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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 & Travel

싱싱한 굴 맛보러 충남 보령을 찾다

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지호영(이미지) 현일수(요리) 기자|| ■ 요리·이영희(나온쿠킹)

2008. 12. 18

바야흐로 굴의 계절, 겨울이다. 입맛 돋우는 굴이 가득한 충남 보령 천북 굴단지에는 이맘때면 굴을 맛보러 모여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짭조름한 바다 향 맞으며 즐기는 색다른 굴 여행.

싱싱한    굴  맛보러 충남 보령을 찾다

서해의 겨울은 개펄에서 시작된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개펄의 굴은 통통해지고, 사람들은 한겨울 추위도 잊은 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굴 수확에 여념이 없다. 굴을 따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 바닷물이 빠지기 전 배를 타고 개펄 끝까지 나가야 한다. 바닷물이 다 빠지고 나면 개펄에 들어가 다시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인 오후 2~3시까지 굴을 따는데, 이렇게 한나절 따면 배에 굴을 한가득 싣고도 남는다고. 발 디딜 틈 없이 굴이 쫙~ 깔린 굴밭에는 굴 따는 할머니들의 흥겨운 콧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챙겨 먹고, 카사노바도 즐겨 먹었다는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릴 만큼 영양가가 높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특히 피로를 풀어주고 두뇌 발달을 촉진하는 타우린 성분이 듬뿍 들어 있다. 굴은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가 제철인데, 12월경이면 속이 알차지고 맛도 풍부해진다. 한겨울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겨울 바다를 보면서 굴을 맛볼 수 있는 보령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갈매기가 발길 재촉하는 보령 천북 굴단지
서해 천수만을 끼고 있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굴단지는 요즘 굴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3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데, 마을은 입구부터 굴을 한가득 담은 망태기가 여기저기에 쌓여 있다. 굴 채취는 매년 11월 중순부터 개펄에서 시작하며, 날씨가 추워져 굴이 통통하게 영그는 12월이 되면 작업량이 최고조에 이른다.
어렸을 때부터 굴을 채취해온 할머니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따는데, 보통 하루에 6~8시간씩 작업을 한다고. 나무막대기 양쪽에 쇠꼬챙이가 있는 ‘조세’라고 부르는 도구를 사용해 굴을 채취한 뒤 뭍으로 옮겨와 칼로 속만 발라낸다.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40년 이상 굴을 따는 일을 해온 베테랑들로, 손놀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어부의 딸은 시집 못 가도 굴집 딸은 서로 데려간다우.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검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희기 때문이지. 그만큼 굴을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젊어져유~.”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평생 개펄에서 일을 했지만 할머니들은 우윳빛 나는 고운 피부를 갖고 있다. 피부 관리 비결은 바로 매 끼니 먹는 굴이라고. 굴을 따다가 입이 심심하면 쏙쏙 굴을 빼먹는가 하면 생굴에 고춧가루와 오이·당근 등을 송송 썰어 넣고 무쳐 반찬으로 먹거나 밥·국을 요리할 때 넣는다. 굴을 밥보다 많이 먹다보니 나이가 들어도 피부가 곱고, 보약을 먹지 않아도 겨우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싱싱한    굴  맛보러 충남 보령을 찾다

1 충남 보령 천북 굴단지에 가면 서해 앞바다에서 막 채취한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다.
2 3 굴은 칼끝으로 껍데기를 깐 뒤 속살을 살살 도려내 다듬는다. 굴을 깐지 40년이 넘었다는 할머니는 하루 종일 굴을 다듬어 자식들 학교도 보냈고 지금은 손주들 용돈 주는 재미에 계속 하고 있다고.
4 석화를 망태기째 사가는 사람들.

