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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치동, 페어팩스 학부모에게 배우는 자녀교육 노하우

교육 칼럼니스트 김경하씨가 들려줬어요~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7.13 10:48:00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건 전 세계 부모의 공통된 마음. 교육열이 높은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부모들 역시 한국과 다를 바 없이 학군에 따라 집을 옮기고 사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공부에 찌든 아이도, 치맛바람을 비난하는 이도 없다. 김경하씨가 자녀교육에 성공한 페어팩스의 여덟 가정을 만나고 돌아와 일러준, 아이도 어른도 행복해지는 공부법.
미국의 대치동, 페어팩스 학부모에게 배우는 자녀교육 노하우

방학이면 아이 손을 잡고 진학하고 싶은 대학 투어를 하고 수능시험 날 대학 교문에 엿을 붙이는 건 우리나라 학부모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교육 칼럼니스트이자, 3년 동안 미국 초등학교에서 자원 교사로 지내며 자녀교육에 성공한 학부모들을 인터뷰한 김경하씨(37)에 따르면 하버드대 설립자인 존 하버드 동상 앞은 학부모와 아이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존 하버드 동상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대에 입학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을 숨 막히는 입시전쟁의 도피처로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도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는 무척 어려워요. 자연히 성적에 안달하고, 공부 외에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질을 갖추기 위해 무척 노력해요.”
특히 그가 머물렀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UCLA 등의 연구 결과를 인용, 발표한 전미 최고의 학군으로 꼽힌 곳.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선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를 입학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아야 하고, 최고의 고등학교로 꼽히는 토머스제퍼슨 과학고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도 즐비하다. 학군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값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열성 부모들은 좋은 학군에 편입되기 위해 반지하방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다. 얼핏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학부모-교사 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도서관 사서로 봉사하기, 수업 진행돕기 등 학부모의 참여 폭이 대단히 넓어요. 또 미국 엄마들은 아이들을 차로 실어나르는 로드 매니저일 뿐 아니라 진로 컨설팅까지 해요. 직접 학교 카운슬러를 찾아가 아이가 어떤 단계에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하며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죠.”
똑같은 투자와 똑같은 열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이들이 미국 아이들에 비해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어디에서 차이가 비롯된 것일까.

자녀교육에 전략적인 로드맵을 그리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막연히 좋은 대학에 가면 아이 인생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페어팩스의 부모들은 무조건 아이비리그를 고집하지 않는다. 큰아들 니킬을 GT(영재교실)에 보내는 등 세 아이를 영재로 키운 안젤리 엄마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몬테소리 학교에 보냈다. 미국 몬테소리는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서 하고 다른 아이와 경쟁하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주입식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3년 이상 기다려야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아이들의 관심사를 일찍 알아내 맞춤형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한군데로 몰렸다가 성적순으로 잘리는 환경에선 부모가 조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보니 다른 집 아이와 경쟁하고, 비교하게 되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외모나 출신배경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비교하는 의미가 없어요. ‘중국에서 온 옆집 아이는 중국어를 잘하는데 너는 왜 못하니?’라고 닦달할 순 없잖아요. 미국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면 아이비리그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아이가 행복해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거기에 만족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줘요.”

미국의 대치동, 페어팩스 학부모에게 배우는 자녀교육 노하우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아이로 키우라!
김경하씨는 남편, 아들 준경이(8)와 함께 미국생활을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영어를 낯설어하는 아들 때문에 한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 도움을 준 것이 옆집에 사는 캐서린 가족.
“캐서린 엄마가 어느 날 저희 집에 찾아와 캐서린이 카운티 오케스트라에서 꼬마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준경이도 악기를 통해 마음을 열도록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정말 캐서린은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 집에 와서 준경이와 한 시간씩 놀아주었어요. 그때 고 3이고, AP(Advanced Placement·선행학습) 과목까지 듣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시험 전날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왔어요. 덕분에 준경이가 영어와 친해질 수 있게 됐죠.”
캐서린네는 페어팩스에서는 드문 흑인 가정. 캐서린의 엄마는 아이의 성적 못지않게 다양한 문화의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중시했다. 자신이 자란 환경과 다른 세상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기고 사고의 폭도 넓어진다. 이는 전인적인 학생을 뽑으려는 미국 대학의 학생 선발 방침과 일치한다. 캐서린은 다트머스대에 입학했고 위로 두 오빠도 명문대에 다니고 있다.

형식보다 중요한 건 과정!
준경이가 프리스쿨에 다닐 때 선생님이 파자마와 코코아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며 크리스마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파자마를 입고 코코아를 ‘후후’ 불어 마시며 영화 속 기분을 그대로 느껴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미국 학교의 수업내용을 보면 공부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탈것에 대해 배우는 시간의 경우,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탈것은 자동차, 기차, 버스…’ 하고 한번씩 훑고 지나가지만 미국에선 ‘기차 타봤니?’ ‘비행기 타봤니?’ ‘기분이 어땠니?’ 등 그에 대해 실컷 이야기한 뒤 책 읽고… 관련 수업을 적어도 일주일은 해요. 그렇다 보니 같은 주제를 공부해도 훨씬 더 기억에 많이 남고 에세이를 써도 깊이가 다르죠.”
미국 학부모들의 자녀교육 이야기를 묶어 ‘미국 8학군 페어팩스의 열성 부모들’이란 책을 펴낸 김씨는 “눈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게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9년 7월 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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