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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정리 김명희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09.04.22 15:52:00

“아유, 나 요즘 외모가 후져서….”(마광수)
“오우케이… 그래요. 그럼 저녁은 어떻게 할까요? 피자? 피자로 되겠어요? 족발 하나 더 시킬까요?”(조영남)
만물이 생동하는 사랑의 계절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랑 지상주의자’ 조영남과 마광수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대담을 요청하자 두 사람은 흔쾌히 수락했지만 반응은 이처럼 사뭇 달랐다. 마광수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반면, 조영남은 타인을 향해 있다. 그래서 나이 들고 기력이 떨어지면 ‘에로’를 하는 마광수는 외롭고 ‘섹스가 배제된 쾌적한 로맨스’를 하는 조영남은 여전히 즐거운지 모른다.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인터뷰는 대한한국에서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는 서울 청담동 조영남(64)의 빌라에서 진행됐다. 조만간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는 그의 집은 작업 중인 그림과 곧 화랑으로 실려나갈 그림들로 어수선했다. 조영남은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는 화가가 됐다. 연애면 연애, 미술이면 미술, 음악이면 음악,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돈도 벌고 끊임없이 즐거움을 서비스하는 능력 덕분에 주변 사람들한테 인기도 많다.
마광수(58·연세대 국문과 교수)도 4월 갤러리아 순수에서 초대전을 연다. 학창시절 마광수는 천재였다.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고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스물여섯 살에 문단에 데뷔했다. 홍익대를 거쳐 모교 연세대 강단에 일찌감치 섰고 내는 책마다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의 삶은 92년 ‘즐거운 사라’를 시작으로 몇 차례의 필화 사건과 구속, 직장에서의 퇴출 등을 겪으며 곤두박칠쳤다. 학교에 복직됐지만 하루 담배 세 갑을 피우고 커피 10잔을 마시고, 수면제를 복용하고서야 잠이 든다고 했다. 그가 이번 전시에 출품할 그림(그는 그림과 글이 들어간 자신의 그림을 문인화라고 한다) 가운데는 ‘텅 빈 처럼 외로워 눈물 흘리다’라고 쓴 작품이 있다. 직접 만난 마광수는 그림 속 글처럼 외롭고 지쳐 보였다. 숱이 적고 하얀 머리카락은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지금 연애 상태는 “대만족” vs “그림의 떡”
지금의 연애 상황을 세 글자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조영남은 “대만족”이라고 했다. 멋진 여친들에 둘러싸여 수다 떨고 밥 먹고 쇼핑하고 영화 본다. 반면 마광수는 그림의 떡, 세 글자로는 “그림 떡”이라고 했다.
마광수(이하 마) (조영남의 거실 겸 화실을 둘러보며) 화투 그림이 많이 늘었어요. 공이 많이 들어간 건데. 이걸 언제 다 했어요?
조영남(이하 조) 난 재미없는 건 안 해. 예쁜 여자를 만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미가 하강세로 떨어져. 매사가 다 그래. 유일하게 상승세로 가는 게 미술이야.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했는데, 여가로 했지. 그런데 조 선생님은 노동을 하네. 글도 그렇던데. 아주 치밀하게, 노동을 하시더라고요.
글 쓰는 건 중노동이지. 빈틈이 있으면 무너지거든. 건축이야 건축.
그러니까 내가 놀라는 거예요. 글은 습작을 안 하면 정확한 문장이 안 되는데….
끙끙거리며 매달리니까. 대신 열심히 하는 척은 안 해. 내 전략이지. 내가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이면 결과가 나왔을 때 ‘걔는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그럴 거잖아. 열심히 안 하는 듯해야 ‘서프라이즈~!’ 이렇게 되지. 나는 광대잖아.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당신 그림은 순수해. 어린아이 같아. 이렇게 맑을 수가 있나, 감탄을 한다니까.
(칭찬에 으쓱함. 조영남 자신의 모습을 카드 ‘킹’에 담은 것을 보고) 저건 자화상인데, 왕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난 내 자화상은 그리기 싫더라고. 한 신문에서 ‘화가들의 자화상’이란 제목으로 글 청탁이 들어왔는데 ‘늙고 병든 내 모습을 그리기 싫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야한 여자를 자화상으로 그려본다’고 썼어요. 이젠 정말 거울을 보기가 싫어. 그래서 사진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는 전부 캐리커처를 넣어. 특히 이 머리…. 조 선생님은 타고난 거예요. 그 연세에 이렇게 머리가 있는 사람은 드물지.
