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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푸른 누드 Ⅳ

풍요롭게 드러난 색채의 신비

2009. 01. 09

푸른 누드 Ⅳ

마티스, 푸른 누드Ⅳ, 1952, 색지 작업, 103×74cm, 프랑스 마티스 미술관


마티스는 평생 색채의 신비를 탐구했습니다. 그렇게 색채의 바다를 헤엄친 뒤 나이가 들어 내린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색은 단순할수록 우리의 감정에 더 강렬하게 작용한다.”
많은 색을 넘치도록 써야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한 색을 줄여 적절히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그린 그림이 ‘푸른 누드’입니다. 오로지 푸른색으로만 표현한 그림임에도 왠지 풍성해 보입니다. 대상의 실제 색에 구애받지 않고 한 가지 색을 원 없이 사용하니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입니다.
그림 속의 푸른 여인은 지금 머리를 매만지며 사랑스럽게 앉아 있습니다. 늘씬한 몸매에 우아한 포즈. 푸른색 이미지 주변에는 지웠다 그렸다 수없이 반복한 목탄 스케치 자국이 보이는데, 그것은 이 단순한 누드 상이 상당한 고민과 실험 끝에 나온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림의 푸른빛도 한 가지 푸른색이 아닙니다. 미묘한 차이가 부분적으로 보입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그린 그림답게 바다의 색깔이 변하듯 미묘한 차이를 넣은 것이지요. 그 차이가 물고기나 파도가 서로 겹치며 자아내는 리듬을 닮았습니다. 색종이를 오려붙여 만든 작품이기에 색채의 차이는 가위의 매끄러운 선을 따라 더욱 율동적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걸작이 탄생했습니다.

▼한 가지 더~ 말년에 병과 노령으로 작업하기 힘들어지자 마티스는 색지 그림을 창안해냅니다. 조수에게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색을 칠하게 하고는 그것을 오려 붙여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색채의 마술사로서 그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한겨레신문에 연재 중인 ‘이주헌의 알고 싶은 미술’ 칼럼을 엮은 단행본도 발간할 예정이다.
▼ 마티스(1869-1954)
색채의 힘을 중시한 야수파의 지도자 앙리 마티스는 지중해와 모로코 등지를 여행하면서 이 지역의 원색적인 색채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보색을 활용해 선명하고 청결한 느낌의 색채를 구사했지요. 1941년 암 수술을 받게 됐을 때 의사에게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게 3~4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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