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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ducation

게임으로 수학 영재 된 이현경·조재형 노하우 공개

글 이설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2009. 06. 09

숫자와 공식이 가득한 수학교과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여기 수학이 가장 재미있다는 이들이 있다. 게임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지며 배우는 ‘살아 있는 수학 공부법’.

게임으로 수학 영재 된  이현경·조재형 노하우 공개

인터넷 게임보다 수학교구가 더 재미있다는 조재형군(왼쪽)과 이현경양.


“게임 시작!”
서울 배화여중 1학년 이현경양(13)과 청운초등학교 6학년 조재형군(12). 토닥토닥 장난을 치던 두 아이의 눈빛이 순간 진지해진다. 책상 위에는 게임판과 블록이 놓여 있다.
“내가 이긴 것 같네, 미안.”
이양이 세 번째 블록을 놓으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기선제압을 하려는 이양의 마음을 꿰뚫은 조군은 흔들림이 없다.
“누나, 괜히 그런 얘기 하지 마.”
게임에서 심리싸움은 필수. 게임을 하는 데 거창하게 심리까지 들먹이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이들은 ‘프로’다.
두 사람이 즐기는 게임은 ‘루미스’. 한정된 공간에 블록을 쌓으며 진행하는 게임으로, 규칙에 따라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규칙은 ‘원래 자신의 블록과 새로 놓는 블록이 한 면 이상 닿아야 한다’ ‘넘어지면 안 된다’ 등.
“에이, 누나 치사해.”
조군의 볼멘소리와 함께 게임이 끝났다. 결과는 이양의 승. 이들은 판을 걷자마자 한 번 더 붙자며 전의를 불태웠다.
멘사협회가 인증한 두뇌 개발용 보드게임인 루미스는 블록을 어떻게 쌓느냐는 고민의 연속이다. 자연히 상대방과 나의 수를 가늠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또 평면이 아닌 입체로 블록을 쌓아나가기에 좌표에 대한 이해력과 공간 지각능력도 기를 수 있다.
이양과 조군에게 수학은 재미있는 놀이다. “수학이 왜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눈을 말똥말똥 굴리며 “당연히 재미있지 않아요?”라고 반문하는 두 아이. 사회과목 수업보다 수학 수업이, 쉬운 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수학 문제가 더 좋단다. 딱딱하고 어려워 아이들의 기피과목 1순위인 수학을 좋아하게 된 배경은 뭘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도형과 관련된 수학 게임을 자주 했어요. 언니 오빠, 그리고 수학학원 선생님인 엄마와 함께 매일 게임을 했죠. 규칙과 해법을 익히고 전략을 치밀하게 고민해야 하기에 머리를 많이 써야 했어요. 처음에는 수학과 관련이 있는 줄도 모르고 했는데,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되니 이해가 빠르더라고요.”
이양은 지난해와 올해 ‘세계 멘사 셀렉트 게임’ 대회에서 한국부 우승을 차지했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조군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다. 멘사 셀렉트 게임이란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모임인 미국 멘사협회 회원들의 테스트를 거쳐 사고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인증을 받은 게임. 매년 국내대회를 거쳐 선발된 대표는 해외대회에 참가한다. 이 둘은 주말마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현경양의 어머니 황정인씨는 “모든 과목이 그렇지만 수학은 특히 흥미를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멘사 지정 게임을 하다 보면 수학적 추리 능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어요. 예컨대 8개의 크고 작은 고리를 쌓는 하노이탑은 등비 계차수열과 관련이 있어요. 고리가 나열되는 과정을 통해 수열과 무한의 개념을 익히게 되죠.”
유아용 수학교구는 부모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수 개념 등 간단한 수학원리는 교구를 통해 익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교과서로 수학을 배우는 게 보통. 조군은 “수업과 책을 통해 배우는 수학보다 과학실험을 하듯 원리를 직접 깨치는 게임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어서 게임을 하게 돼요. 게임 자체도 흥미롭지만 내기를 하거나 여럿이 시합을 벌이며 어울리는 즐거움도 크죠.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다가 선생님이 관련 단원을 알려주면 ‘아, 이게 집합과 관련이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돼요.”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수학이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는 얘기. 황씨가 추천하는 게임은 큐브, 하노이탑, 멘사 커넥션, 다빈치의 도전, 루미스, 스리스톤, 더블와일드, 다이아몬드, 악마의 퍼즐, 진법카드 등. 재미와 수학 감각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것들이다. 조군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인 ‘SET’ 카드를 집어 들며 설명을 이어나간다.
“이건 집합과 관련이 있는 게임이에요. 집합은 뚜렷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묶어야 성립해요. ‘SET’ 카드에는 수많은 모양이 있는데, 이 중 같거나 다른 1가지 기준이 성립하는 카드 3장을 발견하면 세트라고 외칠 수 있죠. 펼쳐진 카드 중에서 공통점과 다른 점을 신속하게 골라내는 게 승부의 관건이에요.”
게임으로 수학 영재 된  이현경·조재형 노하우 공개

수학원리 익히고 집중력과 정서 함양에도 도움
밖에서 뛰어놀기보다 집에서 TV와 컴퓨터 게임과 씨름하는 요즘 아이들. 하지만 이양의 집에는 컴퓨터는 물론 TV도 없다. 대신 수학교구와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가득하다.
“설거지·심부름·용돈 등을 걸고 엄마, 언니, 오빠와 늘 게임을 해요. 심심할 겨를이 없죠.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다 보니 뭘 해도 이기고자 하는 근성이 생긴 것 같아요. 우리 집 1등이요? 물론 저죠. 헤헤.”
게임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건 수학 실력뿐만이 아니다. 집중력과 인성, 그리고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갖추는 데까지 두루 도움이 된다.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 등 바람직하지 못한 유혹을 물리치는 방패막이 역할도 한다. 황씨는 “수학과 연결짓지 않더라도 게임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게임은 순간의 두뇌싸움이에요. 그래서 집중력이 중요하죠. 게임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2,3시간이고 그것에만 몰입하게 되죠. 또 여럿이 어울려 하는 놀이라서 친구관계는 물론 가족애를 다지는 방법으로도 그만이에요. 예컨대 용돈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이긴 횟수만큼 주는 거죠. 대화를 하면서 게임을 하니 의사표현 능력도 좋아지고요.
또 게임 대회에 출전하려면 체력과 마인드 컨트롤 능력도 키워야 해요. 큰 대회에 나가면 하루 종일 여러 게임을 소화해야 하고 상대와의 기 싸움이 중요하거든요. 대회에 나가기 전 아이들에게 이기는 상상, 게임 진행상황을 그려보게 하는 등 마음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죠.”
인터넷 게임보다 수학교구 게임이 더 재미있다는 이양과 조군의 꿈은 각각 ‘마술사, 소믈리에’와 ‘과학자’. 이들은 다음 멘사 셀렉트 게임 대회를 위해 게임을 하며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느라 바쁘다. 황씨는 “수준별로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교구부터 접하게 하면 사고력은 물론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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