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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①

귀여운 소년의 초상에 삶의 교훈 담은 마누엘 오소리오

2008. 12. 10

귀여운 소년의 초상에 삶의 교훈 담은  마누엘 오소리오

고야, 마누엘 오소리오, 1792년경, 유화, 127×101.6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귀여운 어린아이가 다소곳이 서 있습니다. 빨간 옷이 무척 예쁘네요. 뽀얀 피부와 멋진 옷으로 미뤄 지체 높은 집안에서 고이 기른 아이 같습니다. 이 아이는 알타미라 백작의 아들 마누엘 오소리오입니다. 부족한 것 모르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야는 아이의 부유한 환경과 천진난만한 표정을 뛰어난 필치로 생생히 잡아냈습니다.
하지만 부유하게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잘 받고 자란다 해도 세상 일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이는 지금 까치를 데리고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까치를 세 마리의 고양이가 노려보고 있네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언제 저 고양이들이 까치에게 덤벼들지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도 언제 불행한 일이 닥칠지 모릅니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노라면 기쁘고 즐거운 일뿐 아니라 어렵고 힘든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어둠이 있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불행이 언제 저 어둠 속의 고양이들처럼 덮칠지 모르니 방심하지 말라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질서와 규칙을 지키고, 여러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것은 그래야만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위험이 닥쳤을 때 잘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주의하고 성실히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그만큼 행복해질 겁니다.


▼ 한 가지 더~
서양 고전회화에서 새는 영혼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그림에서 까치와 새장 속의 새는 아이의 영혼과 순수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가는 부와 권력, 그로 인한 갈등이 장차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한 것 같네요.


▼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
스페인의 화가로 그가 살던 시대의 격변하는 역사를 반영한 다양한 유화·소묘·판화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왕가의 어리석음과 민중의 고통을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깊은 내면세계를 표현한 그의 그림은 19세기와 20세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매주 화요일 EBS 미술 프로그램 ‘TV 갤러리’에 출연해 명화 감상 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최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풍속화에 대해 소개한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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