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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CF 여왕은 가라, 아줌마 김남주가 간다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박해윤 기자, MBC 제공

입력 2009.04.22 16:47:00

김남주는 얼핏 보기엔 도도한 깍쟁이 같지만 남편의 이야기는 다르다. 김승우는 “아내는 천생 ‘여자’다.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커피 한 잔도 두 손으로 깍듯이 내주는 그 마음에 감동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유난스러울 정도로 정성을 쏟는 엄마다. 8년 만의 드라마 컴백작 ‘내조의 여왕’에는 그런 김남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CF 여왕은 가라, 아줌마 김남주가 간다

김남주(38)를 인터뷰하던 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빨간색 짧은 원피스와 루이뷔통 로고가 그려진 스타킹이었다. 평범한 주부가 선택하기엔 다소 벅찬 아이템.‘두 아이의 엄마가 돼도 연예인은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은 그가 이야기를 하는 순간 바뀌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되면 말이 많고 목소리가 커진다. 아이, 남편과 씨름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겪는 변화다. 김남주도 그랬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가 과연 ‘CF 퀸 김남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목소리만 들었다면 분명 ‘저 아줌마 누구야?’ 하며 다시 한번 쳐다봤을 것이다.
그런데 김남주는 한술 더 떠 “저 예쁜 건 다 아시잖아요. 이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라며 넉살을 부렸다. 온전히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바친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촬영 현장에 선 여배우의 설렘과 흥분도 느껴졌다.

“아이들 낳아 키우며 행복했지만, 여배우 모습 잃어가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김남주가 ‘그 여자네 집’ 이후 8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컴백작 ‘내조의 여왕’은 남편을 출세시키려는 아내의 고군분투기다. 김남주가 맡은 ‘천지애’는 고교시절 학교에서 ‘한 미모’ 하던 퀸카. 하지만 결혼 후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간판에 반해 결혼한 남편 달수(오지호)가 사실은 조직 적응력이 ‘제로’에 가까운 무능력자였던 것. 이에 천지애는 의지가 약하고 우유부단한 남편 달수를 독하게 훈련시켜 완벽남으로 거듭나게 한다.
CF 여왕은 가라, 아줌마 김남주가 간다

김남주는 모처럼 입은 짧은 원피스가 불편한지 인터뷰 중 치맛단을 계속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동안 아이들을 낳아 키우다 보니 옷차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훌쩍 몇 년을 보내다 보니 헐렁한 고무줄 바지에 익숙해져 몸에 꼭 맞는 예쁜 옷, 높은 구두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둘째를 낳고 살이 안 빠져 상심이 컸었어요. 맞는 옷이 없어 옷장을 열기도 싫더라고요.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아이들과 지내는 동안 무척 행복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저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하루 한 시간도 안 되더라고요. 나도 여배우인데, 나를 좋아하는 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고민을 할 때쯤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먼저 시놉시스를 받아 본 김승우는 ‘당신한테 딱’이라며 출연을 부추겼다고 한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는 아내가 부담을 덜려면 새로운 역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원래 성격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남주는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이후 한 달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몸매를 다듬었다.
“원래 제 성격은 털털한 편인데 CF를 하면서 도시적인 이미지로 굳어졌어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저한테는 말도 안 걸고, 김승우씨만 알은체하더라고요. 실제로는 천지애의 캐릭터 분석을 따로 안 해도 될 정도로 성격이 비슷해요. 컴백을 결정한 후 안 먹고 운동을 했더니 볼살이 쑥쑥 빠져 오히려 보기 안 좋더라고요. 제가 나이 든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래서 요즘은 자기 전에 야참을 먹어요. 나이 든 게 서글프기도 하지만, 더 이상 밥을 굶어가며 다이어트를 안 해도 되니까 좋은 점도 있어요.”

