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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밝은 웃음에서 뿜어져나오는 생동감 버찌를 들고있는 소년

2009. 03. 11


화가가 초상화를 그릴 때 형태를 그대로 그리는 것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모델의 내면을 포착하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성격과 기질, 감정 같은 것을 잘 드러내야 좋은 초상화가 되기 때문이지요.
마네가 그린 ‘버찌를 들고 있는 소년’은 모델이 된 소년의 내면을 무척이나 잘 포착한 그림입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서 생기가 뿜어져나옵니다. 건강한 아이라면 이 나이 무렵, 이처럼 밝은 기운이 온몸에서 솟아납니다. 마네는 이 기운을 어떻게 하면 더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소년에게 빨간 버찌를 한 아름 들고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버찌 색과 비슷한 빨간 모자를 머리에 쓰게 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소년은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등 형편이 그다지 넉넉한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싱그러운 버찌와 빨간 모자가 그런 궁핍한 인상을 다 사라지게 합니다. 버찌와 모자의 빨간색은 소년뿐 아니라 그림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입니다. 생명을 상징하는 피가 빨간색인 데서 알 수 있듯 빨간색은 우리로 하여금 살아 움직이는 힘을 느끼게 하지요. 그림 속의 아이는 그만큼 에너지가 충만해보입니다. 이 그림을 보는 우리도 어느새 봄기운 같은 생동하는 에너지로 충만해집니다.

▼ 한 가지 더~ 빨강은 색 중의 색입니다. 빨강은 색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색 이름입니다. 여러 나라 언어에서 ‘색’이라는 단어와 ‘빨강’이라는 단어는 한 단어입니다. 빨강은 사랑을 나타내고 힘과 강함, 용기, 열정, 생명을 상징합니다.


▼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 일간지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마네, 버찌를 들고 있는 소년, 1858, 유화, 65.4×54.6cm, 리스본 굴벤키안미술관

에두아르 마네(1832~1883)
파리 출신으로 인상파의 대부로 꼽힙니다. 전통과 혁신을 잇는 역할을 해 빛의 화파인 인상파가 잘 꽃피어나도록 도왔습니다. 그림이 세련되고 도시적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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