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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김명희 기자의 알파맘 도전기

“엄마, 만화가 좋아요”

입력 2009.05.14 11:53:00

“엄마,   만화가 좋아요”



“오늘은 아빠가 아침을 먹고 나가서 다행이야.”
“그렇지. 오빠~”
얼마 전 ‘구름빵’(회사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출근한 아빠를 위해 아이들이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가져다준다는 내용)이라는 동화책을 읽은 아들(7)과 딸(5)이 모처럼 아침식사를 하고 나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이럴 때 책을 사준 보람도 느끼고 책의 위력도 실감합니다.
하지만 막상 서점에 가서 아이들과 부모가 모두 만족할 만한 책을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사주려고 하지만 스티커북, 공룡책, TV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를 소재로 만든 책을 집어드는 아이들의 안목에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결국 몇 번 실랑이를 하다가 아이들이 고른 책과 제가 고른 책을 적당히 섞어서 사주는 선에서 타협을 하고 서점 문을 나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모처럼 아이와 의견일치를 봤습니다. 아이가 요즘 최고 인기 있는 과학학습만화 ‘Why?’를 골라 들더군요. “왜 이 책을 골랐냐”고 물었더니 “EBS에서 만화로 하는 걸 봤는데 진짜 재미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집에 널리고 널린 스티커북이나 공룡책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사주었습니다. 그날부터 아이는 책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책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자더군요. 하루 종일 만화 주제가를 흥얼거리고 마치 자기가 만화책 주인공이 된 것처럼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까지 따라 했습니다.
만화책 보며 학습 내용보다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에 더 관심 보여
아이가 책을 통해 화석의 생성과정, 낮과 밤이 생기는 이유처럼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과학분야의 지식과 원리를 터득해가는 걸 보니 대견하더군요. 하지만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만화를 접한 이후로 다른 책은 읽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학습적 내용보다는 만화적 요소, 그러니까 등장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말장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동화책에서는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졌습니다’라고 표현될 부분이 만화책에서는 ‘꽈당~’이라고 묘사됩니다.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도 서로가 서로를 놀리고 깎아내리는 것이 주를 이룹니다. 어휘력과 아이다운 감성을 키우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장면을 나열하듯 보여주니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겠지요.
선배맘들의 이야기도 비슷했습니다. 어려서 만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호흡이 긴 책을 읽는 데 한계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한 선배는 되도록이면 삽화가 좋은 동화책을 많이 읽게 하고 만화책은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할 때 읽힐 것을 추천하더군요. 역사를 싫어하는 아이에겐 역사만화로 그 분야에 흥미를 갖게 하고, 과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과학만화를 읽게 하는 식이지요. 또 감수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책의 신뢰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만화책을 고를 때는 감수자를 꼼꼼히 살피라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 것인가. 커다란 숙제지만, 이보다 즐거운 고민이 있을까 싶습니다. 5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동화책 속 세계여행’에 가볼까 합니다. 수준 높은 국내외 동화 작품을 접하게 해 아이에게 만화책보다 더 재미있는 그림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저도 모처럼 동심의 세계에 빠져볼까 합니다.

여성동아 2009년 5월 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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