나도 염색은 해.
염색할 머리가 있는 게 좋은 거예요. 남자는 둘로 나뉘어. 대머리냐, 아니냐.
나도 내 얼굴에 매료가 안돼. 그래서 자화상은 잘 안 그려.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얼굴 없는 자화상’이지. 누구도 나에 대해서 얘기를 못하게 만드는 거야. 누가 ‘조영남은 바람둥이다’ ‘어떻다’ 정의하는 게 싫어.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각도로 조영남을 봐주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지.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신비주의로 남으시겠다는 거죠. 나하고는 전혀 반대네요. 나는 낱낱이 다 까발리잖아요.
그렇지, 내 딴에는 신비주의야. 내 여자친구 공개하고 집 다 공개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궁금한 거 물으면 다 대답해줘. 그래서 ‘조영남은 편하다’ 그러는데 편한 척하는 거지. 왜 그러느냐. 그렇게 다 드러내도 사람들은 전혀 날 모르거든. 절대 나를 모를 거야. 얘기를 하다 보니 좀 대단해졌다. 나와 필적할 만한 사람이 이상이야. 그래서 내가 이상에 집착하는 거야.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이상은 별로 소통이 안돼요.
피곤한 사람들 즐겁게 해주는 광대 노릇도 열심히 하지만 나도 어떤 부분에선 사람들과 소통을 차단하려는 그런 게 있어. 당신도 자기 임무에 충실하다고 봐. 당신은 우리로 하여금 말과 행동, 정신과 몸이 같이 놀아야 옳다는 걸 자꾸 가르쳐주잖아. 그게 정의고 선이라는 걸 당신이 자꾸 주지시켜주는 거야.

“결혼은 매일 똑같은 반찬만 주는 거. 어떻게 매일 설렁탕만 먹고 살아요?”
친구(주로 여자)들과 영화 보기가 취미인 조영남은 얼마 전에 ‘더 버킷리스트’를 봤다고 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뒤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6개월 안에 죽는다면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해봤는데 딱 하나가 떠올랐다”고 한다. 스위스 제네바 가서 손목시계 실컷 구경하고 맘에 드는 거 하나 골라 사는 게 그것이다. “예전에 연애할 땐 음란한 목적으로 영화관에 갔다”는 마광수는 요즘은 “커플석이 잘돼 있어 음란 행위를 하는 것도 쉬운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냥 집에서 DVD를 본다고 한다.
난 시계 구경하는 거 외엔 다른 꿈 없어. 예쁜 여자랑 놀고… 다 해본 것들이야. 난 꿈을 다 이룬 것 같아.
나도 다 해본 것 같아요. 모교 교수가 꿈이었는데 지금 하고 있고… 시, 소설, 평론 다 해보고 싶었는데 잘했건 못했건 다 했어요. 스물여덟 살에 ‘업’이란 시를 썼는데 거기서 ‘죽어도 자식을 안 낳겠다’고 했어요. 그것도 진짜 실천했고. 그런데 솔직히 늙을수록 허전하고 이혼을 후회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내 스타일에 결혼은 안 맞았어요. 가령 둘이 자는 것부터 힘들고… 나중에 따로 잤지. 난 결혼제도는 악이라고 생각해요. 집착·소유·가족이기주의 다 거기서 나오거든요. 나는 다시 하면 계약 동거를 할 거예요. 얼마 살아보고 좋으면 연장하고….
결혼제도는 민주주의, 공산주의에 버금가는 좋은 제도야. 다만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듯 그것도 완벽하지는 않지. 완벽해지려면 5년 중임제를 해야지.
그거 뭐 계약 동거랑 비슷한 거죠.
좀 더 제도화된 거지.
완벽한 복지국가가 돼서 노후를 국가가 보장해준다면 그렇게까지 결혼 안 할 거예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건 노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나는 생식을 위한 섹스는 없다, 오로지 쾌락을 위한 섹스만 있다고 봐요. 섹스를 했는데 부산물로 아이가 생긴 거죠. 옛날 사람들은 자식 8~9명 낳는 게 보통인데 그렇게 많이 낳고 싶은 부모가 있었겠어요? 피임을 못하니까 그렇게 낳은 거지.
