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Interview | 이 부부가 사는 법

결혼 17년 차, 조민기 김선진 부부의 남다른 행복 만들기

2009. 01. 20

결혼 17년 차, 조민기 김선진 부부의 남다른 행복 만들기

배우에게 안정된 가정은 좋은 연기를 펼치기 위한 제1의 조건이다. 요즘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악역 신태환으로 열연 중인 조민기는 부인 김선진씨와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91년 결혼한 이 부부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조민기(44)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MBC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을 위해 얼마 전 머리카락을 하얗게 염색했기 때문이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악역 신태환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라며 머리를 쓰다듬는 그를 지켜보던 아내 김선진씨(43)는 “염색하기 까다로운 색이고, 10시간 이상 꼬박 앉아 있어야 해 말렸는데 뜻을 굽히지 않더라. 더 나쁜 놈이 되고 싶다는 데 별 수 있느냐”며 웃었다. 김선진씨는 서울 청담동에서 헤어숍 ‘끌로에’를 운영하는 메이크업아티스트. 심은하, 변정수, 손태영 등 톱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배우생활을 시작하면서 두 번째 맡은 악역인데, 촬영이 끝나면 한기에 시달려요. 몸 안에 있던 모든 독기를 뽑아낸 것 같거든요. 드라마 초반엔 여러 차례 몸살을 앓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잘 보고 있다고 응원해줘서 힘이 났어요. 신태환은 어떻게 보면 불쌍할 정도로 측은하고 외로운 인물이에요. 가끔씩 길 가다가 ‘저 죽일 놈’이라고 욕을 듣는데, 예전 같으면 ‘저 자식이!’ 하고 흥분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욕도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정도를 넘어서는 시청자의 반응도 시원하게 웃어넘기는 조민기와 달리 김씨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조민기는 평상시에도 가족에게 저렇게 못되게 굴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예민하긴 해요. 촬영을 앞두고는 저나 아이들 모두 남편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신태환과 전혀 달라요. 촬영 틈틈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이들과도 잘 놀고 ‘아잉~’ 하고 애교를 부리기도 하거든요(웃음).”

해외촬영 떠나면 아내 위해 화장품 쇼핑하는 남편
김선진씨는 최근 자신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담은 색조화장품 시셀(SISSEL)을 론칭했다. 그는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남편에게 공을 돌렸다.
“불안할 때마다 남편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남편은 촬영장에서도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면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냈죠. 서로의 의견을 얘기하다 보니 마음이 편하고 든든해지더라고요.”
두 사람은 주위 사람들이 “17년을 살고도 아직도 그렇게 할 말이 많냐”고 할 정도로 사소한 부분까지 털어놓는 편이라고 한다. “성질이 급해서인지 얘깃거리를 재워두면 금세 잊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아내에게 얘기한다”는 조민기는 “아내가 이번 일로 자신감을 얻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많은 분이 제가 남편에게 마사지나 팩을 해줄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집에서는 가급적 바깥일은 잊고 집안일에만 충실하려고 하죠. 아무리 바빠도 청소와 요리는 직접 하려고 애써요. 남편은 자상하고 꼼꼼한 성격이에요. 촬영차 해외에 나가면 저를 위해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특이한 화장품을 찾아다니죠.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당신이 말하던 워터프루프를 찾았어!’라고 말하고 귀국할 때 화장품을 한보따리 선물하는 남편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조민기는 워킹맘인 아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부딪치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허무맹랑한 계획을 세우거나 과욕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계속 아내를 응원할 겁니다.”
그는 “서로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면 기분이 상할 수 있지만 둘 다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들어와 가사분담을 하는 ‘집돌이’·‘집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혼 17년 차, 조민기 김선진 부부의 남다른 행복 만들기

조민기·김선진 부부의 화장품 론칭 행사에는 연정훈·한지혜 등 ‘에덴의 동쪽’ 출연진과 이훈 등이 참석했다.


