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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반가운 그녀

예쁜 딸 낳고 드라마 복귀한 이아현 행복 다이어리

글·최숙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 ■의상협찬·막스&스펜서 폴리폴리 데코 타스타스 GASPARD YURKIEVICH 엔틱가게 Top Girl Vianni ■헤어&메이크업·이희(02-3446-0030) ■장소협찬·충정각(02-313-0424)

입력 2008.12.22 17:30:00

이아현이 아기 엄마가 돼 돌아왔다. 한 차례 이혼의 아픔을 겪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그가 그동안 꼭꼭 숨겨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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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던 날 이아현(36)을 만났다. 요즘 MBC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 마’에 출연 중인 그는 “지금 막 촬영을 끝내고 왔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의 드라마 출연은 1년반 만이다. “그동안 왜 그렇게 소식이 없었냐?”고 묻자 “아이를 낳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더욱 놀라운 건 출산을 했음에도 몸매가 변함없다는 점이었다. 이아현은 자리에 앉자마자 드라마 이야기부터 쏟아냈다.
“제가 맡은 미선이는 남편이 부도내고 도망 다니며 바람을 피워도 믿고 뒷바라지하는 푼수 같은 여자예요. 어디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맑고 순수한 심성을 지녔기 때문이죠. 그동안 못된 역할은 많이 했는데 이런 배역은 처음이라 욕심이 났어요.”
이아현은 작품 선택을 할 때 배역의 선악을 떠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역할이라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20대로 등장하는 역할은 거절한다면서 “제가 20대의 말투와 표정을 지을 순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이혼하면서 찾아온 인생의 위기…”
연세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지난 94년, 선배의 소개로 SBS 어린이 프로그램 ‘세계로 싱싱싱’ 진행을 맡았는데 이것이 연기자로 데뷔하는 발판이 됐다. 방송 관계자의 눈에 띄어 드라마 ‘딸 부잣집’에 캐스팅된 것. 이 작품으로 그는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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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에 상관 없이 최선을 다 했기에 지금까지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이아현.


