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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Art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글 정혜연 기자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09. 08. 01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벨라스케스를 따라서 2006, 캔버스에 유채, 205 x176cm 벨라스케스가 그린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테레사를 보테로는 비정상적인 비례로 표현했다.







투우사 옷을 입고 그림을 그리는 보테로. 그의 삼촌은 조카가 유명한 투우사가 되기를 바라고 투우사양성학교에 입학시켰다.
튜브에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것처럼 부풀려진 인간과 동물, 빨갛고 노란 색깔의 경쾌한 대비, 독특한 양감이 드러나는 정물….
콜롬비아 출신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 전시에 들어서면 라틴 특유의 유머감각과 정서를 체감하게 된다. 하나같이 살찐 모습으로 그려진 작품 속 인물들은 작고 통통한 입과 옆으로 퍼진 눈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이 흘러나오게 만든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거장들의 작품마저도 익살스럽고 재치 있게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섬세하고 우아한 초상화로 익숙한 벨라스케스의 대표작 ‘왕녀 마르가리타’를 재해석해 뚱뚱하고 못생긴 꼬마 숙녀로 그린 ‘벨라스케스를 따라서’는 비정상적인 비례가 돋보인다. 그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단순히 뚱뚱함이 아닌 관능미와 여유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자화상 1992, 캔버스에 유채, 193x130cm


보테로는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행상인 다비드 보테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4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투우사 양성학교를 졸업한 그는 16세 때 그룹전에 2점의 수채화를 출품한 것을 계기로 그림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메데인의 주요 일간지에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멕시코 벽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아방가르드 화풍에 눈을 뜨게 된다. 21세 때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산 마르코 학교에서 그림을 배우며 르네상스 화가들을 연구하기 시작, 3년 후 ‘만돌린이 있는 정물’을 통해 과장되게 부풀려진 형태를 확립했다.

이후 그는 58년 현대미술의 메카인 미국 뉴욕으로 입성한다. 당시 뉴욕은 잭슨 폴록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 풍조가 유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과장된 형태감을 주로 표현하던 그의 작품은 그리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꾸준히 한 그는 66년 독일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69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보테로는 라틴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투우·서커스·살사 등 라틴 문화의 정수를 그의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라틴 댄스를 추는 작품 ‘춤추는 사람들’은 흥겨운 선율이 귓가에 전해지는 듯하고, 들판에 평화롭게 누워 있는 연인을 그린 작품 ‘소풍’을 보면 아름다운 콜롬비아의 고산지대가 연상된다. 투우사 복장을 한 남성이 손에 팔레트를 들고 그림을 그리는 작품은 보테로의 ‘자화상’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5부로 나뉜다. ‘정물 & 고전의 해석’에는 전통적인 작품을 연구한 뒤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한 보테르의 작품이 전시되고, ‘라틴의 삶’에서는 라틴 문화의 보편적 모습을 다룬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라틴 사람들’에서는 정열적이고 호방한 라틴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긴 작품을, ‘투우 & 서커스’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투우와 서커스의 재미를 포착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야외 조각’에는 73년부터 조각가로도 활동한 보테로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이 또한 회화와 마찬가지로 과장되고 풍만한 형태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전시기간 ~9월17일 오전 9시~오후 8시30분(월요일 휴관, 종료시간 40분 전까지 입장가능) 장소 서울 덕수궁미술관 입장료 어른 1만원, 중·고등학생 9천원, 초등학생 8천원 문의 02-368-1414 http://botero.moca.go.kr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꽃 2006, 캔버스에 유채, 199x161cm 보테로는 빨강 ·노랑·파랑으로 꽃 연작을 그렸다. 이는 콜롬비아 국기를 구성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루벤스와 아내 2005, 캔버스에 유채, 205x 178cm 루벤스의 원작을 양감이 강조된 형태로 변형시켰다. 보테로는 거장의 작품을 재창조해 독창성을 드러냈다.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서커스 단원들 2007, 캔버스에 유채, 139x153cm 보테로는 2000년 이후 서커스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공연장 뒤 막사를 묘사해 단원들의 일상적인 면을 표현했다.




익살 속에 묻어나는 여유 페르난도 보테로전

소풍 2001, 캔버스에 유채, 113x165cm 느긋하게 누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남녀. 산·마을·숲의 선은 다소 복잡하게 처리한 반면 인물은 부드러운 양감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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