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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김명희 기자의 알파맘 도전기

봄이 오는 소리 들으러 딸기 농장으로 GoGo!!

2009. 04. 14

봄이 오는 소리 들으러 딸기 농장으로 GoGo!!

지난달 칼럼을 읽은 주변 사람들이 다양한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진짜 알파맘이 되려면 회사부터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뒷바라지에 나서야지’라는 친구의 조언이었습니다.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패스. 그리고 또 하나는 ‘요즘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 지문이나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재능을 파악하는 게 인기’라는 제보(?)였습니다. 귀가 솔깃했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일찌감치 파악할 수 있다면, 시행착오 없이 남들보다 편하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거액을 주고서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참 위험한 일입니다. 아이에게는 분명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있을 겁니다. 부모의 조바심이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차단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겁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영재 검사니 재능 검사니 하는 건 어쩌면 ‘당신의 아이는 이런 분야에서 다른 아이보다 뛰어나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엄마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이것도 패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덧 봄입니다. 아련하고, 설레고, 생기 넘치는. 사람이 평생 살면서 봄이 오는 것을 느끼는 횟수는 많아야 80번, 어릴 적엔 불과 4~5번에 불과할 겁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은 두고두고 아이의 머릿속에 남아 감성을 자극하겠지요. 퍼뜩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재능 검사가 아닌, 봄이 오는 소리를 직접 듣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딸기농장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자연은 아이들의 살아 있는 교과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오는 들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졌습니다. 저조차도 잊고 지내던 봄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봄 주말농장에 갈 때만 해도 생전 처음 밟아보는 흙이 무서워 평상 위에 올라가 꼼짝도 못하던 아이들이 의외로 순순히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일단 크고 싱싱한 딸기를 몇 개 따서 온 가족이 맛을 보았습니다. 싱싱하고 달콤한 게 시중에서 사 먹는 딸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두 아이에게 빨간 바구니를 하나씩 나눠 들고 크고 빨갛고 흠집 없는 딸기를 따라고 일러준 뒤 누가 먼저 바구니를 가득 채우나 내기를 시켰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 들으러 딸기 농장으로 GoGo!!

평소 오빠한테 지기 싫어하는 둘째도 이곳에서만큼은 조용했습니다. 함부로 뛰었다간, 딸기가 다 망가질 게 뻔하니까요. 한참 동안 딸기를 따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이때부터 큰아이의 질문공세가 시작됐습니다. ‘비닐하우스는 왜 더워요?’ ‘딸기밭에 왜 벌통이 있어요?’ 아이의 질문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서울 하늘에는 별이 없는데 왜 여기는 별이 많아요?’ 어떤 질문은 책을 통해, 또 어떤 질문은 스스로 생각해서 해답을 찾아가더군요.
아이에게 세상은 너무도 궁금해서 못 견디겠는 호기심 상자입니다. 엄마도, 아빠도 해결해주지 않는 수많은 질문에 하나씩 답을 찾으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나름대로의 지식도 쌓이겠지요. 이번 딸기농장 나들이는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던 아이에게 재미있는 선물이 된 것 같아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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