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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Job & Career ②

요리사 되기 위한 필수 관문, 조리사자격증 취득 A to Z

“51가지 요리 중 2가지 제한시간 안에 만들어야 합격해요”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박해윤 이기욱 기자 || ■ 촬영협조 한솔요리학원

2009. 03. 13

취업을 희망하는 주부들 중 조리사자격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급식업체 등에 취업이 가능하고 출장요리사로도 활동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조리사자격증 취득과정 & 취업 성공 사례.

요리사 되기 위한 필수 관문, 조리사자격증 취득 A to Z

요리 솜씨 좋은 주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 “당신 식당 차려도 되겠어.” 상기된 표정으로 칭찬을 늘어놓는 남편에게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하면서도 ‘자격증이나 한번 따볼까?’ 하고 생각하는 주부가 많을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취업을 목표로 조리사자격증에 관심을 갖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은 기자가 직접 요리학원을 찾아가 한식 조리사자격증 취득과정을 수강했다.
학원 강좌는 필기와 실기로 나눠져 있는데, 수강생 대부분이 두 가지 코스를 한꺼번에 듣는다고 한다. 학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자가 가본 학원의 경우 필기 수강료는 4주 과정(주 4회·하루 1시간 40분)에 23만원(교재비 1만4천원 별도)을 낸다. 필기와 실기를 같이 들을 때는 재료비 포함 47만원, 실기 수업만 들을 경우는 5주 과정(주 5일·하루 2시간)에 재료비와 수강료 포함해 35만원이다. 여기에 20만원을 추가하면 실기 수업을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주부라면 여성인력개발센터나 구청 등에서 마련한 조리사자격증 취득과정을 들어도 좋다. 대부분 재료비만 받기 때문에 금액 면에서 부담이 덜하다.
학원 로비에서 수강신청을 마친 뒤 두 권의 교재를 받아들고 필기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강사는 시험출제 가능성이 높은 내용에 대해서는 몇 차례 ‘별표’를 강조하기도 했다. 시험문제는 식품의 일반적인 조리지식과 위생법규 등에 관한 내용으로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고 한다. 때문에 학원 수업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도 충분히 합격 가능하다고. 교재는 일반 서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기출문제 풀이집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기시험은 총 51가지 요리 중 2가지가 과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학원에서도 하루에 2가지 요리를 배운다. 조리 실습에 앞서 요리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한식 실기 요약집’을 받아들었다. 강사의 말을 메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펜을 챙겨가야 한다. 수업은 총 2시간으로 진행된다. 먼저 1시간은 강사의 시범이 이어지고 나머지 1시간은 수강생들의 실습으로 채워진다. 학원에서도 시험장에서처럼 시간 엄수가 필수라고 한다.
이날 배운 요리는 돼지갈비찜과 오이소박이. 강사는 “시험장에서 오늘처럼 찜요리가 나오면 다른 요리를 할 때 시간을 벌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돼지갈비찜의 경우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빛깔과 야채의 익힘 정도라고 한다. 고기에 윤기가 돌게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센 불로 조리는 것이 포인트. 만약 윤기가 나지 않는다면 참기름을 한 스푼 넣는 게 방법이라고 한다. 기자 역시 마지막에 국물을 너무 조린 바람에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국물을 급조해 그릇에 담았다.
오이소박이의 포인트는 ‘자르기’였다. 오이 하나를 6cm 길이로 세 토막을 낸 뒤 양끝 1cm를 남기고 열십자로 칼집을 내야 하는데, 이때 과도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때문에 시험장에 과도를 챙겨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오이소박이에도 약간의 트릭이 허용된다. 오이가 소금물에 제대로 절여지지 않았을 경우 열십자 사이로 양념을 집어넣기 힘든데, 이럴 때 양념을 오이 표면에 무치기만 해도 된다는 것. 물론 시험감독관이 오이소박이를 잘라 단면을 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두 가지 요리를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은 총 50분.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수강생들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단상으로 몰려들었다. 강사는 잘 만든 것과 그렇지 못한 음식을 비교하며 추가 설명을 해줬다. 강사에게 기자가 만든 음식의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40점에 40점, 총 80점으로 합격(50점, 50점씩 100점 만점에 과락없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라고 했다. 합격자 중 주부의 비율은 4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평범한 주부들이 한식 조리사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5개월 정도. 한 번에 붙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복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강사는 “똑같은 음식을 네다섯 번은 만들어봐야 이론과 실기를 숙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료를 정해진 규격대로 써는 것도 쉽지 않은데, 평소 새끼손가락에 길이를 표시해두고 자주 연습하는 게 좋다고 한다.
필기·실기 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www.hrdkorea. or.kr)에 들어가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다. 한식의 경우 정시와 상시로 나눠져 있는데 정시는 일년에 4번, 상시는 한 달에 2~3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원서비는 필기시험 1만1천원, 실기시험 2만4천4백원.