“어느 배우든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어요. 인기는 영원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잠깐 TV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요즘 뭐 하냐’ ‘왜 일을 안 하느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돼요. 그때마다 대답하기도 난감해서 사람들을 안 만나게 되고, 어떤 연기자들은 아예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역시 연기생활에 고비를 맞았던 적이 있다. 2000년 첫 결혼에 실패한 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 방송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고 힘들었던 시기도 다 지나가서 ‘아, 그땐 그랬었지…’ 하고 웃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여자로서의 인생도 끝났다’라는 생각에 자책하며 속을 끓였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에선 ‘이혼했다고 방송까지 안 할 필요는 없다.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나서라’고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자꾸만 저 자신이 초라해지고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싶은 생각에 눈물도 났죠.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런 그를 보다 못한 언니가 “이렇게 마냥 집에만 있지 말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라”며 자원봉사를 권했다고 한다. 소일하는 셈치고 별 생각 없이 양재시립아동병원을 찾은 이아현은 그곳에서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밝고 건강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함께 놀아주다 보면 자신의 처지를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루해가 지나갔다고. 그는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연기를 재기해야겠다는 용기도 얻었다고 한다.
“매니저도 없던 때라서 제가 PD들에게 전화를 걸어 ‘저, 이아현입니다. 일 좀 주세요’라고 부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대견스럽지만 그 때는 그 정도로 절박했어요. 이혼녀 등 여자 연기자들이 싫어하는 배역이 들어와도 거절하지 않고 다 했어요. 그렇게 악바리처럼 일하며 저 자신을 단련시켰기에 지금까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때 기분 나쁘다고 안 했다면 연기자로 다시 서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는 이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들꽃’, 영화 ‘국경의 남쪽’ ‘종려나무 숲’ 등에 출연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이름은 김삼순’은 그를 연기자로 성숙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언젠가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라요. 배우는 적당히 불행해야지 100% 행복하면 연기를 잘할 수 없다고 했거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이혼하고 힘든 일을 겪은 후 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연기자들이 팔자가 세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말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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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현은 2006년 연예사업가 이인광씨(41)와 재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남편은 어떤 스타일이냐?”고 묻자 “일 중독자예요.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아마 일과 와이프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일을 선택할 거예요”라며 웃었다.
“저는 불같은 성격인데 남편은 늘 한결같아요. ‘자기야~’ 하고 살갑게 대해주진 않아도 항상 옆에 묵묵히 있어줘요. ‘당신은 일밖에 모른다’고 제가 투덜대며 쫑알쫑알 잔소리를 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늘 혼자 떠들다 말아요.”
키가 176cm인 남편은 체중이 54kg일 정도로 마른 체형이다. 너무 말라서 신혼 초에는 어떻게 하면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일까 고민하다가 일명 ‘한 숟가락 더 먹이기 프로젝트’를 실행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밥 먹다가 갑자기 빵 먹고 싶다 하면 먹던 음식을 다 치우고 샐러드부터 시작해 완벽하게 양식으로 식탁을 차렸고, 반대로 빵을 먹다 밥 먹고 싶다 하면 급히 찌개 끓이고 조기를 구워 밥을 먹이며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그런데도 몸무게가 절대 안 느는 걸 보면 살이 안 찌는 체질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숟가락 더 먹이기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딸 유주를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에서 아이에게로 옮아갔다. 덕분에 남편은 해방됐다며 좋아했다고.
사실 이아현은 사생활이 노출되는 게 싫어 지금껏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표정이 달라진 그는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눈빛을 반짝이며 술술 말을 이어나갔다.
“태몽이 없었어요. 입덧도 안 했죠. 먹고 싶은 음식도 없어서 밤에 자다가 남편을 깨워서 뭘 사오라고 귀찮게 한 적도 없어요. 태교도 특별히 하지 않았고 다만 뮤지컬이나 가곡 등을 많이 불러줬어요. 저는 임신기간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유주는 무척 순한 편이라고 한다. 신생아 때도 낮과 밤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서 밤잠을 설치지도 않았고, 울다가도 우유만 주면 울음을 뚝 그쳤다고. 생후 9개월부턴 밥을 먹기 시작, 처음부터 잡곡밥을 줬는데 “잘 먹어서 남편처럼 먹는 것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서 좋다”며 딸 자랑을 했다.
“유주가 건강하게 잘 자라면 좋겠어요. 현재 키와 체중 모두 평균치지만 엄마 욕심에 ‘하나님! 우리 딸 키 크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할 때도 있어요. 저는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뭔가 하나는 잘하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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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 우리말과 영어를 함께 사용한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했을 때 결연 맺은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돼 양부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양부모가 “영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는 것이 좋다. 엄마가 영어를 잘 못해도 좋으니 아이한테 영어로 말을 해줘라. 그러면 아이가 수월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조언해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주가 5개월 됐을 때부터 영어로 말을 했어요. 그때는 아이가 어려서 몰랐는데 지금은 제법 많이 알아듣더라고요. 옌볜 출신 아주머니가 집안일을 도와주는데 하루는 그분이 유주의 양말을 찾으시기에 제가 영어로 ‘양말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유주가 서랍 속에서 양말을 찾아가지고 나오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웃음).”
남편은 아이의 교육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적으로 그에게 맡기고 있는데 자신이 하자는 대로 잘 따라주는 남편을 볼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 위주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쇼핑을 하러 갈 때도 아이 옷만 사게 되고, 제 것을 살 때는 돈이 아까워서 손이 벌벌 떨리다가도 아이 것은 아끼지 않고 턱턱 사게 되거든요. 내 체면은 안 차려도 아이를 위해 쓰는 돈은 안 아까운 걸 보면, 저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아요(웃음).”

“이젠 저 혼자가 아닌, 누구의 엄마·아내로 불리기 때문에 더욱 잘하고 싶어요”

이아현은 아이를 낳고 나서 시부모한테 더 잘하게 된다고 한다. 시부모는 현재 경기도 이천에 살고 있는데 이아현은 “남편이 외아들이라 함께 모시고 살고 싶었지만 당신들께서 서울에서 살기 싫다고 거절하셨다”며 “여태껏 고부갈등 한 번 없을 정도로 시어머니와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더 책임감이 느껴져요. 어느 부부나 연애할 때처럼 매일 좋을 순 없잖아요. 살다 보면 의견 차이가 생길 수도 있고 사소한 일로 다툴 때도 있는데 남편이나 저나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참고 넘기려고 해요. 이제 전쟁은 없고 평화만 있는 것 같아요(웃음).”
자녀 계획에 대해선 딸 하나만 잘 키울 것인지, 아니면 둘째를 낳을 것인지 아직 결정을 못 내린 상태라고 한다. 아이가 하나면 외롭기 때문에 둘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아이 둘을 키우는 선배들은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니 하나만 낳아 잘 키우라”고 말해 아직 고민 중이라고.
“둘째 낳는 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를 했으니 당분간은 연기에 전념하려고 해요. 지금은 저 혼자가 아니라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요.”
이아현은 예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인생의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게요”라는 말과 함께 활짝 웃었다.

여성동아 2008년 12월 5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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