나는 일찍부터 결혼제도에서 이탈했어. 이혼했으니까. 이혼하면서 가족관계에도 이탈했지. 난 자식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어. 별로 내가 말할 만한 분야가 아냐.
나는 이젠 치매나 안 걸리면 좋겠어요. 죽을 때 갑자기 팍 죽어야 하는데.
그래 나도. 나도 치매에 안 걸리면 좋겠어.
나중에 죽어서 시나 소설 세 편만 기억되면 좋겠다, 그런 바람은 있죠. 그런데 그러기도 힘들어요.
사실은 꿈이 있어야 되는데…. 미국 잡지 ‘플레이보이’ 사장 휴 헤프너처럼 ‘젊은 여자 셋과 한 침대에서 같이 살다가 죽는 게 꿈이다’ 이 정도는 돼야 하는데…. 휴 헤프너는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지만 나는 그거 별로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여자들 보면 골이 우직~.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신날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나는 도사가 됐어.
나는 좀 다른데. 돈이 많으면 그걸 왜 안 해요? 재벌들이 이혼하고 그런 거 다 그래서 아냐?
꿈 꿔라 그럼.
아유, 젊어서는 모르지만, 이 나이엔 어려워. 이젠 자위도 별로 안 해요. 나 좋다고 그러는 여자도 별로 없고. 포기하고 그냥 글로 대리만족하겠다 이거지.
당신은 비겁해. 모순이 많아.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내가 봐도 이상해. 내가 여기에 관심을 가진 건 오로지 독학을 통해서예요. 처음 영감을 받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금병매’를 보면서였어요. 그걸 보고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독학으로 자위를 배웠어요. 그 다음엔 ‘플레이보이’ 같은 야한 잡지보다는 ‘보그’ 같은 패션지. 지금도 ‘보그’나 ‘바자’ 같은 잡지를 가끔 사요. 기다란 손톱, 액세서리 이런 거에 열광하거든. 나는 유미주의자이지 색마가 아니에요. 성교 장면 그런 건 별로야. 그저 그래. 다시 태어나면 야한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요. 여자처럼 마음껏 섹시하게 꾸미고 치장할 수 있는 자유가 없는 남자로 태어난 게 억울하다 이거예요.
당신은 여성호르몬이 기준치 이상으로 많아.
많아요.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예쁘장했다고. 누나 매니큐어도 바르고…. 트랜스젠더적인 마음은 있었는데, 우리 어릴 때는 그런 게 허용되는 시절이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얼마 전엔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남장 여자, 여장 남자)들이 클럽에서 모임을 갖는데 나한테 연설을 해달라고 초청을 했어요.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여자가 되려는 남자들이 많아요. 난 게이는 아니고 크로스드레서 정도면 좋겠어요. (성기를) 자르긴 좀 무섭고.
천재들은 다 비정상적인 DNA가 있어. 이런 거 가진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거든. 내가 아는 유명한 철학자가 있는데 동서고금의 모든 지식을 다 섭렵했어. 그런데 행동이나 도덕, 윤리에 대한 인식이 중학교 2학년짜리만도 못해. 그게 다 변태인 거지.
이 세상에 변태는 없어요. 다양한 취향만 있지.
아니, 내가 말하는 건 변태야. 난 아주 정상적이야. 그래서 산고의 아픔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 싫어하잖아. 아이 낳는 아픔으로 왜 그림을 그려? 노가다를 하지. 나는 재미 없으면 안 해.
나는 이런 얘기를 하죠. 권태는 변태를 낳고 변태는 창조를 낳는다.
‘내 멋대로 산다’ 조영남 마광수 Talk Show

마광수의 전시회 팸플릿과 조영남의 도록. 두 사람은 미술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미국에서 작품전을 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나는 권태하고 권태의 반대인 쾌적은 늘 반반 있는 거라 생각해. 권태롭다고 호들갑 떨 일 없고 쾌적하다고 호들갑 떨 일 없고. 권태든 뭐든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야. 다 아우르는 거지.
아, 달통을 하셨네. 아유, 나는 이혼도 권태 때문에 했어요. 내가 그랬기 때문에 여자들이 도망가도 하나도 아쉽지 않아요. 결혼도 권태의 연속이었어요. 3년 살았는데 딱 6개월 재미있었어요.
