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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개구쟁이 사장 ‘태봉이’로 여심 사로잡은 윤상현

글 윤고은‘연합뉴스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연합뉴스 제공

2009. 07. 21

원래는 가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웬걸. 기획사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연기만 시켰다. 그것도 폼 잡는 ‘실장’ 역할만. “그만두고 음식점을 차릴까” 하던 차에 기회는 왔다.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그 기세를 몰아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태봉이’ 윤상현의 연기와 사랑.

개구쟁이 사장 ‘태봉이’로 여심 사로잡은 윤상현



‘태봉이’ 돌풍이 거세다.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종영한 지 두 달이 됐지만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TV를 틀면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에서 그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요즘 최고 ‘핫피플’ 윤상현(36). 2005년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서 대사 없이 분위기만 잡는 PD역할로 연기에 입문한 그가 4년만에 때를 만났다.
“‘내조의 여왕’에 캐스팅된 뒤 꿈을 꿨는데, 엘리베이터에서 강호동씨를 만났어요. 강호동씨가 웃으며 꽉 안아주더라고요. 최고의 스타가 꿈에서 알은척 해줘서 잘된 것 같아요(웃음).”
윤상현은 인터뷰 도중 간간이 “에?”라는 다소 퉁명스럽지만 장난스러운 추임새를 넣었다. 평소 습관인데 그 모습이 딱 태봉이를 닮아 있었다. 태봉이 역할은 윤상현에게 전성기를 안겼지만 그로 인해 잃은 것도 있다. 하루아침에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로 익명의 자유와 즐거움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집 밖으로 못 나가고 있어요. 산을 좋아해 모처럼 등산을 갔어요. 마스크와 안경을 썼으니 잘 못 알아보겠거니 했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이 ‘태봉이 아니야?’라며 수군수군하시더군요. 제가 가는 쪽마다 ‘태봉이다!’라며 쫓아오셔서 얼른 내려왔죠. 이제는 등산도 평일에 몰래 가야겠어요(웃음).”

개구쟁이 사장 ‘태봉이’로 여심 사로잡은 윤상현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어디는 나가고 어디는 안 나갈 수가 없어 돌아가며 다 출연했더니 급기야는 한날 한시에 두 채널에서 그의 토크쇼가 펼쳐지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두 채널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이제 정말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조의 여왕’이 끝난 뒤 여기저기서 불러주시는데, 연예계가 이렇게 무서운 데인지 몰랐어요. 솔직히 예전이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드라마에 출연해도 알아보는 사람 별로 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던 때가 그리워요(웃음). ‘불꽃놀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는데 사람들이 ‘촛불놀이’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기억하고 제 이름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이 마음은 편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그저 그런 위치에 만족하며 살 생각은 아니었을 터. 욕심은 없었을까. 이에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뜨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으며, 2년 전 드라마 ‘겨울새’를 만나기 전에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는 것이다.
“연기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고 촬영장에 가는 것도 곤욕스러웠어요. 가수를 시켜준다고 해서 소속사와 계약했는데 계속 폼 잡는 ‘실장’ 연기를 맡기니 죽겠더라고요. 그 당시 괴로워 술, 담배를 많이 했습니다.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몰랐고 재미도 느끼지 못했어요. 얼결에 데뷔했으니 연기에 대한 고민이나 꿈이 없었죠. 게다가 저한테 들어오는 실장 역은 그냥 멋지게 보이면 그만이었으니 무슨 꿈을 꾸겠어요. 그렇게 몇 작품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7개월 정도 쉬고 있었어요. 그때 ‘겨울새’를 만났습니다.”

