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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친구 같은 선생님과 개성 넘치는 친구 있는 즐거운 학교’

글 이설 기자 | 사진 홍중식 기자

입력 2009.06.09 10:48:00

‘우리 아이도 사립초등학교에 보낼까?’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 모든 부모가 한번쯤 품게 되는 고민이다. 학비와 통학거리를 생각하면 부담스럽지만 우수한 커리큘럼은 탐이 난다. 사립초등학교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사립초등학교를 가다’ 시리즈. 그 첫 번째로 영훈초등학교를 다녀왔다.
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한 교육열’ 한다는 대한민국 학부모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초등학교가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5동에 자리한 영훈초등학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손자 등 명사들의 자녀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명성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허름한 시장 골목을 지나 학교를 찾았다.
영훈초는 영훈 중·고교와 나란히 붙어 있지만 그 풍경은 사뭇 다르다. 다른 건물과 달리 통유리를 사용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교실 안은 더 인상적이다. 일반 학교보다 1.5배 넓은 교실과 복도가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져 있다. 파스텔톤 인테리어는 사설 영어학원이라도 온 듯 산뜻하다. 개방된 공간에서 여러 수업을 진행하면 산만할 법도 한데, 교사도 학생도 자신이 해야 할 일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렇게 개방된 환경에서 6년을 생활하면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집중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지고요.”
이 학교에서 30년을 재직한 조효숙 교감의 말이다. 알려졌듯 이 학교에는 정·재계 인사와 유명 연예인들의 자녀가 다수 재학 중이며, 강남에서 통학하는 아이가 절반 정도 된다고 한다. 물론 평범한 아이들도 많다.
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방과 후 체육 활동을 하는 실내 체육관.


영훈초의 입학 전형은 매년 10~12월에 진행된다. 2차례 설명회에 부모 중 한 명과 자녀가 참석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지며, 선발은 추첨제로 진행한다. 한해 입학생은 1백40여 명으로 남녀 학생 추첨을 따로 실시하는데, 올해 경쟁률은 7:1이 넘었다. 학비는 3개월에 약 1백70만원으로, 스쿨버스비와 간식비 등 기타비용을 합하면 1년에 8백만원 정도 든다. 조 교감과 함께 영훈초를 살폈다.

한 지붕 두 가족? 한 교실 두 반!
아이들이 눈빛을 반짝이는 1학년 교실. 아이들은 등을 지고 두 집단으로 나뉘어 바닥에 앉았다. 한편에서는 한국인 교사가, 반대편에서는 외국인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외국인 교사와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다. 교실 천장에는 가지런한 필체의 영어가 적힌 스케치북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모든 학년은 4개 반으로 구성돼 있어요. 한 반 학생 수는 남녀 18명씩 36명이고, 한국인 담임교사와 외국인 부담임교사 2명이 돌보죠. 수업도 두 반으로 나눠서 진행해요. 사실상 18명이 한 반인 초미니 수업인 셈이죠.”
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영훈초는 10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머전 교육’, 즉 이중 언어 교육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도 컸고 영어수업이 가능한 교사도 부족했다. 관심 있는 교사와 원하는 학생을 모집해 2,3개 반만 시범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지금은 영훈초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이머전 교육’이에요. 다른 학교와 똑같이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 뒤 영어 과정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교과과정을 한국어와 영어 2개의 커리큘럼으로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당 수업시간이 36시간으로, 남는 시간을 학교 재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죠.”
‘이머전 교육’의 핵심은 커리큘럼. 한국 교과과정을 그대로 영어로 재생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나라별로 교과과정이 조금씩 달라 교과서 선택과 수업 배치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 영훈초는 오랜 기간 ‘이머전 교육’을 실시하며 차곡차곡 노하우를 쌓았다. 과목별 교재나 커리큘럼은 공개하지 않는 게 학교 방침.
교과서는 교내 교과서선정위원회가 매년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예컨대 리딩 과목은 뉴질랜드, 수학은 미국 등 괜찮은 프로그램을 검토해 들여온다. 수업방식은 과목과 단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된다. 한국어로 개념을 설명한 뒤 영어로 심화학습을 하거나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같은 내용을 동시에 두 언어로 배우지는 않지만, 전체 6년을 통틀어보면 한국어와 영어로 교과과정을 마치게 된다.
“이중 언어 학습에 대한 학설은 분분합니다. 하지만 최근 7세 전후부터 13세 이전까지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학교는 여러 연구결과와 교사들 간 토론을 거쳐 안정적인 모델을 찾았죠.”
수준별로 그룹 나눠 맞춤식 교육 제공
영훈초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소화해야 한다. 유치원을 갓 졸업한 아이들이 바로 영어수업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을 터. 학교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까.
“수업 자체를 맞춤식으로 진행하기에 실력이 모자라는 학생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교사가 학생의 수준을 체크해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거죠. 한 반을 3~6개 그룹으로 나누면 한 조에 3~6명씩으로 나뉘죠. 그렇게 되면 1:1 대응까지는 아니라도 거의 수준별 그룹과외처럼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과목이나 단원에 따라 교사가 매번 다르게 대응합니다. 또 영어실력이 모자라는 학생을 위해 ‘리딩스페셜리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영훈초등학교의 모든 반은 한국인·외국인 2인 담임교사제로 운영된다.