정겨운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천북 굴단지를 찾는 또다른 즐거움은 바로 마을 곳곳에서 시골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가던 시골 할머니네처럼 마을 어귀에는 시골 버스가 다니고, 장에 갔다가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고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또 정이 많은 굴가게 주인들은 굴을 사면 주꾸미나 조개 등을 덤으로 주기도 한다.
천북 굴단지의 굴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고 평균 수온이 높아 육질이 탱탱하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바다 작물도 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비가 충분히 와야 바닷물에 영양성분이 풍부해져 작물이 잘 자란다고. 올해는 비가 충분히 오지 않았지만, 그런 조건에 비해서는 굴농사가 잘된 편이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20% 정도 가격이 올라 생굴 1kg에 양식은 1만2천원, 자연산은 1만5천원대이고 석화는 한포대기에 2만원대이다. 주변에는 굴집들이 즐비해 있어 앞바다에서 막 채취한 신선한 굴을 바로 맛볼 수 있다. 굴집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고, 굴구이는 3~4인분에 2만5천원, 굴솥밥은 7천원, 굴칼국수는 4천원, 굴물회는 5천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천북 굴단지 주변에는 새조개로 유명한 남당리, 조선시대 궁궐에 진상했다는 어리굴젓을 만나볼 수 있는 간월도가 가까이 있어 맛기행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천북 굴단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남당리에서는 추울수록 제맛이 나는 쫄깃한 새조개를 맛볼 수 있다. 새조개는 주로 샤브샤브나 양념구이·무침 등으로 요리해 먹는데, 특히 바지락과 팽이버섯·양파 등을 넣고 끓여낸 육수에 조갯살을 넣었다가 건져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샤브샤브가 인기! 남당리까지 가는 길은 서해를 끼고 억새풀밭이 펼쳐져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개펄 위로는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바다 한가운데에는 배가 한가롭게 떠다니는 등 소박한 어촌 풍경도 구경할 수 있다.
싱싱한    굴  맛보러 충남 보령을 찾다

1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날개짓 하는 갈매기 모습도 바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2 굴과 막걸리 한사발을 함께 먹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시골 정취가 묻어난다.
싱싱한    굴  맛보러 충남 보령을 찾다

4 천북 굴단지에는 매시간마다 대천과 광천에서 버스가 들어온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시골길을 지나 이곳에 도착한 시골 버스가 인상적이다.
5 샤브샤브나 양념구이로 먹으면 맛있는 남당리 새조개.
6 일년 내내 맛볼 수 있는 키조개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7 바다를 마주보고 굴구이집들이 자리한 천북 굴단지의 전경.

▼ Travel Tip
천북 굴단지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목포 방면으로 가다가 광천 IC로 나가 10번 국로를 탄다. 이 길을 가다가 천북면사무소를 지나 40번 국도를 타고 5분 정도 가다보면 천북 굴단지가 나온다. 가는 길에 바닷가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홍성 IC로 나간다. 40번 국도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궁리 포구에서 남당항까지 해안도로를 지나게 되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홍성방조제를 지나게 되고 이어서 천북 굴단지를 만날 수 있다.

입맛 당기는 굴요리 열전
천북 굴단지에서는 흰 면장갑을 끼고 석쇠 앞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석화를 구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칼로 굴껍데기를 벌리고 김이 나는 굴을 꺼내 초고추장에 찍어 후후~ 불어 먹으면 굴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 굴구이는 먹는 재미와 함께 굽는 재미도 있다. 굴껍데기가 ‘쫘악~쫘악~’하고 갈라지는 소리, ‘탁탁’ 튀기는 소리, 튀는 껍데기를 피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 등 굴을 구워 먹는 모습이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한다. 석화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구워 먹는 것도 방법. 굴구이와 함께 굴돌솥밥, 굴칼국수, 굴물회도 입맛을 사로 잡는 별미 요리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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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 굴단지에서 맛보고 온 별미 굴요리
굴돌솥밥 돌솥에 밥과 굴을 함께 넣고 20분 정도 은근하게 익히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 굴돌솥밥이 만들어진다. 밥은 그릇에 담은 뒤 콩나물·당근·오이 등을 넣어 양념간장에 비벼 먹고, 솥의 누룽지에는 따뜻한 물을 부어 구수한 숭늉을 만든다.
굴칼국수 굴과 주꾸미, 조개를 넣고 국물 맛을 낸 칼국수. 싱싱한 굴이 듬뿍 들어가 특별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깊은 맛이 난다. 따뜻한 국물을 후루륵 마시고 나면 등에 땀이 흐를 정도로 속이 따뜻해진다.
굴물회 생굴에 어슷하게 썬 오이·당근·양파 등을 넣고 고춧가루와 설탕, 깨소금으로 양념한 뒤 시원한 물을 부으면 완성! 굴칼국수를 호호 불어가며 먹은 뒤 국물회를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진다.




