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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여배우 동원 접대 의혹, 어디까지 진실인가

글 이영래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9.04.22 16:01:00

장자연 사망 후 그녀가 생전에 쓴 것이라고 이야기되는 문건들이 등장하면서 세간에 ‘연예계 접대 관행’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과연 연예계엔 아직까지도 ‘성 상납’이나 ‘술 시중’ 운운하는 구태가 이어지고 있는지 취재해보았다.
연예계 여배우 동원 접대 의혹, 어디까지 진실인가

여배우 동원 접대 의혹은 연예계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고, 이런 의혹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만도 여러 번이다. 먼저 지난 2000년 SBS ‘뉴스 추적’이 연예인 매춘 실태를 보도했을 때, 한국방송연예인노동조합은 이 보도에 대해 사장 공개사과와 책임자 파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SBS 출연거부는 물론 금품을 수수하거나 성상납을 요구한 PD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식 단체가 ‘성 상납을 요구하는 PD의 존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한 최초의 사례였다.
그리고 지난 2002년 서울지검 강력부는 ‘PR비’를 중심으로 연예계 비리를 수사하다 연예 기획사들이 정재계 인사들과 연줄을 잡기 위해 소속사 여자 연예인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방송사 PD 등에게도 ‘성 상납’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나섰다. 당시 검찰은 유명 연예기획사 S사 대표 K씨 등이 소속 인기 여자탤런트 K양과 신인탤런트 P양, 또 다른 K양 등을 정치권 고위 인사와 재벌 2세, 기업체 대표 등에게 성 상납하거나 만남을 알선한 단서를 포착, K씨의 소재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2년 검찰이 조사 나섰다 흐지부지 되기도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김규헌 당시 강력부 부장검사가 충주지청장으로 발령나면서 이 수사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리고 2002년 9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서울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감사에서 “여당 A의원이 탤런트 C양을 지역구 행사장에 데리고 와 추행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목격했으며 B, C 의원도 A의원의 주선으로 L, K 양을 제주도 등에서 만나 성 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수사책임자였던 김규헌 당시 충주지청장이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정치인 이름이 나왔는 지는 말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홍 의원은 이때 “특정 정치인을 매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연예계 및 검찰 내부의 신뢰할 수 있는 인사로부터 정치인 실명이 담긴 복수의 제보를 받은 후 나름대로 확인을 거쳤다. 그날 거론한 의원 외에 권력 핵심 P씨가 관련돼 있다. 부장 검사의 좌천도 P씨와 무관치 않다. 수사 팀이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등 진상을 파헤치려 했으나, ‘켕기는 것이 있는’ 정치권의 간섭으로 부장검사가 지방으로 쫓겨났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수사 물망에 놓고 조사한 ‘S사 대표 K씨’가 이번 장자연 사건의 주인공 ‘K씨’가 아니냐는 의문이 부각되는 부분. 이에 대해 지난 3월 중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나경범 보좌관은 “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으며 당시 말한 것 이상 말할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이렇듯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예계 성 상납설 등은 비교적 공공연하게 거론됐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도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고, 그 이후 이른 바 ‘장자연 문건’이라고 불리는 문서 파문이 일기 전까지 특별히 크게 불거진 사건도 없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여배우 동원 접대 비리가 연예계에 실제 존재하는지 명확히 밝혀진 적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연예계에는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아주 당연한 듯 말하곤 한다. 몇 년 전 기자와 만난 한 원로 연기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예전 연예인을 낮게 보고 ‘딴따라’라 부르던 시절에는 화류계와 연예계를 일맥(一脈)으로 보기도 했다. 그런 인식이 남은 탓이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예계 여배우 동원 접대 의혹, 어디까지 진실인가

이런 인식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지난해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 에선 ‘연예계 성상납’이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극중 오승아(김하늘 분)는 광고 재계약을 위해 사주와 만난다. 이때 사주가 호텔방 키를 내밀며 유혹하자 “내가 많이 싸보이니? 하룻밤이면 될까? 나랑 놀고 나면 못잊으니까 차라리 데리고 살아라. 하룻밤 데리고 놀자는 거면 수작 걸지 말라는 뜻이야! 내가 아직 손을 안타서 3년짜리 CF 가지고는 명함 못내미니까 사모님과 상의해보고 연락주세요”라고 쏘아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연예인 성상납’의 이미지는 대략 이런 것일 듯.
“말만 있을 뿐이지, 당사자들이 침묵을 지키니까 사실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래도 분위기상 2000년 초반까지는 (성상납이) 있었다고 봐요. 그 이후엔 사실 가능하지가 않았어요. 2000년대부터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대형화됐고, 드라마가 주로 외주 제작으로 만들어졌어요. PD들이 유명 연예인 캐스팅하려고 서로 매달리고, 연예인이 캐스팅을 좌우하는 상황인데 PD나 제작자들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건 말이 안돼요. 캐스팅 어설프게 하면 작가들도 가만 있지 않아요. 드라마 작가들이 오히려 캐스팅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지금 연예계 바닥을 잘 몰라서 나오는 말입니다.”

“술자리 갖는 경우 있으나 술시중이라 보긴 힘들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 10여 년 이상 종사해온 A씨는 연예계 성상납은 이제는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단정짓듯 말했다. 그는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을 구분해야 한다. 연예인 지망생이 20만이라는 시대다. 그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어떤 사람과 만나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 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성상납 스캔들도 따지고 보면 극히 일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연예인이라는 범주로 다 묶어 연예인 성상납 운운하는 것은 모욕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제작자보다 연예인의 힘이 센 시대인 것은 확실하니 그의 말을 단순한 ‘제 식구 감싸기’라고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 B씨는 “ 신인 연기자가 나오면 광고기획사는 그 이미지를 분석해서 광고할 상품과 매치하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치밀한 분석과 연구 끝에 다 정해진 모델들이 막상 광고주에게 가서 거부되고, 교체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같이 술을 먹었느니 뭐니 하는 뒷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제작자에 대한 로비는 없어도 CF에 대한 로비는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결재 단계가 복잡하고 소문에 휩싸이기도 쉬운데 그런 식으로 광고주가 모델을 결정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스폰서는 있을지 몰라도 성상납을 해서 광고를 따내는 시대는 아니다. 대형 스타가 아닌 다음에야 신인들 CF 모델료가 5천만원 정도인데, 소문날 위험 부담 안고 그런 짓할 애들 없다. 스폰서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돈 많은 사람들은 항상 연예인과 친해져 부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스폰서를 두고 이야기하자면 항상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게 연예계다. 몇 억 정도 손쉽게 벌 수 있는데 성상납으로 CF를 딴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리고 스폰서는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만드는 것이라 매니저가 개입할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자연 문건에 나온 내용처럼 술 시중을 들게 하는 경우는 어떨까? A씨는 “술자리를 같이 하는 경우는 많다.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인사하고 친해지라고 만드는 자리 아닌가? 회사 회식에 여사원 끼면 술시중 되는 건가?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제일 평판 좋다는 C씨를 봐라. 스스럼없이 그런 자리를 만들지만 그 사람 뒤에서 로비를 했네, 접대를 했네 하는 말 안나온다. 연예인 당사자들도 C씨 같은 매니저가 그런 자리 만들면 절대 이상한 생각 안할 거다. 본인이 모멸감을 느끼고 ‘술시중’이라고 생각하게 했다면 그건 매니저가 잘못한 거다. 혹시 일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일부의 이야기를 가지고 전체가 다 그럴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연예계 내부의 ‘은밀한 비즈니스’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목격자’의 한 장면으로 본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여성동아 2009년 4월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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