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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다이어트 홀릭’記

여성동아 문우회 작가 9인

글 이설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06. 17

동료애가 끈끈한 것으로 유명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자 동인. 그들 가운데 9명이 의기투합해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소설집을 펴냈다. 이들이 말하는 다이어트 & 유머와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 세계.

‘다이어트 홀릭’記


‘살, 비키니, 땀, 칼로리, 몸짱, 큰옷 전문점…’. ‘다이어트’ 하면 대개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여기, 비범한 상상력을 담은 다이어트 이야기가 있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작가들이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집 ‘다이어트 홀릭’을 펴낸 것.
이번 소설집에 참가한 작가는 권혜수, 김경해, 김비, 송은일, 신현수, 유덕희, 이근미, 장정옥, 한수경 등 9명. 여성동아 공모 당선작가 가운데 젊은 축에 드는 작가들이다. 제41회 공모 시상식이 있던 지난 5월6일,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미있게 읽히되 인생의 페이소스 담은 글 써보자는 취지에서 출발
‘아하하하 깔깔깔 호호호…’ 9명의 선후배 작가가 모이니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말 한마디 던지기 힘든 왁자함. 하지만 문학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진다. 여성동아 문우회가 동인지가 아닌 다른 형태 소설집을 내기는 처음. 이번 작업을 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문우회 선후배들이 자주 모이는 편이에요. 자연히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간극을 메워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순수문학은 지나친 진지함으로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대중문학은 많이 팔리지만 영혼에 가닿는 깊이가 약해 대중과 멀어지고…. 그래서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는 글을 써보자고 의기투합했죠.”신현수
이들은 ‘중간문학’의 기치를 내걸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진지하고 경쾌할 것, 시대와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담을 것, 삶에 대한 성찰을 미루지 말 것 등 3가지가 그것이다. 즉 재미있게 읽히되 인생의 페이소스를 담은 문학을 써보자는 취지였다.
방향을 정한 뒤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작가가 그간 써온 작품과 다른 성격의 소설을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이들은 과거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반년 넘게 공부하고 토론했어요. 상을 받은 한국 작품이나 일본 작품 등을 분석하며 경향을 파악했죠. 이런 과정을 통해 그간 써온 소설과 다른 글쓰기를 시도하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전체 기획은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출신인 이남희 작가가 도움을 주셨어요.”송은일
‘다이어트 홀릭’에 실린 소설은 한 번에 쓰인 것들이 아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해 서로의 원고를 바로잡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들이다. 자칫 본인의 세계에 갇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원래 작품경향을 답습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기성 작가가 동료 작가에게 비평을 맡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하지만 이들은 허심탄회하게 비판을 주고받으며 작품을 고쳐나갔다.

“원고를 처음 올린 분이 많이 깨졌어요. 늦게 올린 분들은 평가를 관망하며 천천히 고쳐 올렸고요(웃음). 김비, 장정옥, 송은일 선생님이 초반에 작품을 올렸죠. ‘여전히 무겁고 진지하다’ ‘이 부분은 이해가 안 간다’ ‘스토리를 무리하게 다이어트와 연결하려는 것 같다’ 등 따끔한 리플이 많았어요. 하지만 합리적인 의견이 대부분이고 프로들에게 비평받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유덕희
온라인 교류를 기본으로 한 달에 한 번은 한수경 작가의 집에 모여 얼굴을 맞댔다. 모임에 참가하기 힘든 ‘지방파’ 장정옥·김비 작가는 온라인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런 작업을 통해 이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본격문학에 대한 애착이 강했어요. 지나치게 진지해 읽으면 숨 막힌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요. 그래서 정신은 그대로 두되 무게감을 덜어내려고 노력했죠. 다른 종류의 글쓰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부가 많이 됐어요. 다른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맛봤고요.” 장정옥

9인9색, 내게 다이어트란…
‘다이어트’라는 공통 소재.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이야기는 9인9색이었다. 뚱뚱해 버림받은 여성, 다이어트 약, 위 절제술, 부분 비만, 정신적 다이어트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겼다.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저는 할 수 있는 다이어트는 죄다 해봤어요. 지인들 상당수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 정보 공유에 좋죠. 요즘은 오후 6시 이후 금식과 반신욕을 하는 중이에요. 항상 1주일을 넘기질 못하지만요(웃음).”이근미
“저는 다이어트의 핵심을 남들의 시선이라고 봤어요. 다이어트를 통해 꿈꾸는 로망은 자기만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날씬한 몸을 향한 부러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164cm에 45kg인 마른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냈죠. 개인적으로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전통적인 다이어트를 주로 하는 편입니다.”권혜수
“‘정신적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요. 마른 몸매임에도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흉할 정도로 말랐는데 본인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허상이죠. 다이어트도 많은 허상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작품을 썼어요. 개인 차원에서 나아가 불필요한 욕망에 집착하는 사회상도 담고 싶었고요.” 김비
“일상적이지 않은 다이어트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생각 끝에 일전에 만났던 장애인분을 떠올렸죠. 그분은 물 한 잔을 제대로 못 드셨어요. 몸이 불편해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없었기 때문이죠. 보통 사람에게 다이어트란 좀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한 사치의 일종이지만, 그분에게는 그게 생존의 문제였던 거죠.”김경해
“가족들을 모아놓고 가장 기괴하고 충격적인 다이어트에 대해 물었어요, 그랬더니 작은아들이 중국의 누군가가 기생충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는 뉴스를 들려주더군요. 의사에게 물어봤더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서 시대를 미래로 옮겨 이야기를 풀어나갔죠.”한수경
이들은 ‘다이어트 홀릭’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중간문학 동인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김비 작가는 “각자 잘하는 부분을 나눌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실험이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심을 잡는 추 역할을 하는 동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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