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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하나된 가족

성(姓) 변경 소재로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최우수상 받은 이지수양 가족

글·정혜연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09.17 14:16:00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된 이지수양. 이양은 최근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에서 이 일을 글로 써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수양 가족을 만나 성 변경을 하게 된 사연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姓) 변경 소재로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최우수상 받은 이지수양 가족

“배지수~”
“선생님, 저 오늘부터 이지수로 성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이지수라고 불러주세요!”
“성이 바뀌었어? 음, 그래 그럼. 이지수~”
“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최한 ‘2008 전국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에서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충남 태안군 안면고등학교 3학년 이지수양(18)이 쓴 글의 한 대목이다. 4년 전 엄마의 재혼으로 새 아버지를 맞은 이양은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는 게 싫었다고 한다. 호주제가 폐지된 뒤 복잡한 절차를 밟은 끝에 성이 바뀌었다는 통지서를 받은 날 말할 수 없이 기뻤다고. 성 변경을 하기 위해 이양은 가정법원에 변경청구를 한 뒤 가족관계증명서·주민등록등본·주민등록초본 등 서류를 제출하고 변경청구 사유를 관할 판사에게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
“정확히 3월12일이었어요. 호주제는 1월1일에 폐지됐는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그때서야 통지서를 받았죠. 그날 가족끼리 조촐하게 집에서 파티를 열었어요. 더 이상 ‘넌 왜 아버지와 성이 달라?’라는 물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 좋았어요(웃음).”
이양의 동생 명호군(15)과 여빈양(11)도 성이 바뀌게 된 것을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특히 새 아버지를 잘 따르는 여빈양은 친구들이 ‘배여빈’이라 부르면 뒤돌아보지 않다가 ‘이여빈’이라 부르면 그제야 돌아볼 정도라고. 새 아버지 이승우씨(49)와 엄마 정해란씨(42)도 “아이들 성을 바꾸면서 ‘우리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더 강해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이양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만 바뀌었을 뿐 실상 달라진 건 거의 없다는 걸 깨닫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이양의 담임선생님이 생활기록부를 바뀐 성으로 수정해야 한다며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서류상 새 아버지와 여전히 ‘동거인’ 상태였던 것.
“껍데기만 바뀌었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았죠. 제가 진짜 새 아버지의 가족이 되려면 ‘친양자 입양제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만 15세 미만만 해당되거든요. 설령 재판을 받아 친양자가 되려 해도 친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친부와 연락이 되지 않으니 서류상 아버지 자식이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해요.”

“성을 바꾸면서 ‘우리 가족’이라는 유대감 강해졌어요”
이양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글로 풀어냈다. 새롭게 실시되는 가족제도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며 이제부터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각자 한 번씩 상처를 안고 있던 이양의 부모는 4년 전 재혼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사업에 실패하고 태안에 내려와 어장을 운영하던 새 아버지 이승우씨는 이양 남매들과 함께 살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양의 어머니는 처음엔 아이들이 이씨와 잘 지내지 못할까봐 걱정했다고.
성(姓) 변경 소재로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 최우수상 받은 이지수양 가족

전교 1등을 도맡아하는 이지수양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결혼하기 전에 아이들을 새 아버지와 한 번 만나게 했는데 워낙 자상한 사람이다 보니 금방 따르더라고요. 원래 내성적이던 지수도 먼저 마음을 연 새 아버지 덕에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이양은 새 아버지를 처음 봤을 때 “푸근한 아저씨”라 생각했고 동네에서 좋은 평을 듣는 새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한다. 글짓기에 새 아버지 이야기를 당당하게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부모님이 재혼하신 지 1년 뒤, 아버지가 암으로 수술 받으셨을 때 무척 가슴 아팠어요. 대장암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암 3기라고 오진해 많이 놀랐거든요. 다행히 초기라 수술 받고 완치됐는데 어려운 일 겪으면서도 늘 웃으시는 아버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이양의 집은 이 일을 계기로 오히려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한다. 아버지가 수술 받는 몇 달 동안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소형선박조종사 자격증과 선장 면허증을 취득해 완치 후 함께 어장을 운영하게 됐기 때문. 현재 이들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소형 낚시배로 낚시꾼들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며 주꾸미 어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잔병치레는 어머니가 더 많이 하시는 편인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집안 살림을 직접 하셔서 놀랐어요. 전에 어머니가 집에 없을 때는 제가 동생들 밥해주고 챙기곤 했거든요. 아버지가 부엌에서 요리하고 청소하시는 게 생소할 때가 많았어요.”
이양의 아버지는 그의 남매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멋진 사람이 돼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아버지를 만나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 키가 꽤 컸을 정도니까요. 아버지와 같은 성을 갖게 돼 기쁘고, 또 확실한 소속감을 갖게 됐어요. 앞으로 부모님이 저희를 위해 바다에서 고생하며 일하시는 만큼 은혜에 보답할 생각이에요.”

여성동아 2008년 9월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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