CF 여왕은 가라, 아줌마 김남주가 간다

남편에게 잘 맞춰주고 필요한 것 얻어내는 여우같은 아내
김남주는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내조의 여왕’으로 통한다고 한다. 김승우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아내는 나를 하늘처럼 생각한다. 다른 집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아내 자랑을 했다. 김남주의 내조는 남편을 존중해준다는 의미. 출세를 위해 남편을 괴롭히고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천지애의 내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김남주는 “좋은 내조란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이 무능력했더라면, 나도 천지애처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빠(김승우)가 워낙 훌륭하니까 맞춰주는 거예요. 달수 같았더라면 저라도 발 벗고 나서서 출세를 도왔을 거예요. 상사 사모님 찾아가 인사하고, 따라다니면서 쇼핑 돕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정치인 사모님들은 선거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목욕탕에서 때도 민다던데, 그것까지는 못할 거 같고요(웃음).”
김남주는 인터뷰를 하면서 은근히 남편을 추켜세웠다. “김승우씨가 아내가 현모양처라고 자랑이 대단하다”고 하자 “오빠가 하는 말은 다 맞다”며 웃었다. “왜 그렇게 남편에게 꽉 잡혀 사느냐”고 묻자 “남편이 나와 결혼해 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 남편 덕분에 예쁜 아이들을 얻었고, 내 곁에 있어주는 것도 고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스스로를 남편한테 많이 맞춰주고 필요한 걸 얻어내는 ‘여우 같은 아내’라고 말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이번에는 김승우가 아내를 위해 특별한 외조를 했다. ‘내조의 여왕’에 카메오로 등장해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남주에게 힘을 실어준 것. 그가 맡은 역은 한강 다리에서 자살소동을 벌이는 달수를 만류하는 경찰관이다. 촬영장에서 김남주는 외투 없이 경찰복 하나 달랑 입은 김승우가 추울까봐 손 난로를 건네주는가 하면 남편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살짝 기대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촬영이 없을 때 앉아서 쉬라며 아내에게 의자를 가져다주는 김승우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CF 여왕은 가라, 아줌마 김남주가 간다

세간 소문 잦아들지 않으면 셋째, 넷째까지 낳으리라 다짐

아이들에게는 남편에게 하는 것 이상으로 정성을 쏟는다. 네 살배기 딸, 돌 지난 아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항상 면 소재 옷을 입고 김승우가 담배를 피운 후에는 절대 아이들 곁에 오지 못하게 한다. 남편이 “나한테도 신경을 써달라”며 살짝 시샘을 할 정도라고 한다.
“첫째는 태어날 때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어요. 그래서 낳자마자 양말을 신기고 원피스를 입혔죠. 여름에도 예쁘게 보이려고 모시 모자를 씌우고 다녔고요. 그랬더니 인터넷에선 ‘아빠를 안 닮아서 김남주가 아이를 가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이날 김남주는 자신의 부부와 아이들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소문에 대해 함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상한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라 그나마 지금은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소문이 그렇게 많이 퍼진 줄 모르고 ‘나만 행복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들까지 알고 계시더라고요. 다행히 둘째를 낳은 후 소문이 잠잠해졌어요. 둘째 낳고도 소문이 계속되면 셋째, 넷째도 낳으려고 했는데…(웃음).”
그런 소문과 엄마의 극성을 잘 견뎌준 첫째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둘째는 누나가 입던 옷을 물려 입히는 등 비교적 편하게 키우는 편이라고 한다. 요즘 그의 고민은 일하는 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 그동안은 잠시도 아이들과 떨어진 적이 없었다고.
“첫째는 예쁜 옷만 입으면 ‘엄마 어디 나가?’라고 묻고 집에 들어가면 옷부터 벗으라고 성화”라고 한다. 아이에게 엄마의 예쁜 옷은 곧 외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는 아쉬워 꼭 깨워 아이에게 말을 시키곤 하지만, 아이들로부터의 해방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매니저가 ‘촬영 중 잠깐 시간을 내 집에 가서 아이들 얼굴 보고 와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제가 싫다고 했어요(웃음). 집에 가서 아이들과 놀다 보면 슬슬 졸리고 대본 볼 시간도 없이 잠이 들거든요. 지방 촬영을 갔다가 숙소에서 저 혼자 침대에 누웠는데 얼마나 편하던지…. 아이들 떼놓고 일하는 게 신경 쓰이지만 먼 훗날 아이가 자기들 곁에만 있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할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엄마를 좋아할지 생각해봤더니 후자더라고요. 현장에 나오니까 아이들에 대한 마음도 더 애틋해지고요.”
멋진 남편, 예쁜 아이들… 지키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겁이 난다는 김남주. 그는 오늘도 “모든 걸 가진 만큼 고개 숙여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9년 4월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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