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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 마인드 컨트롤

가정의학 전문의 박민수 원장 제안

건강한 삶 위한 ‘내 몸 경영’ 노하우

글 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 조영철 기자

2009. 01. 19

한국인의 스트레스 지수는 세계 1위다.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는 말처럼 스트레스는 우울증과 각종 질병을 동반해 우리 몸을 해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원장이 스트레스의 노예가 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비결을 알려줬다.

가정의학 전문의 박민수 원장 제안

박민수 원장은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긍정의 힘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서민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불황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얼마나 더 힘겨운 시간을 참아야 할지 몰라 많은 사람이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어려운 살림살이 걱정과 스트레스를 남자들은 대부분 술로, 여자들은 음식으로 달래고 이는 다시 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박민수 원장(39·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 단단히 지켜야 할 것은 ‘나의 몸, 나의 건강’이라고 강조한다.
“사업체의 자금 압박, 매출 저조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CEO 환자에게 말했어요. 불황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그 후에 무엇이 남을 것인지 생각해보라고요.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내 힘으로 해결할 수야 없겠지만 내 몸의 건강은 내 힘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
박 원장은 건강한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체중을 줄이는 몸과 마음의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안과 걱정의 악순환 사이클 끊는다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원래 컴퓨터 용어다. 대형 컴퓨터에서 수행하던 응용 프로그램을 소규모 컴퓨터와 분산 시스템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로 만든 것을 말한다. 다운사이징을 채택하면 소프트웨어의 수명이 길어지고 시스템의 유연성이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다운사이징 개념은 신속한 대응능력, 조직의 슬림화와 활성화 등 기업 경영에도 적용된다.
“한국인의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사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죠. 다운사이징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스트레스를 덜어내야 해요.”
박 원장은 한국인들의 스트레스 강도가 유독 높은 데는 관계지향적인 한국 문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만성화돼 있어요. 또 서로 근심을 주고받으며 걱정을 키우는, 이른바 스트레스의 확대재생산이 일어나고요.”
지나친 스트레스는 우울증, 신경성 질환을 동반한다. 몸이 아프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다시 또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스트레스 다운사이징은 걱정이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내는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사건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 30%,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닌 사소한 일에 대한 걱정이 22%,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라고 합니다. 진짜 걱정거리는 4%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 역시 의지로 이겨낼 수 있어요.”
걱정의 정체를 잘 파악하면 의외로 쉽게 걱정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명상과 운동을 통해 하루에 30분 정도 걱정하는 생각 자체를 중단하는 훈련도 도움이 된다. 최악의 경우를 가상하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방법을 계획하는 것도 걱정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걱정거리가 생겼다면 그 의미를 축소하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20대 80의 법칙으로 에너지 비축한다
“3개월 동안 밥을 못 먹어 몸무게가 15kg이나 줄었다는 30대 직장인 환자가 있었어요. 온갖 검사를 다 해도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신경성 질환이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100% 전력을 다해 일하는데 그렇지 않은 직장 동료들 때문에 화병이 난 거였어요.”
박 원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증도 다운사이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을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심지어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운을 낭비하게 만든다. 박 원장은 20대 80 법칙을 적용해 에너지의 효율성을 올릴 것을 제안한다.

가정의학 전문의 박민수 원장 제안

“80%의 에너지로 일을 처리하고 남는 에너지를 성장 에너지로 비축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면 결과적으로 두 배의 작업 효율을 올릴 수 있어요. 일을 대충 아무렇게나 하라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뒤치다꺼리와 겉포장 마무리에 정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20%의 에너지를 자신에게 다시 투자하는 것이다. 남은 시간과 에너지, 돈을 자신을 위한 휴식과 운동, 몸 가꾸기에 쓰라는 것.
“재테크를 할 때 부동산·적금·펀드에 조금씩 나눠 투자하듯 몸에도 분산투자를 하는 거죠. 미래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건강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꾸준히 관리해야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박 원장은 이 30대 직장인 환자에게 완벽주의 기질을 다운사이징하는 처방전을 제시했다고 한다. 도태되지 않으려는 조급함, 경쟁심 때문에 고혈압·심근경색 등에 노출될 위험이 많은 예민한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져주는 연습, 운전할 때 양보하는 연습, 버스나 지하철 한 대 그냥 보내고 기다리는 연습 등을 하라고 권했다고.

위 다운사이징으로 전성기 체중으로 돌아간다
스트레스·완벽주의 다운사이징과 병행해야 할 것이 비만 다운사이징이다. 박 원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포만감을 느끼는 음식량을 반으로 줄이는 훈련을 통해 남은 인생에서 섭취할 음식량을 반으로 줄이는 위 다운사이징을 권한다.
“실험쥐의 섭취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일 경우 활동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적게 들어간 음식을 고효율로 처리하는 생체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박 원장이 환자들에게 요구하는 목표는 흔히 다이어트 공식에서 제시하는 연령대 평균 체중이 아니라 ‘전성기의 체중으로 돌아가기’라고 한다. 그래서 체중 감량이나 다이어트라는 말 대신에 ‘정상 체중 회복’이라는 말을 쓴다고.
“내 몸의 성공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전성기의 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건강수명 1백세 시대의 기나긴 여정을 헤쳐나가려면 좀 더 공격적으로 목표를 잡으려는 전략과 투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 원장 자신도 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로 몸무게를 12kg 감량했다고 한다. 처음 3개월 동안 음식 섭취를 절반으로 줄여 목표 체중에 도달했고 그 후엔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음식은 이전의 60% 정도 섭취하면서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처음에는 지방세포가 맹렬히 연합해서 뇌에 식사량을 늘려달라고 항의합니다. 배고픔과 어지럼증이 그 증상이죠. 하지만 우리 몸이 곧 적응해 2~3주가 지나면 고통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되 30분 이상 천천히 식사하기, 소금과 지방 덩어리인 국 먹지 않기, 2ℓ 이상 물 마시기 등이 위 다운사이징에 도움이 된다. 정상체중을 회복하기까지는 식이요법에 집중하고 그 후 체중 유지를 위해서는 운동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바쁜 현대인이라도 1주일 3회, 30분 동안 운동할 시간은 낼 수 있습니다. 몸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주간 스케줄을 운동시간에 맞추는 게 좋아요.”
박 원장은 생활습관과 마음가짐의 변화를 통해 건강한 몸을 지키는 전략을 ‘내 몸 경영’이라고 부른다. 기업을 효과적으로 경영해 이윤을 극대화하듯 우리 몸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내 몸을 경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몸 경영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지만 시작하는 그 순간이 최선의 시점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 능력은 보통 35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해요. 45세부터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내 몸의 길이 달라지고 50대 이후의 삶은 내 몸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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