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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클림트의 작품 세계 한눈에 펼쳐지는 황금빛 축제 클림트展

글 고미석‘동아일보 기자’ | 그림제공 MHHD

입력 2009.03.11 13:52:00

매혹적인 클림트의 작품 세계 한눈에 펼쳐지는  황금빛 축제  클림트展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 1912, 캔버스에 유화, 110x110cm, 벨베데레미술관(좌) 유디트I, 1901, 캔버스에 유화, 84x42cm, 벨베데레미술관(우)


“보는 순간 멍해진다” “백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전시다”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아시아 최초 단독전이자 금세기 마지막 대규모 전시가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찬탄을 금치 못한다. 가슴이 쿵쿵 뛰게 만드는 황금빛 팜므 파탈과 에로틱한 드로잉의 매혹에 푹 빠지고, 어지럽던 마음마저 고요하게 가라앉혀주는 평화로운 풍경화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한다. 베토벤을 기리기 위해 헌정된 34m 길이의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마주하는 순간 그 웅장함에 압도됐다가 화가의 체취가 담긴 작업복, 손 때 묻은 미술도구를 볼 때는 천재화가가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되는 작품을 그린 화가로 꼽히는 클림트. 5월15일까지 계속되는 ‘클림트 황금빛 비밀-토털아트를 찾아서’전이 클림트 바이러스를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시는 그 구성과 품격에서 흔히 보이는 백화점식 블록버스터전과 차별화된다. 초창기부터 말년까지의 유화 30여 점, 드로잉과 포스터 원본 70여 점, 벽화와 설치작업 등 총 1백10점은 치열하게 살았던 한 예술가의 전모를 이해하는 데 손색이 없다. 알찬 전시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개막 첫 주에만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매혹적인 클림트의 작품 세계 한눈에 펼쳐지는  황금빛 축제  클림트展

아멜리 주커칸들 부인 초상, 1917, 캔버스에 유화, 128x128cm, 벨베데레미술관(좌) 아담과 이브, 1917, 캔버스에 유화, 173x60cm, 벨베데레미술관(우)



보는 이 매료시키며 빠르게 퍼지는 클림트 바이러스
클림트는 한 세기가 막을 내리는 데 대한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19세기 말 유럽의 정서와 시대정신이 탄생시킨 천재화가였다. 오스트리아 빈의 궁핍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건축물의 벽화를 그리는 장식화가로 출발했으나 30대 중반부터 금박을 사용한 독창적 그림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미술사적으로 그는 전통을 고수하던 빈미술가협회를 뛰쳐나와 ‘빈 분리파’를 결성한 인물로 기록된다. 분리파 초대회장을 맡은 그는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거센 비난 속에서도 도식적 아카데미풍 그림에 대변혁을 시도하는 등 변화의 중심에 섰다. 평생 독신을 고수한 그는 수수께끼 같은 남자이기도 했다. 숱한 여인과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면서도 사돈관계였던 에밀리 플뢰게와는 죽을 때까지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는 작품은 ‘유디트 Ⅰ’. 에로티시즘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 황금빛 그림으로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팜므 파탈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황금 목걸이를 하고 살짝 벌린 입술에 분홍빛 유두를 드러낸 유디트. 적장을 유혹해 동침한 뒤 목을 벤 성경 속 인물이다. 그녀는 황금을 얇게 펴서 칠한 금빛 나무와 잎사귀에 둘러싸여 황홀하고 치명적 매력을 뿜어낸다.
말년의 대표작으로 ‘아담과 이브’도 주목할 만하다. 인류 최초의 팜므 파탈인 이브를 아담을 타락시킨 죄인이 아니라 여신같이 표현한 그림이다.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펼치는 풍경화들을 찬찬히 감상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서 위안을 찾았던 클림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걸작들이다.
‘키스’를 통해 연인들의 화가로 알려진 클림트지만 전시장에는 젊은 연인들과 더불어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도 무척 많다. 한국 측 큐레이터 김민성씨는 “클림트의 그림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고, 아름다운 색채를 뿜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쉽게 빠져든다”며 “다양한 재료와 표현기법을 탐구함은 물론 그림의 기본 드로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 감각까지 탁월한 클림트와의 만남을 통해 자녀들에게 미술에 대한 흥미를 일깨울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자화상을 남기지 않고 그림을 통해서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클림트. 초년의 가난을 딛고 벽화가로 일찍이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고, 길이 없는 곳에선 길을 만들면서 나갔다. 작품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세상의 잣대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미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낸 그 용기에 반하게 된다.
‘그대의 행동과 예술이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없다면 소수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하라. 그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클림트가 좋아했던 시인 쉴러의 문구가 묻는다. 지금 얼마나 타협하며 살고 있는가. 날마다 얼마만큼 닳아지고 있는 것인가.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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