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최후의 만찬, 1495~98, 템페라 벽화, 460×880cm,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성모가 아기 예수에게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성모는 특별한 옷을 입었습니다. 옷 틈으로 가슴이 드러나 아기가 젖을 먹기 편하게 돼 있는 옷이지요. 성모의 시선은 오로지 아기를 향해 있습니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이마와 다소곳하게 내려앉은 눈꺼풀, 오뚝한 코와 작은 입술, 봉곳한 턱이 우아하기 이를 데 없네요.
옛날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이 지녔던 이상적인 미인의 모습이 이 성모상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성모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는 아기 예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보는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군요. 성모의 관심사가 아기라면 아기의 관심사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는 자라나 이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가 될 운명이기에 이처럼 우리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것이지요.
아기는 오른손으로 어머니의 젖을 잡고 왼손으로 방울새를 쥐고 있습니다. 이 방울새는 예수가 장차 맞이하게 될 수난을 상징합니다. 새의 머리에 빨간 점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이런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작은 방울새 한 마리가 예수의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의 눈에 가시관을 쓴 예수의 이마에 유난히 깊이 박힌 가시가 보였습니다. 새는 부리로 그 가시를 뽑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의 핏방울이 새에게 튀어 그 뒤로는 자자손손 머리에 빨간 점을 두른 새가 됐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기 예수가 이 새를 쥐고 있는 것은 인류를 위해 희생할 자신의 운명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평화롭고 따뜻한 분위기가 넘치는 그림이지만, 이렇듯 깊은 의미 또한 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마돈나는 이탈리아어로 ‘나의 부인‘이라는 뜻을 가진 미아 돈나(mia donna)의 준말입니다. 귀부인을 부르는 존칭이었으나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호칭으로 사용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3대 화가 중 하나로 회화뿐 아니라 수학, 물리, 천문, 식물, 해부, 지리, 토목, 기계, 음악학 등의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 예술가입니다.
다빈치, 성모자(리타의 마돈나), 1490~91년경, 템페라화, 42×33cm, 에르미타슈 박물관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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