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LifeStyle Sex

동상이몽은 그만! ‘판타지’알아야 밤이 즐겁다

글 신동헌‘섹스 칼럼니스트’ㅣ사진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9.03.13 16:20:00

말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한 침대에 누워 자는 부부라면 더욱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섹스 판타지’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 지루했던 밤은 가고 황홀만이 찾아올 테니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폴로셔츠에 면바지를 입어야 멋진 남자고, 여자는 앞머리에 무스를 발라 올리고 새빨간 립스틱을 칠해야 멋을 아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때는 ‘유행’이라는 것을 안 따르면 뭔가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는지 다들 비슷한 차림새에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도 정말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서울 압구정동 거리를 걷다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30~40대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정말 다양한 스타일을 뽐낸다. 바뀐 것은 옷차림뿐이 아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살아가는 방법도, 취향도 정말 다양해졌다. 선진국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뀌지 않고 오히려 퇴보한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섹스 문화다. 공자가 죽은 지도 2천5백년이 지났는데, 유교적 사고방식은 고향인 중국도 아니고 얄궂게 대한민국에 맴돌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그나마 섹스 관련 잡지도 몇 권 있었고, 동네 비디오방에 ‘성인 비디오’라는 것도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 없어졌다. 그것들은 모두 ‘공짜’ 인터넷에 밀려 사라진 지 오래다. 양지로 나오나보다 싶었던 것들이 모두 음지로 다시 숨어버린 것이다.
혈기 넘치는 남자 고등학생들이나 보던 것들인데 사라진들 무슨 상관이냐고? 천만의 말씀. 그런 성인물은 고등학생이나 동정도 못 뗀 20대 초반 남자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성인’, 바로 당신을 위한 물건이다. 유치하게 숨소리나 질러대고, 이상한 상황 설정에, 묘한 포즈나 잡고 있는 것들을 봐서 뭐 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성생활 만족도는 참으로 안 봐도 비디오다.
그렇게 남자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성인물이야말로, 어떻게 하면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 좋은 교과서다. 모든 남자가 꿈꾸는 판타지와 로망이 그 안에 숨어 있다. 유치하다거나 천박하다고 폄하하기보다는 연구하고 분석해서 당신의 성생활에 응용할 필요가 있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보니 왜곡된 저질 정보를 음성적으로 얻게 되고, 그러다 보니 거부감을 느끼거나 왜곡된 성생활을 하게 된다. 오럴 섹스도 싫고, 불을 켜는 것도 싫고, 뒤로 하는 것도 싫어서 정상위로만 해야 하는, 즉 섹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반대로 일본에서 인터넷을 타고 건너온 포르노물을 통해 자체 성교육을 받는 요즘 아이들은 ‘사정은 얼굴에 하는 것’이라든가, ‘여럿이서 하면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등의 심각하게 왜곡된 정보를 얻고 자란다. 그들이 자라서도 계속 여자 얼굴에 사정하는 게 정상인 줄 안다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좀 더 섹스를 즐겨야 한다. 섹스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체위라든지 이런 섹스를 꼭 해보고 싶다든지 하는 얘기를 남녀노소, 아니 남녀노성(男女老成)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동네마다는 아니더라도 백화점, 혹은 번화가마다 성인용품 숍이 생겨야 하고, 섹스 전문지도 한두 개쯤 생겨나야 한다. 아니, 스무 살 넘은 성인이면 누구나 하는 섹스를 왜 그리도 꽁꽁 숨겨둬야 하느냐는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한 블록마다 건물 한두 군데씩 러브호텔이 있는 나라도 드문데, 여전히 남자들은 강변도로 가에 서 있는 트럭에서 성인용품을 구입하고, 여자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은밀히 바이브레이터를 사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수줍음이 많다.

오럴 섹스와 금연 맞바꿔 새로운 행복 찾으면 어떨까?
도대체 뭘 배워야 섹스를 잘하는 거냐고 묻는 적극적인 여성들에게는 남자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 싶다. 먼저 파트너가 어떤 판타지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시길. 남자들은 대부분 오럴 섹스를 무척 즐긴다.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단조로운 오럴 섹스 테크닉에 대해 조언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좀 색다른 곳에서 오럴 섹스를 해보고 싶은 판타지가 있을 수도 있다. 딜도를 사용하거나 가벼운 새도마조히즘(SM)을 경험해보고 싶을 수도 있고, 꽤 높은 확률로 애널 섹스를 갈망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건 단순히 일본 포르노 필름을 보고 ‘못된 것만 배워서’가 아니라 남자들이 갖고 있는 성적인 본능의 일부다. 시각적인 것을 중시하는 남자의 섹스 메커니즘상, 그런 것들이 엄청난 흥분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판타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봐라. 아무도 없는 남국의 프라이빗 비치 백사장에서 야외 섹스를 즐기고 싶다거나, 특급호텔 스위트룸 발코니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다거나, 천장 전체가 열리는 수입차에서 별을 보며 카 섹스를 즐기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절충안을 찾을 수도 있다. 당신이 그리도 싫어하던 오럴 섹스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대신 당신의 남편은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는 거다. 담뱃값과 술값을 모으면 내년 여름휴가 때는 동남아 풀 빌라에서 로맨틱한 야외 섹스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함께 인터넷 성인용품 쇼핑몰을 뒤지면서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딜도를 구입해도 좋고, 애널 섹스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연습용 성기구에 대해 논의해도 좋을 것이다. SM에 대해 변태 성욕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파트너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그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가벼운 스팽킹(엉덩이를 때리는 행위)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인간의 섹스가 동물과 다른 점은 모든 게 가능하다는 거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 약간의 노력만 있다면 성욕은 따라오게 돼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그렇게 보채더니 결혼 후에 점점 횟수가 떨어져서 걱정이라는, 여성지 섹스 Q&A의 단골 질문은 남자 입장에서는 너무도 진부해서 대답하기도 귀찮을 정도인데, 확실히 말해두지만 그건 점점 두꺼워지는 당신의 뱃살 때문도 아니고, 당신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도 아니다. 남자들이 언제나 똑같은 패턴 섹스에 질려 있기 때문이다. 그건 언제나 하던 방식대로만 하려고 하는 남자 때문이라고? 맞다. 그러니까 바꿔보라는 말이다. 대화로 시작해도 좋고, 소리를 지르거나 ‘엄마’를 부르는 등 의외의 반응을 보여도 좋고, 한 번도 안 해본 체위나 애무를 시도해도 좋다. 물론 상대방이 놀라지 않게, 적당한 자극만 느낄 정도로만.
이제 우리나라 어른도 권리 좀 찾고 살 때다. 섹스는 창피한 게 아니라 즐거운 거다. 당당하고 다양하게 즐겨보자는 말이다. WD

신동헌씨는…
라틴어로는 ‘카르페 디엠’, 우리말로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좌우명대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모터사이클, 자동차, 그리고 여자인데, 최근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이 추가됐다. 죽을 때까지 와이프를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에 넘치는 결혼 3년 차.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LifeStyle 목록보기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