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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언제나 戀人같은 최수종 하희라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09.06.22 10:59:00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언제 봐도 새로 시작한 ‘연인’처럼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두 사람이 연기자로서 오랜 세월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가정이 주는 편안함 덕분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戀人같은 최수종 하희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선 부부의 모습이 참으로 다정하다. “밝게 웃어달라”는 주문에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어린아이들처럼 ‘큭큭’거리고 결국 한바탕 파안대소를 한다. 올해 결혼 16년째를 맞은 최수종(47)·하희라(40) 부부. 마흔을 넘긴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 같은 생각, 같은 행동
부부가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길을 걷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연기자라는 공통된 직업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인생가치관도 같다. 대중에게서 받은 사랑을 다시 대중에게 돌려주는 것, 이것이 부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의 한국어 안내서 발간을 후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예전부터 봉사활동에 앞장서온 두 사람은 이번에도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뻐 안내서 발간을 도왔다고 한다. 최수종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연쩍어했다.
“이제는 내 가족뿐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요. 도울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며 그 비중을 점점 늘려가고 싶어요. 아내가 좋은 아이디어를 낼 때도 많은데, 부부가 같은 생각으로 한곳을 바라본다는 게 감사하죠.”
‘봉사하는 삶’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인 민서와 윤서는 어린 나이에도 우리 사회에 소외된 계층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을 위해 자신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 잘 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따로 용돈을 주지 않는데, 집에 오는 손님들이나 친척들한테 받은 돈을 모았다가 교회 헌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내곤 해요. 이제는 설날에 세뱃돈을 받아도 저한테 주지 않고 자기네들이 알아서 관리도 하고요. 얼마 전 외할머니 생신 때는 편지에 ‘할머니 얼마 안 되지만 제게는 큰돈이에요’라고 쓰고는 봉투에 편지와 함께 만원 한 장을 넣었더라고요(웃음). 또 큰아이 생일 때는 아이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를 다녀왔는데, 그날 저녁에 아이가 ‘엄마 오늘 돈 많이 쓰셨죠?’ 하면서 5만원을 건네는 거예요. 그 마음이 예뻐서 꼭 안아줬어요.”
그동안 서로 번갈아가며 연기활동을 해오던 두 사람은 요즘 동시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수종은 6월4일부터 한 달 동안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 무대에 서고, 하희라는 5월25일 첫 방영된 MBC 일일드라마 ‘밥줘’에 출연한다.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은 안중근 의사 서거 1백 주년에 맞춰 기획된 작품으로 최수종은 독립투사이자 동양평화론을 제시한 사상가 안중근을 연기한다.
“12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르는 거라 많이 떨리고 기대도 돼요. 그동안 드라마에 전념하면서도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거든요. 아내도 무대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예전부터 함께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을 물색했지만 쉽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더라고요.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다짐을 했어요. 공연이 끝난 후 모든 연극 연출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겠다고요(웃음).”

언제나 戀人같은 최수종 하희라


‘대한국인 안중근’은 상업적 목적의 연극이 아닌 만큼 티켓을 판매하지 않고 전 객석을 초대 손님으로 채울 예정이다. 노 개런티로 출연하는 최수종은 국내 봉사단체 소속 자원봉사자 4백여 명을 초청해 관람하게 하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2006년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 하희라는 극중 평범한 주부로 살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우여곡절을 겪는 영란 역을 맡았다.
“제목이 다소 코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주부 입장에서 보면 참 쓸쓸한 단어인 것 같아요. 아내에게 애정이 없는 남편이 집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라고는 ‘밥줘’밖에 없거든요. 제 대사에도 ‘내 얼굴이 밥같이 생겼어? 왜 나만 보면 밥 달래?’라는 내용이 나와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외롭고 소외된 아내의 현실을 대변하고, 그들에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어요.”
두 사람 모두 연기활동으로 바쁘지만, 민서·윤서는 다행히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하희라는 “아이들이 네 살 될 때까지 육아에만 전념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그때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준 덕분에 어느 정도 자라서도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 걸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갖게 하는 육아법
하희라는 인터뷰 도중 자신이 직접 쓴 기도문을 보여줬다. 기도문에는 ‘아이를 화나게 하지 않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칭찬받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지나치게 자식자랑 많이 하지 않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 ‘잘한 것만 칭찬하지 말고, 실패에도 칭찬할 수 있는 부모가 되게 해주소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평소 그는 가방에 이 기도문을 넣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다고 한다. 이처럼 부부가 실천하고 있는 교육의 큰 맥락은 “아이를 어른과 똑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다.
언제나 戀人같은 최수종 하희라


“어떤 문제든 아이들의 의견을 가장 먼저 물어봐요. 아이들을 부모 뜻대로 쥐고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부도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것 위주로 시키려 하죠. 큰아이는 수학·과학 학원을 다니는데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하나만 물어봐요. ‘재미있었니?’하고요. 아이가 100점을 맞아오면 ‘기분이 어때?’하고 물은 뒤 ‘기뻐요’라고 대답하면 ‘엄마는 우리 민서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행복해’라고 답해줘요.”
그는 아이들과 책을 통해 눈높이를 맞추려 애쓴다. 아이가 읽은 책을 바로 따라 읽은 뒤 서로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 독서감상문을 따로 쓰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공부보다 아이들 인성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두 아이 모두 초등학교 입학할 때 돼서야 한글을 깨쳤지만 어릴 때 놀이로 쌓은 많은 경험이 아이들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내의 교육방식이 걱정이 됐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옳은 판단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결정권을 준 덕분에 자립심도 강하고 절제하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아내는 밖에 나가서 아이들 자랑 많이 하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제가 조금 자랑을 한다면 두 아이 모두 공부도 제법 잘하고 각자 반에서 회장을 맡고 있어요(웃음).”

