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고시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고시는 비를 다스려 곡식을 관장하는 음식의 신으로, 그 신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예를 갖춰 표현한 것이 고시예다. 이것이 변해 고시례, 다시 고시레가 됐다. ‘고시레’라는 브랜드는 그 뜻을 인테리어, 음식, 스타일링, 서비스 등 레스토랑 전반에 걸쳐 재현하고 있다.
일본식 건물들이 빼곡한 아자부주반 고급 주택가 어느 골목에서 우리의 옛 궁궐을 재현한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다. 놀라운 것은 솟대, 꽃담, 꽃살, 누마루, 댓돌 같은 전통 요소들을 공간의 주 모티프로 활용했으면서도 전혀 예스럽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모던하다. 컬러를 블랙&화이트로 제한했고, 선과 면도 단순하게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그림으로, 자수로, 다양한 형태로 새겨진 나비 문양들이 포인트가 돼 적당히 화려함을 더한다. 전체 공간은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1층은 각 테이블이 개방돼 있고 2층은 분리돼 식사하는 동안 서로 간섭 받지 않게 했다. 운영은 100% 예약제다. 메인 스태프는 모두 한국인이고, 서빙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일본인들이 한다. 고시레는 일본인들에게 작은 한국이나 다름없다. 이곳에 온 사람은 한국에 온 귀한 손님이고, 고시레는 그 손님들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우리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고시레 음식에는 우리 고유의 특성이 가장 잘 살아 있다. ‘약식동원’의 식문화에 근거하고 있어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음식들이다. 말린 채소를 튀긴 고소한 부각, 오래 둘수록 깊은 맛이 나는 장아찌, 자연 그대로 무쳐 아삭아삭한 생채,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돋우는 전, 화려한 색과 산뜻한 맛의 구절판, 신선이 먹는 듯 기품 있는 신선로,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해천탕 등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 한국 음식과 건강식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곳 음식은 쟁반이 아닌 커다란 상에 모두 차려진 후 직원 전용 통로를 통해 손님 테이블 위로 올려진다. 이때 서빙하는 직원들은 “상 들어갑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문지방 넘어 큰상 들고 들어와 손님을 맞던 한국 전통의 한상 차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高矢禮 고시레

1 궁중안주 5종. 호두강정, 어란, 더덕정과, 차잎부각, 꽃감, 각각에 우리 고유의 맛이 있다.
2 오이로 만든 소를 넣고 해삼 모양으로 만들어 찐 만두인 규아상. ‘미만두’라고도 하며 여름에 먹는다.
高矢禮 고시레

3 너비아니인삼구이. 일본의 3대 브랜드 소인 요네자와산 쇠고기로 만든 요리. 고기를 양념장에 재워 구운 맥적을 현대화한 요리로 여기에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우리 특산품 인삼을 함께 넣어 조리했다.
4 승기약탕(도미면). 도미와 당면을 곁들여 만든 생선찜으로 화려한 모양새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5 잔칫상. 함께 기뻐하고 즐길 일 있는 날 추천하는 메뉴. 양반들의 잔치 음식을 재현했다.
6 반가상. 한국의 종갓집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음식들이다.
상차림은 고시상, 사찰상, 약선상, 반가상, 잔칫상, 주안상으로 구분돼 모임의 성격과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고시상은 팔도의 진상품으로 바치는 최고 진미들을 담은 상이다. 조선 전역, 팔도에서 올라온 진상품을 왕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요리한 상차림인 것. 사찰상은 산과 들에서 얻은 깨끗하고 순수한 재료들로 만든 음식으로, 오신채를 금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스님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약선상은 먹는 것만으로 몸을 보할 수 있는 보약 같은 음식들로 차린 상이다. 반가상은 한국 종가집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비법으로 만든 상차림이고, 잔칫상은 경사스러운 날 음식만으로도 기쁨이 배가되는 기분 좋은 상차림이다. 주안상은 ‘춘향전’의 한 대목에 나오는 상차림을 재현해 풍류와 함께 술과 음식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게 한다. 언뜻 전통 궁중 음식만 고수하는 듯 보이지만 음식의 재해석 과정을 거쳤다. 과거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음식도 있고, 한국에 없는 좋은 식재료에 우리식 조리법을 가미해 한국에서도 각광 받을 만한 음식도 있다.
고시레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정경언 본부장((주)고릴라 라이프웨어 사장)은 이런 작업이 맛의 ‘외국화’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외국화는 현지 음식의 특성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것이지만, 맛의 현대화는 한국 음식 시장 안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작업이라는 것. 우리가 지금 높이 평가하는 프랑스식, 이태리식 또한 몇 백 년 전 음식만 고집하지 않듯, 어떤 음식이든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고급화-대중화-다양화로 만들어가는 한식 세계 제패
고시레는 아름다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시 새롭고 매력적인 한국 문화를 만들었다. 그 문화는 고시레 안에서도 계속 변화·발전해 또 다른 고시레를 만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 나고야에 오픈한 고시레 2호점 ‘고시레 火’ 가 그중 하나다. 고시레 1호점이 고급화 전략으로 경제력 있는 40대 여성과 비즈니스맨 중심의 상류층을 겨냥했다면, 고시레 2호점은 젊은 직장인과 연인 등 일반 대중을 겨냥해 구이 중심의 음식을 캐주얼한 다이닝바 형태로 내놓고 있다. 또 일본의 대표 프렌차이즈 기업인 세븐일레븐과 함께 고시레 도시락 세트를 출시, 3번에 걸쳐 예약 판매를 실시해 그때마다 경이적인 판매 실적을 보여준 것도 고시레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자랑할 만한 업적이다.
이는 ‘고급화’로 현지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관심을 불러일으킨 뒤 ‘대중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전파하고, 그 다음은 ‘다양화’로 한식을 라면처럼 일상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고시레 측의 전략이다. 이제 고시레는 음식, 그 이상의 문화를 파는 기업이 됐다. 그 움직임이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일본을 시작으로 다음은 대만·중국·동남아시아, 그리고 미국·프랑스·영국 등 세계 경제가 힘차게 움직이는 곳을 따라, 한식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다.
TEL | 고시레 1호점 03-5791-3331, 고시레 2호점 052-310-0540 HOME PAGE | www.gosireh.com
▼ 얼마 전 나고야에 오픈한 고시레 2호점 ‘고시레火’. 전통적이고 고급스러운 고시레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젊고 감각적이다. 구워 먹는 메뉴 중심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여성동아 2009년 8월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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