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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연기 잘하는 배우 되길 소망하다

글 정혜연 기자 | 사진 박해윤 기자

입력 2009.03.23 11:37:00

서늘한 눈빛이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던 배우 소지섭이 달라졌다. 앞장서서 촬영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 정도로 부드러워진 것. 그는 군대라는 숙제를 마치고 나니 여유가 생겼고, 데뷔 10년 차가 되고 보니 연기에 대한 생각도 정리된 덕분이라고 말한다.
소지섭 연기 잘하는 배우 되길 소망하다

지난 2월 중순, 드라마 ‘카인과 아벨’ 방영을 앞두고 만난 소지섭(32)은 취재진 앞에서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바빴다. 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그는 “다시 시청자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는 제게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요. 제대를 앞두고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결국 영화로 복귀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선택한 작품이 이번 드라마예요.”
드라마 ‘카인과 아벨’은 성서를 모티브로 외과의사인 형과 동생의 갈등,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형에게 미움받고 그의 음모로 죽음의 위기에까지 몰리는 동생으로 등장한다.
“원래 아픔을 간직한 킬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휴가 나와서 ‘카인과 아벨’ 시놉시스를 봤는데 킬러와 형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죠. 그런데 여러 문제가 생겨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사이 출연자들도 바뀌고 시청자 연령대를 고려해 직업도 바뀌었죠.”
그의 제대 이후 첫 작품은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됐고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이후 다른 작품에 출연할 수도 있었지만 소지섭은 끝까지 ‘카인과 아벨’ 출연을 고집했다.
“신의를 지키고 싶었어요. 저를 믿고 캐스팅해준 감독님이 고마웠고 그런 분과 함께한다면 좋은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죠. 그런데 사실 킬러에서 의사로 직업이 바뀐 건 좀 아쉬워요. 킬러에 맞게 머리부터 의상까지 준비해둔 게 많았거든요(웃음).”

소지섭 연기 잘하는 배우 되길 소망하다

“연기 잘한다는 평가받기 전까지 결혼할 생각 없어요”
전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조직폭력배로 출연, 숱한 액션신 때문에 고생한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몸을 던져 연기해야 했다. 중국으로 여행 갔다가 의문의 남자들에게 잡혀 사막에서 총을 맞는 장면, 며칠 동안 수갑에 묶인 채 사막을 뛰어다니며 쫓기는 장면, 중국의 한 수용소에서 벌거벗은 채로 고문당하는 장면 등을 촬영하느라 꽤 고생을 했다고 한다.
“다음에는 힘든 장면 없는 멜로물을 찍고 싶어요(웃음). 농담이고,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뭐든 잘 먹고 몸도 건강한 편이거든요. 다만 사막에서는 고생 좀 했죠. 일교차가 그 정도로 클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게다가 모래바람이 거세서 한번 눈에 모래가 들어갔다 하면 며칠씩 빠지지 않아 갑갑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한지민·신현준·채정안과는 벌써 꽤 친해진 듯했다. 한지민은 그에 대해 “소지섭씨는 낯도 많이 가리고 굉장히 차가울 줄 알았는데 촬영장 분위기를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며 칭찬했다.
“군대라는 숙제를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20대 초반에는 제가 어딜 가든 촬영장에서 막내인데다 비중도 적어 나서기 곤란했던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덧 저도 고참이 돼 있더라고요(웃음). 혼자 무게 잡고 앉아 있으면 촬영장 분위기도 다운될 것이고, 그렇게 해서 좋을 거 하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사실 데뷔할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스타는 아니었다. 대학시절 수영선수에 대한 꿈을 안고 살다 부상을 입은 뒤 한 의류업체 모델로 데뷔, 한동안 조연급에 머물렀다. 이후 그는 드라마 ‘맛있는 청혼’ ‘천년지애’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을 촬영할 때까지 상대배우를 빛나게 해줄 뿐 정작 자신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찍고 나서 덜컥 제 인생이 걱정됐어요. 군대에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거든요. 어쩌면 돈을 위해 연기하는 생활형 배우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까지 들었죠. 저보다 상대배우가 주목받는 걸 보면서 제 연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반성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그때 좌절하지 않고 계속 부딪친 건 잘한 일 같아요.”
결혼 적령기인 그에게 계획을 묻자 “‘전혀’ 계획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 연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됐는데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어요. 촬영장에서 스태프와 장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대사를 맞추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이상형이요? 나이가 들수록 바뀌는데 요즘은 해맑게 웃는 여자가 좋아요. 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 있잖아요(웃음).”
모델 활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송승헌과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소주 한잔 하며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라고 한다. 편안한 형·동생 사이지만 서로 일에 관해서는 의견을 나누지 않는 편이라고.
“승헌이 형은 거의 친형이나 마찬가지예요. 제가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예전에 한 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신경전이 벌어졌죠. 둘 다 생각하는 바가 명확하니까요. 이후로는 일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때 만났으니 친하게 지내고 있지 나이 들어 작품 통해 만났다면 오래 보지 못했을 거예요(웃음).”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그는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제는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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