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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주 특별한 여행

자동차로 21일 동안 프랑스 여행하며 가족 사랑 키운 만화가 황중환

글·정혜연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09. 17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21일간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온 만화가 황중환씨. 여행에서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뜻 깊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그의 가족을 만나 프랑스 여행기를 들었다.

자동차로 21일 동안 프랑스 여행하며 가족 사랑 키운 만화가 황중환

“보통 여행을 가고 싶어도 돈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이가 어리다 등의 이유로 포기하잖아요. 하지만 그러다 보면 세월이 흘러 아이와 함께한 추억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바로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따뜻함을 담은 가족만화 ‘386c’를 ‘동아일보’에 연재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가 황중환씨(38). 99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만화는 지난해 7월 2천 회를 맞았다. 황씨는 처음에는 2천 회를 기념하는 전시회를 기획했지만 마음을 바꿔 오랜 시간 만화의 주인공이 돼준 아내 이주영씨(40)와 두 아들 규헌이(13), 규성이(7)를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가족여행지로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황씨는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었고 문화유산이 많으며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 때 결혼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아내와 프랑스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돈의 여유가 없어 많은 것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자동차로 21일 동안 프랑스 여행하며 가족 사랑 키운 만화가 황중환


“그래서 아이를 낳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프랑스를 찾아 제대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어요. 프랑스 여행을 가자고 했더니 당시 여섯 살이던 둘째 규성이는 ‘놀이터에서 새로 사귄 친구랑 놀아야 하니까 다들 다녀와’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다행히 초등학교 6학년이던 첫째 규헌이는 첫 해외여행이라 굉장히 신나했어요.”
그의 아내는 “남편이 처음 여행이야기를 꺼냈을 때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계획을 짜기 시작하자 이런저런 걱정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여행 경비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홍콩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이용, 항공료를 줄이고 자동차를 리스해 현지에서의 교통비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경비 문제를 해결했다. 황씨는 “아이들과 3주씩이나 여행을 하려면 짐을 들고 매번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자동차가 편리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기까지보다 21일간의 일정을 꼼꼼하게 계획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한다. 고심 끝에 이들은 파리에서 시작해 프랑스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기로 결정했다.
“가능하면 한국에서 모든 준비를 다 끝낸 다음 떠나고 싶었어요. 현지에 도착해서 숙소·음식 같은 기본적인 문제로 우왕좌왕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파리, 디종, 안시, 프로방스, 칸, 카르카손, 사를라, 르와르 순으로 묵을 숙소와 먹을거리·볼거리를 일일이 조사해 가능하면 모두 예약을 했어요. 전체 동선을 정하고 꼭 가고 싶은 곳을 넣은 뒤 불필요한 걸 하나씩 지우거나 추가하는 형식이 일정을 짜는 데 도움이 됐죠.”

자동차로 21일 동안 프랑스 여행하며 가족 사랑 키운 만화가 황중환

프로방스의 한적한 농가에서 지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으는 아이들
황씨 가족은 파리에서 출발해 밀레의 대표작 ‘만종’과 ‘이삭줍기’의 무대가 된 바르비종, 반 고흐가 사랑한 ‘밤의 카페테라스’와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의 무대가 된 프로방스, 지중해 연안의 낭만적 해변 도시 칸·니스·모나코, 프랑스를 대표하는 축제가 자주 열리는 사를라 등 프랑스 곳곳의 숨은 보석 같은 지역들을 돌아다녔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장소로 남부 해변 도시이자 영화제로도 유명한 칸을 꼽았다. 칸의 풍경은 프랑스의 여느 도시와 사뭇 달랐다고. 높이 솟은 열대 나무와 흰색의 화려한 건물들로 인해 프랑스 안에서도 이국적인 정취가 풍겼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영화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에서 미스터 빈이 마지막에 도착해 수영을 한 그곳”이라며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를 묻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프로방스 시골집이요!”라고 대답한다. 황씨가 가족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프랑스로 출국하기에 앞서 프로방스 농가주택에 이메일을 보내 숙박을 예약했는데, 직접 가보니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집처럼 환상적이었다고.
“시계가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에 한참 동안 빠졌죠. 아이들은 주인 내외가 키우는 큰 개 ‘본디’와 머무는 동안 매일같이 뛰어노느라 바빴고요. 그 집에 저희 아이들 또래 남매가 있었는데 아이들이라 그런지 금세 친해졌어요. 프랑스에 살지 않고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이라 그런지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나봐요.”
이씨도 프로방스에서의 소박한 식사와 식탁에 촛불을 켜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그때 황씨는 아내가 ‘당신 덕분에 이런 여행을 다 해본다’며 고맙다고 말해줘 정말 뿌듯했다고.
여행에 앞서 이들 부부는 음식은 프랑스 현지식 위주로 다양하게 맛보고 오자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대표 음식인 달팽이 요리, 푸아그라 등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지만 여행 중반쯤에는 김치가 그리워 프로방스에 도착하자마자 김치를 꺼내 찌개를 끓여 먹었다고 한다. 그는 “아마 위층에 살고 있던 주인집 가족들이 놀랐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아이들은 여행을 다녀온 뒤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일럿이 꿈인 규성이는 프로방스 농가주택에서 큰 개를 키우며 살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이 생겼고, 규헌이는 미래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넓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최근 21일간의 프랑스 가족여행기를 담은 책 ‘낭만 카투니스트 유쾌한 프랑스를 선물하다’를 펴냈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시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었는데 2년 전부터 회사에 정식으로 출퇴근을 하면서는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모르고 지냈어요. 여행을 갔더니 마냥 아기인 줄만 알았던 둘째 규성이는 그 사이 자기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는 어린이가 됐고, 규헌이는 동생에게 말없이 손을 건네는 마음 넓은 형이 돼 있더라고요. 가족여행을 떠나면 그 나이 때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함께 추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그래서 가족여행을 꿈꾸고 계신 분들께 지금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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