▼ Travel Tip
굴 선택법 & 보관법
굴은 껍데기를 벗겼을 때 속살이 우윳빛을 띠고 검은 테두리가 선명하며 손으로 눌렀을 때 스펀지처럼 탄력 있는 것이 신선하다. 색이 탁하면서 육질이 퍼져 있는 것은 오래된 것을 소금물에 불린 것이므로 주의한다. 생굴은 사서 바로 먹는 것이 좋고, 보관할 때는 소금물에 담가 4~5℃의 냉장실에 둔다. 단 6일 이상 보관하지 말고, 그 이상 둬야 할 때는 소금과 고춧가루를 넣고 어리굴젓으로 만들어 먹는다.

싱싱한    굴  맛보러 충남 보령을 찾다

1 서해의 굴은 육질이 탱탱해 구워먹으면 맛있다.
2 한 망태기에 2만원 정도 하는 석화를 사서 집에서 직접 구워먹는 것도 별미.
3 굴구이를 먹을 때 필수품인 흰면장갑.
4 굴을 채취한 뒤 한가롭게 정착해 있는 배의 모습.

천북 굴단지에서 사온 굴로 만든 별미 요리
천북 굴단지에서 갓 채취한 굴을 사와 별미요리를 만들었다. 짭조름하면서 담백한 맛이 나는 굴에 고추·미나리·무 등을 썰어 넣고 만든 생굴무침, 굴을 바삭하게 튀긴 뒤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려 아이들 입맛 사로잡는 굴탕수, 파를 듬뿍 넣고 고소하게 구운 굴파전으로 상을 차리면 한겨울에도 감기 걱정 없이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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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무침
준·비·재·료 굴 200g, 무 ⅛개, 식초물(식초 ¼컵, 설탕 3큰술, 소금 약간), 풋고추·홍고추 1개씩, 미나리 40g, 양념장(고춧가루 2큰술, 액젓 1큰술, 통깨 2작은술, 생강즙 ½작은술, 참기름 ¼작은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굴은 흐르는 물에 씻는다.
2 무는 사방 1.2cm 크기로 나박썰기한 뒤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식초물에 담가둔다.
3 고추는 다지고, 미나리는 1.2cm 길이로 자른다.
4 분량의 재료를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5 볼에 굴, 무, 고추, 미나리를 넣고 양념장으로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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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탕수
준·비·재·료 굴 400g, 소금·후춧가루·녹말가루 약간씩, 튀김옷(불린 녹말 ½컵, 달걀흰자 1개 분량), 튀김기름 적당량, 양파·청·홍 피망 1개씩, 녹말물(녹말가루 1½큰술, 물 2큰술), 소스(물 1½컵, 설탕 5½큰술, 식초 4큰술, 간장·소금 1작은술씩)
만·들·기
1 굴은 흐르는 물에 한번 씻어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녹말가루를 묻히고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튀김옷을 입힌 뒤 튀김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2 양파와 청·홍 피망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녹말물을 만든다.
4 식용유를 두른 냄비에 양파와 홍피망을 볶은 뒤 소스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녹말물과 청피망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5 그릇에 튀긴 굴을 담은 뒤 ④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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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파전
준·비·재·료 굴 200g, 쪽파 ½단, 풋고추·홍고추 1개씩, 팽이버섯 1봉지, 반죽(밀가루 ½컵, 찹쌀가루 1~1½큰술, 다시마물 1컵, 달걀 ½개 분량, 소금 약간), 밀가루 1½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양념장(간장·물 1½큰술씩, 설탕·식초·통깨 1작은술씩, 고춧가루 ½작은술)
만·들·기
1 굴은 흐르는 물에 한번 씻고, 쪽파는 10cm 길이로 자른다.
2 풋고추와 홍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팽이버섯은 씻어 놓는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반죽을 만든다.
4 쪽파에 밀가루와 소금, 후춧가루를 살짝 뿌린 뒤 반죽을 입혀 식용유를 두른 팬에 올린다.
5 ④ 위에 팽이버섯과 굴, 풋고추, 홍고추를 올리고 반죽옷을 다시 한 번 살짝 입힌 뒤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6 완성된 굴파전을 접시에 담고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장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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