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숫자를 학습 도구로 활용해 아들을 수학 천재로 키운 임미성씨.
서울대 수학과에 재학 중인 김용균군(21)은 ‘수학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공부의 신’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하지만 용균군은 그전에도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중학교 때 수학올림피아드 고등부에 출전해 은상을 받는 등 각종 경시대회를 석권했고, 민족사관고 학술제 대상을 받았으며, 대통령과학장학생으로도 뽑혔기 때문. 엄마 임미성씨(47)는 이런 성과에 대해 “끈기 있게 공부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용균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늘 “내버려둬도 공부할 놈”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꾸준히 공부했다고 한다. 수학을 정말 좋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임씨는 “어린 시절 생활 속에서 수학을 접하고 놀이처럼 즐기게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대화할 때 정확한 숫자를 사용하자
임씨는 용균군이 세 살 때부터 하나, 둘, 셋과 1, 2, 3 등 숫자를 가르쳤다. 귤 사과 냄비 등 무엇이든 셀 수 있는 것은 하나, 둘, 셋 세어가며 몸으로 익히게 했다. 좀 더 자란 뒤엔 대화 중에도 숫자를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3시32분이구나. 학원 갈 시간이 28분 남았네. 10분 동안 수학 공부하고, 15분 동안 영어 테이프 듣고, 3분 동안 준비한 뒤 학원 가면 되겠다” 하는 식이다. 용균군은 이 덕분에 초등학교 2학년 교과 과정에 나오는 덧셈·뺄셈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모두 이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도 수학적 표현을 좋아하게 됐다. “오늘 경사가 15도 정도 되는 바위 위에서 뛰어내렸어요”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일기에는 “야구를 했다. 6대 0으로 청군이 대승을 거두었다. 내가 1번으로 6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을 했다. 또 호수비, 플라이 볼 등으로 3루수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대목이 나온다.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는 나중에 수학을 배울 때도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수학과의 연관성 찾기
임씨는 용균군이 어릴 때 벽에 띠벽지를 붙이고 석 달에 한 번씩 키를 재곤 했다. 1년이 지나면 수치를 가리키며 “지난 1년 동안 총 몇 cm가 자랐는지, 한 달에 몇 cm씩 자랐는지 생각해볼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용균군은 자연스럽게 ‘석 달에 6cm가 자라면 한 달에 2cm 정도씩 자란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균’은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복잡한 개념. 용균군은 ‘평균’이라는 용어만 몰랐을 뿐, 키재기를 통해 일찍부터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트도 그에게는 수학 학습장이었다. 임씨는 장을 보다 “반값에 팔아요! 50% 세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이에게 “1천원짜리를 5백원에 파는 걸 반값에 판다고 하잖아. 50% 세일은 반값과 같은 말이야”라고 설명해주며 수학 용어를 익히게 했다.
복잡한 수학 개념은 재미있는 놀이로~
임씨는 차를 타고 다닐 때면 용균군과 숫자 게임을 했다. 바로 앞 자동차 번호 네 자리를 이용해 덧셈·뺄셈·나눗셈·곱셈 등을 연습한 것. 차번호가 ‘2937’이면 일단 모두 더해보라고 한다. 정답은 21. 이번엔 그 수가 어떤 숫자로 나눠질 수 있는지 물어본다. ‘3이나 7’이라는 답이 나오면, 다시 ‘3으로 나눠지는 다른 숫자를 찾아보자’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게임하듯 각종 연산을 훈련하다 보면 아이는 ‘소인수분해’라는 용어를 몰라도 자연스럽게 원리를 익히게 된다.
종이접기 놀이도 수학 개념을 익히게 하는 데 유용하다. 분수나 ‘배’는 초등학교 3학년 과정에 나오지만,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유치원생 때도 가르칠 수 있다. 색종이를 반으로 접은 다음 다시 반으로 접고, 한번 더 반으로 접은 뒤 접은 면을 보여주면서 1/2, 1/4, 1/8 같은 분수 개념을 알려주는 것. 종이를 다 접은 뒤 하나하나 펴 나가면 이번에는 2배, 4배, 8배 등 ‘배’ 개념을 이해시킬 수 있다. 임씨는 종이를 접고 딱지를 접을 때마다 나오는 면이 몇 개인지 세어보게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길러주기
올바른 공부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어릴 때 공부습관이 평생 간다고 생각한 임씨는 용균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차분하게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애썼다. 한번에 몇 문제를 풀든 일정시간 동안 차분하게 앉아 있으면 칭찬해줬다. 첫날 10분 정도 앉아 있었다면 다음 날은 15분, 그 다음 날은 20분 하는 식으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책상에 앉게 했다. 공부습관이 몸에 밴 용균군은 좀 더 자란 뒤부터는 스스로 정한 스케줄에 따라 알아서 공부했다.
임씨는 최근 아들을 수학 영재로 키운 경험을 담아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동아일보사)는 책을 펴냈다. 용균군과 함께 한 수학 놀이, 추천도서 등도 꼼꼼하게 담았다. 그는 “엄마가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게 된다”며 “아이가 수학을 잘하게 하고 싶다면 일찍부터 아이의 ‘수학 매니저’가 돼라”고 조언했다.
|
||||||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