나도 딱 6개월 재미있었지만 ‘그렇게 살아야 되는가보다’ 했어. 여자와 헤어진 건 다 그 나름대로의 동기가 있어서이지 권태 때문은 아니었어. 여자는 아이를 낳고 싶다, 나는 아이를 낳기 싫다 그래서 헤어진 거지.
내가 말하는 결혼제도는 이거야. 매일 똑같은 반찬만 주는 거야. 어제도 설렁탕, 오늘도 설렁탕, 내일도 설렁탕… 어떻게 살란 말이야. 매일 바꿔 먹어야지.
아, 당신은 하고 싶은 말 다 안 하고 살 수 없나. 나도 하고 싶은 말 하고 살다가 욕을 먹는데 당신은 나보다 더해.
식사나 여자나 똑같은 거죠. 그러니까 내가 바라는 건 원시시대 모계 잡혼으로 돌아가자는 거예요. 여자가 (여러 남자와) 섞어서 자니까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요. 그런데 요즘 그런 징후가 보여요. 당당한 미혼모도 있고, 엄마 성을 같이 쓰는 사람도 있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여자가 남자보다 월등해요. 앞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가 올 거예요. 이걸 후천개벽의 시대라 그래요. 양의 시대에서 음의 시대로 간다 이거죠. 남성의 멸망이지.
당신 예언자 같아.
내가 피부로 느끼는 거라서 그래요. 예전엔 여자들이 동갑 남자 상대도 안 했어. 이젠 아니야. 2006년엔가 서른여덟 살 먹은 여자를 꼬셔서 연애를 했는데 이 여자가 아홉 살 연하랑 결혼을 했어. 옛날엔 동갑도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요즘엔 다섯 살, 열 살 연하랑 결혼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음, 그동안 남자가 득세했지. 그런데 미술, 음악, 철학 쪽에는 여자가 없어.
정말 그러네. 그쪽에서 여자를 차별해서 그런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남자와 여자는 기능 자체가 달라. 여자는 자궁에 상당한 기능이 있고 남자는 아이를 안 낳는 대신 머리 쪽에 상당한 창조적 기능이 있고. 내가 즉석에서 꾸며낸 이야기인데, 이렇게 해석을 안 할 수가 없어. 근거가 있는 얘기지.



“당신은 시대를 잘 타고난 거야”
마광수는 우리 사회가 성에 대해 극도로 경직돼 있던 80년대 초반부터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가고 성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말 대로 곳곳에 야동이 넘치는, 성의 시대가 왔지만, 아직 마광수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성에 대한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발언은 여전히 검열 대상이다. 마광수 처지에선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인데 조영남은 “그래도 당신은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말한다. 타인을 위로하는 조영남식 화법이다.
당신은 시간이 가면 불리해져, 저항이 없어지니까.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거지.
아니 그건 아니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감옥 가서 유명해졌다’는 말이에요. 아유, 그렇게 따지면 기형도나 이상이나 다 일찍 죽어서 유명해진 거죠.


이상이나 기형도는 탁월해.
그것도 나랑 견해가 달라. 나는 소통이 안되는 건 무조건 싫거든. 기형도는 난해해. ‘물속의 사막’, 이게 무슨 소리야.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시구가 있는 시 제목이 ‘빈집’이야. 무슨 연관이 있어?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알고나 기형도를 좋아하는 걸까.
이해라는 건 각자 하는 거지.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
어려운 글은 무조건 못 쓴 글이에요. 조 선생님이 잘 쓰는 것도 쉽게 써서 그런 거예요.
이상이 쓴 글 중에 누구도 그런 표현을 못해. ‘사과가 지구를 때린다’.
때렸다? 그거 섹스 행위를 말하는 거 아닐까? 난 이렇게 고등학생도 알아듣기 쉽게 풀어야 돼요. 내 시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장 콕토, 워즈워드도 (기형도 이상만큼)그렇게 강력한 이마주를 창조하지 못했어. 그런데 왜 자꾸 못 알아듣는다고 그래? 요즘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영화들을 봐. 다 마광수 작품 같은 부류야. 거기에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복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알아듣기 좋으니까 인기가 있는 거지. 내가 당신 시에 열광 안 하는 것도 무지 심심하기 때문이야.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 나는 거기에 전혀 흥분이 안되거든.
기형도와 이상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두 사람의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세상을 마냥 순진하게 사는 마광수와 쉬운 듯 하지만 결코 해독되지 않는 조영남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여성동아 2009년 4월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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