즉 같은 수업을 듣지만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눈높이의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비교적 평이한 과목이나 단원일 때는 그냥 수업을 진행하거나 2개 그룹 정도로 나누고, 개별지도가 필요할 때는 소규모로 그룹을 나눈다. 그렇다면 영훈초 아이들은 따로 과외는 받지 않을까.
“학부모님께 제시하는 과제 등 학교 커리큘럼만 충실히 따라오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려요. 그런데도 상당수 아이들은 과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커리큘럼을 인정하면서도 자녀가 더 잘됐으면 하는 욕심에 과외를 시키시는 거죠. 물론 전체가 다 하는 건 아니에요. 6학년 정도 되면 에세이 등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데, 뛰어난 아이들을 보면 학교 교육에 충실한 아이와 과외까지 함께 받은 아이가 반반 정도 섞여 있더라고요.”
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이머전 교육’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학교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자랑은 변화하는 교육 방침이다. 교사들은 끊임없이 교수법을 개발하고 학교는 사회의 흐름에 교육 방향이 뒤처지지 않는가를 고민한다.
“교사 절반 이상이 석사학위를 마쳤거나 준비 중이에요. 외국인 교사가 절반인데다가 한국인 교사도 당연히 영어에 능통하고요. 학교 차원에서는 해외 교육 관련 컨퍼런스를 주시하며 개선책을 찾죠. 그래서 매년 주력하는 분야가 달라져요. 최근에는 아이들의 정서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의 교우관계.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중학교에 진학하는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 아이들은 졸업 후 각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또 선생님과 친밀도가 높은 사립학교를 다니다 보면 공립학교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조 교감은 “따로 실태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영훈초 아이들의 적응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립 중학교에 진학한 뒤 처음에는 학생수가 많다 보니 교사가 모든 학생을 면밀히 관리하기 힘든 환경 측면에서 불편함을 느낀다고 해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적응을 잘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탐구학습으로 사고력이 단련돼 성적도 우수하고 학습 태도도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해요. 졸업 후 아이들끼리 모임도 곧잘 가지고요.”







사립초등학교를 가다①  한국어·영어 동시교육의 표본, 영훈초등학교

영훈초 5학년 이효재군 엄마 윤지원씨 인터뷰

Q. 왜 영훈초등학교를 선택했나요.
“영훈초는 보통 영어교육을 위해 선택하는 학부모가 많지만 저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학교를 결정하기 위해 사립학교 6군데를 둘러봤는데 영훈초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가 굉장히 친밀하고, 아이들의 표정이 밝은 게 눈에 보였어요.”
Q. 실제 학교를 다녀보니 그런 첫인상이 맞았나요.
“영훈초 아이들의 특징은 학교를 정말 좋아한다는 거예요. 저희 아이도 담임선생님을 제일 좋아하고 방학이 되면 학교를 못 가서 아쉬워하죠. 학교 분위기가 즐거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일단 이 학교는 사소한 것이라도 성적으로 등수를 매기지 않아요. 독서상 외에는 상을 주는 경우도 없죠. 자연히 선생님들은 경쟁을 독려하기보다 아이들 한명 한명의 특성을 존중해줘요. 또 선생님들의 열정이 대단하세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방향으로 고심해 수업을 주도하니 분위기가 활발하죠.”
Q. 아이가 영어수업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나요.
“저희 아이는 영어유치원이 아닌 인성교육 위주의 유치원을 졸업했어요. 그래서 1, 2학년 때는 영어 스트레스가 심했죠. 하지만 2년 정도 지난 뒤부터는 수업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어요. 영훈초는 영어 과목에 대한 주간·일간 계획이 홈페이지에 쭉 나와요. 외울 단어와 표현 등을 선생님께서 올려주시면 예·복습을 시키면서 수업내용을 집에서 보강할 수 있었죠. 그렇게 영어를 생활화하다 보니 아이의 영어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됐어요.”
Q. 영훈초의 어떤 부분에 특히 만족하나요.
“학교 설명회 때 교장선생님께서 ‘이곳은 영재 키우는 학교가 아니다. 독서를 많이 시키고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다. 영재교육 원하는 학생은 오지 않는 게 낫다’고 말씀하셨어요. 아이 학교생활을 보니 그 말씀이 딱 맞아요. 영훈초는 ‘이머전 교육’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하지만 그 학년 수준으로만 배워요. 영재교육은 물론 선행학습과는 거리가 멀죠. 또 성적 위주가 아닌 생활 위주 영어를 배워요. 외국인 선생님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언어를 체득하기에 입시영어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Q. 이중 언어 수업의 장점을 느끼시나요.
“큰아이는 영훈초에 다니고 작은아이는 공립학교에 다니는데, 둘 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1학년 마친 뒤 두 아이의 영어 수준이 확실히 달랐어요. 큰아이가 두려움 없이 영어를 더 잘 받아들였죠. 지금 5학년인 큰아이는 본인 학년의 미국학교 수업을 듣는 데 무리가 없어요. 매일 2,3시간씩 영어학원에 보내거나 일정기간 영어연수를 다녀와야 가능한 실력을 학교에서 체득한 거죠.”
Q. 개인과외는 시키지 않고 있나요.
“수학과 영어 과외를 1주일에 한 번씩 받고 있어요. 아이가 수학·과학을 좋아해 적성을 키워주는 차원에서 시키는 거예요. 영어·과학·스포츠 같은 과목은 방과 후 수업도 많이 활용했어요. 영어수업의 경우 학원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선생님들 실력도 우수해 혜택을 많이 봤죠.”
Q. 교육비 부담은 어떤가요.
“3개월에 1백70만원이고 9개월 동안 스쿨버스비를 월 10만원씩 내요. 급식비는 3개월에 15만원 정도 되고요. 학비가 비싼 편이지만 대신 영어학원에 따로 보낼 필요가 없어서 이득이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 영어실력을 위해서는 2,3시간씩 1주일에 3번은 학원에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원비가 50만원 이상 드니까요.”

여성동아 2009년 6월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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