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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한 엄마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김미진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8. 10. 21

지난해 MBC 라디오국 엔지니어 이진혁씨와 결혼한 개그우먼 김미진. 얼마 전 첫딸 돌잔치를 치른 그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그우먼인 엄마보다 더 끼가 많은 딸을 키우며 행복을 느낀다는 그의 육아일기.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김미진

개그우먼 김미진(34)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양손에 딸랑이를 들고 놀던 아이는 낯선 이가 다가가도 울기는커녕 눈망울을 반짝이며 손을 흔들었다. 눈웃음이 엄마를 쏙 빼닮은 아이는 김미진의 한 살배기 딸 소비다.
99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이영애·전도연 등의 성대모사로 인기를 끈 김미진은 지난해 MBC 라디오국 엔지니어 이진혁씨(31)와 결혼, 소비를 낳았다. 얼마 전 소비 돌잔치를 치른 김미진은 “나와 남편을 반반씩 닮은 딸을 바라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며칠 전에는 아이의 양손에 부채를 쥐어줬더니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고요.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혼자서 엉덩이를 흔들고요. 개그우먼인 저보다도 끼가 많은 것 같아 흐뭇해요(웃음).”

다양한 목소리로 동화책 읽어주며 아이 감성교육 도와
김미진은 소비 임신 당시 MBC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등에 게스트로 출연 중이었는데 “방송활동을 하면서 저절로 태교가 됐다”고 말한다.
“제가 라디오에서 주로 콩트나 성대모사를 많이 하다 보니 저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항상 웃는 분위기였어요. 소비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웃음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도 낯을 가리지 않고 금방 적응하는 것 같아요.”
김미진은 어렸을 적 성우를 꿈꿨을 정도로, 목소리에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성우시험에 떨어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지금도 ‘목소리’로 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자신이 낼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로 배 속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기를 즐겨 했다고 한다.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김미진

소비를 낳은 뒤에도 꾸준히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대신 집안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절 키울 때 항상 밝은 색 옷을 입히고, 제 방도 늘 따뜻한 색으로 꾸며주셨는데 그 덕분인지 제 성격이 활달하고 긍정적인 편이에요. 어머니가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 아이 방뿐 아니라 집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밝고 산뜻하게 꾸며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고 보니 그의 집 거실 벽면과 천장, 커튼은 모두 노란색·주황색·연두색·하늘색 등 밝고 예쁜 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아이 방 천장 위로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가 하면 왼쪽 벽에는 귀여운 원숭이와 토끼·아기 새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벽지가, 오른쪽에는 토끼·다람쥐·고슴도치 등이 그려진 벽지가 장식돼 있다. 벽지는 모두 김미진이 고른 것이라고 한다.
“남들이 보면 조금 정신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전 이렇게 다양한 무늬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지를 붙이고, 사진과 그림들을 걸어놓으면 아이가 노는 동안에도 자극을 많이 받아 창의력이 풍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김미진은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인데 내년 2월 출산 예정이라고 한다.
“나이도 있고 해서 둘째를 일찍 가졌어요. 남편이 내심 아들을 바라는 것 같기도 했고요(웃음).”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김미진

소비는 양손에 부채를 잡자마자 엄마 김미진과 똑 닮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요즘 소비를 가졌을 때와 달리 입덧이 너무 심해 거의 먹지 못한다고 한다. 며칠 전까지는 물만 마셔도 속이 울렁거렸다고. 겨우 과일 정도를 먹으면서 입덧을 진정시키고 있다는 그에게 “혹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고 묻자 큰 소리로 웃으면서 “비행기 기내식”이라고 답했다.
“말하기도 쑥스러운데 이상하게 자꾸 기내식이 먹고 싶어요. 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PD가 아는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기내식은 외부로 반출이 안 된다고 하더래요. 조만간 남편이 일 때문에 미국 출장을 가는데 저도 따라가 기내식을 먹어볼 생각이에요(웃음).”

무뚝뚝하지만 우울해할 때면 춤추고 노래하며 웃음 주는 남편
그는 첫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음에도 여전히 초음파로 만나는 아기의 모습이 신비롭다고 말한다. 완두콩만 한 작은 생명체에서 자신과 남편을 닮은 부분이 보인다는 것. 그는 소비를 임신했을 때는 배 속의 아이가 작다는 의미에서 태명을 ‘센치’라고 지었는데, 둘째는 ‘또봉’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저희 식구들이 소비를 ‘소봉’이라고 불러요. 제 남편은 한 집의 가장이니까 ‘대봉’, 전 소비와 아빠 사이에 있으니까 ‘중봉’이고요(웃음). 둘째는 ‘또’ 생겼다는 의미에서 ‘또봉’이에요.”
자칭 ‘봉봉이네 가족’이 됐다는 김미진은 세 살 연하의 남편 이진혁씨와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이기 때문에 신혼 때는 그가 모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느라 힘들었다고. 거기다 남편이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아 가끔 답답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남편이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해요. 곰살궂진 않지만 제가 힘들거나 우울할 때면 춤추고 노래하면서 웃음을 주거든요(웃음). 또 소비를 낳고 몸매 관리를 잘 못한 제가 ‘이제 완전 아줌마 같아서 싫지 않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아니, 소비같이 귀한 선물을 낳느라 그런 건데 싫긴 왜 싫어. 곰순이 같아서 귀엽기만 한데’라고 말하며 활짝 웃죠.”
현재 김미진은 MBC ‘생방송 화제 집중’, 라디오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등에 출연 중인데 앞으로 둘째 출산 때까지 차차 일을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임신한 몸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 무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둘째를 낳은 후 몸 상태를 봐서 다시 방송활동을 할 거예요. 지금 하는 라디오나 방송 일도 재미있고 드라마에 조연으로도 여러 번 출연했는데 그 일도 계속하고 싶어요.”
김미진에게 만약 아이가 자신과 같은 방송 일을 꿈꾼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당연히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딸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힘이 천하장사다. 무거운 책이나 철제 손거울 같은 물건도 거뜬히 들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혹시 제2의 장미란 선수가 되지 않을까 하고 남편과 얘기한 적이 있다”며 웃었다.
“여자는 엄마가 되면 정말 강해지는 것 같아요. 20시간의 산고 끝에 힘들게 소비를 낳을 때만 해도 어떻게 아기를 또 가질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또 둘째를 임신했잖아요(웃음). 갓 태어난 소비에게 ‘하늘처럼 밝고, 바다처럼 깊고 푸른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라’고 말했던 것처럼 곧 세상에 태어날 둘째에게도 같은 말을 미리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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