개구쟁이 사장 ‘태봉이’로 여심 사로잡은 윤상현

연기 맛 알게 해준 ‘겨울새’와 ‘크크섬의 비밀’
그는 김수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겨울새’에서 착하지만 줏대 없는 마마보이 역을 맡아 어머니 역의 박원숙과 독특한 모자 연기를 펼쳤다. 실장 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였다.
“대본을 보면 딱 마마보이인데 감독님은 ‘신성일처럼 멋지게 연기하라’고 주문하셨어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웃음). 그래서 처음으로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죠. 3개월간 연구한 결과를 캐릭터에 다 쏟아냈는데, 그때부터 연기의 맛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연기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배우끼리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를 그때 처음 알았죠. 극중 어머니였던 박원숙 선생님이 요즘 태봉이 인기를 보며 축하해주세요(웃음).”
‘겨울새’ 이후 그가 만난 캐릭터는 ‘크크섬의 비밀’의 윤 대리였다. 시청률이 낮아 회자되지는 못했지만 그는 여기서 게으르면서 아첨을 잘하는 속물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연기했다.
“‘크크섬의 비밀’은 정말 아까운 작품이에요. 시즌2를 만든다고 하면 꼭 출연할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제 의견을 적극 내서 리얼리티를 한껏 살린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겨울새’와 ‘크크섬의 비밀’을 거치며 연기에 눈을 뜬 윤상현은 ‘내조의 여왕’을 만난다. 그런데 하마터면 태봉이는 우리가 현재 열광하는 그 모습이 아닐 뻔했다.
“감독님이 처음에는‘박신양, 현빈이 했던 CEO처럼 하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런데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CEO 태준은 깐깐하고 까칠하다가도 태봉이일 때는 완전히 달라지는 인물이잖아요.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냥 실제 저와 비슷하게 연기했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제재를 안 하셨어요. 태봉이를 연기하는 동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김남주 누님과 호흡도 좋았고요(웃음).”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께 효도 못해 죄송”



태봉이가 여심을 자극한 것은 별 볼일 없는 아줌마 천지애(김남주)를 향해 보여준 애틋한 사랑 때문이다. CEO 태준이가 숨 막히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재미 삼아 시작한 역할극이 어느새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게 한 것. 윤상현이 생각하는 태봉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태봉에게 지애는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남편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밝고 명랑하게 내조하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좋아한 거죠. 하지만 그게 진짜 이성을 향한 사랑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지애가 이혼한다고 해도 태봉이 지애랑 어쩌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죠.”
그렇다면 윤상현은 실제로는 어떤 사랑을 할까. 이미 방송에서 7년 연애담을 털어놓은 그는 최근 들어 각종 소개팅이 이어지고 있지만 2주를 넘겨 만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마음이 뛰어야, 가슴이 움직여야 사랑을 느낍니다. 태봉이처럼요. 극중에서 태봉이는 바람둥이로 설정됐는데 사실 바람둥이가 아니었어요. 정략 결혼한 소현에게 마음을 못 붙여 일부러 밖으로 나돈 것이었지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그럼으로써 소현이를 포기시키려는 순수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소현이도 괜찮은 여자지만 태봉이의 마음을 뛰게 하지는 못했거든요.”
윤상현이 각광을 받는 또 다른 힘은 빼어난 노래 실력. 그가 ‘내조의 여왕’에서 ‘네버엔딩 스토리’를 선보인 날 많은 가수가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가수를 꿈꿨던 그가 이제 다시 가수에 도전할까.
“어렸을 때는 과학자를, 고등학교 이후에는 가수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디션에만 가면 실력발휘를 못했어요. 노래를 부를 데가 없어 제 방에 틀어박혀 불렀는데, ‘미친놈’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20대 후반쯤 되니 어머니가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가수를 만들어준다고 해서 들어간 기획사에서 허구한 날 드라마 출연만 시켜서 답답했지만, 지금은 연기를 파고들고 싶어요. 촬영장에 가는 것이 무척 즐거워요. 차기작은 드라마인데 가을께 시작할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제가 자신 있는 코믹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시청자께 충분한 즐거움을 드리고 난 다음에 다른 모습에 도전하려고요.”
인터뷰 말미 윤상현은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겨울새’ 시작하기 전에 뇌출혈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버지는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지만 외동아들의 성공은 알지 못한다.
“제가 방송에 나와도 아버지는 못 알아보세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거동은 하시지만 몸 한쪽이 마비되셨거든요. 이제는 좋은 차도 사드릴 수 있고 좋은 곳에도 모셔갈 수 있지만 그 역시 해드릴 수 없어서 속상합니다. 모든 것이 잘될 수는 없나봐요.”
‘내조의 여왕’으로 뭇여성의 ‘왕자님’으로 떠오른 윤상현. 그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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