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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첫 나들이 황정민

글 이설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사진 DB파트

입력 2009.06.16 15:22:00

황정민은 백지 같은 배우다. 순박한 시골 총각도 사악한 뒷골목 깡패도 그가 연기하면 오롯이 영상에 몰입하게 된다. 늘 연기를 고민하는 배우 황정민이 어수룩한 우체국 직원으로 돌아왔다.
브라운관 첫 나들이 황정민

TV 출연은 배우에겐 일종의 모험이다. 같은 연기라도 장르에 따라 연기의 성격과 현장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에 출연중인 황정민(39)에게도 드라마는 일종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출연 결정이 쉽진 않았어요.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나오는데다가 촬영도 숨 가쁘게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컸기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배우 자체가 준비만 잘돼 있다면, 스케줄 진행이 빠르든 느리든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수면시간이 부족해 몸이 힘들고 얼굴이 빨개 시청자들이 화면조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웃음).”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영화계도 불황이다. 그 때문에 스크린 스타들의 브라운관 진출도 잦아졌다. 황정민도 최근작인 ‘그림자 살인’을 비롯, 세 편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에 “드라마 출연 의도가 이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 시선은 섭섭해요. 배우는 작품이 좋으면 연극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장르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작품이 우선이니까요. 제가 이 드라마를 선택한 것도 작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에요. ‘도대체 저 친구가 하는 드라마는 뭘까’ 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저는 다음 작품도 영화를 하기로 돼 있어요. 영화를 하면서도 드라마를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땅에 붙어 있는 느낌의 드라마 만들고 싶어요”
‘그저 바라보다가’는 톱스타와 평범한 우체국 직원의 사랑 이야기. 황정민은 요즘 보기 힘든 아날로그적 인물 구동백을 연기한다. 상대역인 톱스타 한지수는 3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김아중이 맡았다.
“알고 보면 누구나 착한 구석이 있잖아요. 저도 그래요. 다만 작품 속 캐릭터는 착한 면을 좀 더 부각시켜 굉장히 착한 인물이 나오는 것이죠. 저는 평소에 화내는 일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예민한 편입니다. 제가 연기를 잘못해서 캐릭터가 잘못 표현되면 곤란하니까요.”
그는 맡은 캐릭터 분석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대본을 받으면 반복해서 읽으며 그 사람을 연구한다. 이번에도 구동백이 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정수리 끝까지 고민한 끝에 그와 하나가 된 구동백이 탄생했다.
“저는 구동백이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착한 인물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동백이의 엉뚱함이 귀엽게 다가갔으면 좋겠고, 시청자들이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도 동백이에게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거든요.”
어떤 드라마를 해도 배우가 진심으로 임하면 살아 있는 캐릭터 창조가 가능하다는 황정민. 그는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땅에 붙어 있는 느낌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님은 우리 드라마가 스타와 평범남이 만들어가는 판타지라고 했지만, 저는 현실감 있는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구동백이 주위에 있는 사람 같고, 그가 겪는 일도 한번쯤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갖겠습니다.”

여성동아 2009년 6월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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