언제나 戀人같은 최수종 하희라


최수종은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엄마보다 아빠를 조금 더 어려워하면서도 존경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가 한동안 지방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거실에서 현관까지 ‘후다닥’ 뛰어나와 와락 안기며 애틋한 표정을 짓는다고.
“집에 돌아오면 한 번도 그냥 방으로 들어간 적이 없어요. 가장 먼저 아이들과 포옹하고 뽀뽀한 뒤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었니?’ 하고 물어보죠. 그리고 아이들의 대답 끝에는 ‘엄마 아빠에게 믿음을 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꼭 해줘요.
한번은 큰아이가 쓴 일기를 봤는데 ‘우리 가족은 절대로 싸우지 않는다. 나와 윤서만 싸우지 않는다면’ 이라고 써 있는 거예요(웃음). 아이들 눈에도 화목한 가정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해 겨울 아이들과 두 달 동안 미국에 있는 언니집에서 머물다 돌아온 하희라는 잠시 큰아이 유학을 고려했으나 남편이 ‘기러기 아빠’로 지낼 걸 생각해 차마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 처음에는 사촌형을 보고 미국에서 공부하길 원했던 아이도 아빠와 떨어져 생활해본 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고.
“떨어져 있는 동안 영상통화를 자주 했는데 남편이 혼자 적막한 집에 있으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책을 보는 것 같아 끊겠다고 하면 ‘아이들 노는 소리 들으면서 하면 된다’면서 못 끊게 하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이건 아니구나’ 싶었죠. 아이들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다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두 아이는 엄마 아빠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큰아이가 반대표로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는데, 학교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 하희라에게 아이가 먼저 “엄마 불편하면 모자 푹 눌러 쓰고라도 꼭 오세요”라고 말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여러 사극에서 왕과 장군 역을 주로 맡은 최수종은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민서가 얼마 전에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제가 공연했던 뮤지컬을 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즐겁게 노래하고 관객들과 박수치며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나봐요. 얼마 전 장래 희망을 묻자 과학자, 축구선수, 그 다음으로 연기자라고 하더군요.”(하희라)

# 사랑의 유통기한 늘리는 비법
최수종·하희라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는 모범적인 부모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대화’로 풀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부부싸움’은 생소한 단어일 수밖에 없다. 하희라는 “말로 하기가 자존심 상할 때는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며 웃었다.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남편을 시험에 들게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웃음). 생일이나 기념일 등이 있으면 미리 얘기해주죠. 기분 좋은 날 다투고 삐쳐 있을 필요 없잖아요. 남편이 워낙 이벤트를 좋아해 일년에 한두 번은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져요(웃음).”
‘이벤트의 귀재’로 알려진 최수종은 많은 남성들의 질타(?) 속에서도 아내에 대한 사랑 표현을 자제하지 않는다. 얼마 전 결혼기념일에는 지인들과 함께 청계산을 올랐는데, 정상에 샴페인과 케이크, 사랑의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준비해둬 아내를 감동시켰다고 한다.

또 아내의 생일에는 여장을 하고 모임에 참석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하희라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며 “나보다 더 예쁘지 않냐”며 손뼉을 치며 웃었다.
“제 여자친구들 모임이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여장을 하고 나타난 거예요. 얼마나 화장을 잘했는지 정말 여자 같더라고요(웃음). 남편 말로는 그날 하루만큼은 여자의 심정으로 제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수다 떨고 싶었대요.”
그에게 남편은 든든한 버팀목이자 다정한 친구 같다. 휴일에는 평소 집안 꾸미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인테리어 소품을 보러 다니고 꽃시장도 함께 다닌다고. 물건값 흥정도 그보다 남편이 더 잘한다고 한다.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스터디메이트’이기도 하다. 지난해 최수종은 방송통신대 영문학과에 입학했고, 하희라도 몇 년째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어 공부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물어본다고.
“결혼하고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동안 촬영 때문에 많이 바빠서 정작 아내와 함께한 시간은 얼마 안 돼요. 그렇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 더욱 잘 해주려고 노력하죠. 어떤 분들은 ‘매번 이벤트 계획하려면 골치 아프겠다’고 하시는데,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애쓰진 않아요(웃음). 늘 아내는 신이 제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고, 아이들은 덤으로 얻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최수종은 인터뷰 말미에 사진기자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내의 사진을 차에 걸어놓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이 만년 ‘연인’으로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성동아 2009년 6월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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