중학교 1학년인 딸 윤경이와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경현이는 두 사람의 외모와 성격을 반반씩 닮았다. 연년생이지만 어릴 때부터 서열을 분명하게 정해줬기 때문에 싸우는 일이 없다고. 휴일이면 두 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서울 근교의 미술관, 공원 등으로 나들이를 간다. 특히 대형문구센터를 자주 찾는데, 네 사람 모두 호기심이 많아 노트·음반·책 등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라고. 두 사람은 슈퍼주니어, 원더걸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고 한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내지만 잘한 부분은 충분히 칭찬해줘요. 둘 다 눈치가 빨라 해야 할 일이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전화로만 얘기해도 척척 알아듣고요. 저도, 아내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찾고 그 분야에서 1등이 되길 바라죠.”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일 찾도록 도와
김씨는 “가급적이면 우리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얘기하도록 배려한다.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얘기하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경현이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반가운 마음에 여자친구 미니홈피에 들어가 ‘안녕. 나는 경현맘이야. 우리 경현이랑 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라고 글을 남겼어요. 청소년인 딸이 화장을 하면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날라리가 됐구나’라고 걱정하던데 저는 립스틱보다는 립글로스를 권하고, 화장실에서 몰래 하지 말고 엄마 화장대에서 떳떳하게 하라고 말할 거예요. 지난해 화장법에 관한 책을 펴낸 것도 윤경이가 쉽고 재미있게 화장을 따라하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죠.”
조민기도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 과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부는 잘하지만 머리에서 비듬이 떨어지는 아이보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머릿결 관리를 잘하는 아이가 낫다’는 말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경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기에 사줬는데, 얼마 전에는 드럼을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그래서 ‘드럼을 사줄 수는 있다. 그런데 그 큰 물건을 어디에 둘래? 드럼을 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뭐니?’ 하고 물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지 않겠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아이들도 얼마든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 17년 차, 조민기 김선진 부부의 남다른 행복 만들기

주어진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윤경이의 꿈은 아나운서고, 또래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한 경현이는 아빠를 닮아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서울 청담동에 개인스튜디오를 오픈한 조민기는 개인전을 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저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에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커지더라고요. 경현이에게도 그 점을 알려주고 싶어요. 예전에 경현이와 함께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아이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에 ‘하루 10컷씩 찍어오라’는 숙제를 냈어요. 처음엔 어려워하더니 금세 카메라에 익숙해져 재미있는 사진을 찍더라고요.”
조민기·김선진 부부는 스키·골프·여행 등 함께 즐기는 취미가 많다. 단둘이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날 계획도 있다고. 지난해 봄에는 잠시 짬을 내 아이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고 한다.
“저희보다 아이들 스케줄이 더 빠듯해요. 여행이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 싶을 땐 ‘엄마 아빠처럼 너희들도 하는 일 다 접어’ 하면서 학교도 결석시키죠.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함께 다니는 걸 꺼린다는데 윤경이와 경현이는 아직 안 그래요. 학교 가지 말라면 무지하게 좋아하죠(웃음). 맛있는 거 먹고 재미있는 거 보노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의 좋은 점 발견한다는 부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묻자 두 사람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야 진짜 부부가 된다”는 다소 엉뚱한 해답을 내놓았다.
“싸울 때는 열심히 싸워야 해요. 그때그때 해결하지 않으면 안 좋은 감정이 쌓여 나중엔 그 벽을 허물 수 없거든요. 저희도 신혼 초에는 마음속으로 이혼 도장을 백번쯤 찍었을 거예요. 집은 꼭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았고요. 그런데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상대방과의 다른 점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잘못이야. 미안해’라고 말해요.”
17년 동안 살면서 상대방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조민기는 결혼생활을 차를 타고 가는 여행에 비유했다. “차를 오래 타면 멀미가 날 때가 있는데 그때 잠시 쉬어가면 저절로 가라앉는다”는 것. 살면 살수록 아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국제구호단체기아대책 홍보대사인 조민기는 ‘에덴의 동쪽’이 끝나는 대로 ‘신가네’ 식구들과 아프리카 우간다와 케냐 등지로 봉사활동을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신가네’는 극중 조민기의 아들인 박해진과 며느리 한지혜를 코믹하게 일컫는 말. 조민기와 실제 가족처럼 친해졌다는 이들은 12월 초 열린 시셀 론칭 행사에도 참여해 사업시작을 축하해줬다.
“봉사라는 말조차 거창하게 느껴져요.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연기를 하면 부와 명예를 얻고, 대중의 사랑과 관심도 받잖아요. 사람들로부터 얻은 수입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간혹 ‘나 큰일했어’라며 봉사활동을 면죄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까워요.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눈을 마주치고 웃고 손을 잡아주는 일만으로도 행복 DNA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극 초반 강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닭가슴살과 채소를 버무린 샐러드를 먹고 웨이트트레이닝과 권투를 병행하며 근육질 몸매를 만들었던 그는 평소 소식하고 필라테스와 스트레칭을 하며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조민기는 “‘배우 조민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멋있게 늙고 싶다”는 꿈을, 김선진씨는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