이런 곳도 있어요!
저렴한 비용으로 조리사자격증 취득할 수 있는 여성인력개발센터 & 문화교실

국가기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요리뿐 아니라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센터는 전국에 분포돼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www.vocation.or.kr)에서 검색 가능하다. 한식 조리사자격증 취득반의 경우 보통 3개월 과정에 필기와 실기 합쳐 수강료는 28만~35만원 선(재료비 포함). 센터에 따라 무료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서울 강서구는 구청 홈페이지(www.gangsoe.seoul.kr)에 접속해 접수 가능하고, 수강료는 4만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및 등록 장애인은 50% 감면혜택이 주어진다. 강북구 역시 강북문화대학(http://campus. gangbuk.seoul.kr)을 개설, 조리사자격증 취득반을 운영 중이다. 수강료 7만8천원에 재료비는 11만원. WD
학원에서 수강신청 후 필기 수업과 실기 수업을 함께 들었다. 자격증 취득 전문반인 만큼 수업은 실제 시험 문제 위주로 진행된다.
취업 성공 사례
조리사 자격증 취득 후 출장요리사로 변신한 김산옥 주부

“견습기간 1~2년 후, 월 180만원 수입 올려요”
요리사 되기 위한 필수 관문, 조리사자격증 취득 A to Z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주부 김산옥씨(43)는 2년째 출장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간 여유가 생겨 뒤늦게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한식·중식·일식 조리사자격증을 따놓았다고 한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출장요리 보조’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해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
“20년 넘게 출장요리를 해오신 분 밑에서 1년 동안 견습기간을 보냈어요. 처음부터 혼자 일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육수나 소스 등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 밑에서 열심히 배우면서 준비를 해야 하죠.”
보통 견습기간은 1~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받는 금액은 한 달에 70만~80만원 선. 하루 일당은 4만원이고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독립한 뒤에는 음식을 준비하는 인원수에 따라 가격을 책정해 받는다. 만약 의뢰인이 1인당 2만원짜리 음식으로 10인분을 주문했다면, 20만원에 인건비 8만원을 더해 28만원을 청구한다. 15명 이상일 경우 재료비와 함께 인건비가 추가된다고 한다. 또 지방에서 일할 때는 차량 연료비와 통행료를 별도로 받는다. 현재 김씨의 한달 평균 수입은 150만원~180만원.
근무시간은 식사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저녁식사일 경우 아침 10시부터 의뢰인의 집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전에 미리 장을 봐야 하는데, 식재료뿐 아니라 조리도구, 그릇 등 무거운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출장요리사에게 기동력은 필수조건이다.
고객 유치는 의뢰인들의 소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에 전단지를 뿌리는 등 자체 홍보를 하기도 하지만 한번 요리를 맛본 손님들이 직접 김씨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고급 한정식당에서 먹는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어르신들의 경우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고들 하시거든요. 저 역시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서 흡족해하실 때 뿌듯함을 느껴요. 무엇보다 출장요리는 집들이·돌잔치·백일 등 경사스러운 자리에 가는 거라 일하면서도 기분 좋고요.”
투자비용이 필요 없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김씨는 “창업할 경우 자본금에 대한 부담이 큰데, 요리는 솜씨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출장요리는 경기불황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집들이나 돌잔치 등은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해와 비교해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일이 주로 주말에 몰리다 보니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적성에 맞아서인지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별로 없어요. 즐겁게 일하다 보니 나날이 자긍심도 커지고 다양한 사람을 대하면서 인생도 배우는 것 같아요.”
앞으로 김씨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주부의 강단과 뚝심으로 출장요리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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