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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제대 후 새 앨범 발표하며 활동 재개하는 김범수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8.09.17 10:48:00

가수 김범수가 2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컴백한다. 지난 3월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컴백 소감과 앞으로의 꿈을 들려줬다.
군 제대 후 새 앨범 발표하며 활동 재개하는 김범수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삽입된 ‘보고 싶다’를 비롯해 ‘약속’ ‘하루’ 등으로 인기를 모은 가수 김범수(29). 지난 2006년 군에 입대하면서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컴백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8월 중순 만난 그는 서울의 한 고층건물 옥상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한 순간 잠시 긴장한 듯 했지만 이내 밑을 내려다보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예전에는 성격이 소심한 편이었는데, 군 생활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사실 군 입대를 앞두고 많이 불안했어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세 잊힐 것 같았거든요. 제 공연에 아무도 오지 않는 악몽을 자주 꿨죠.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군에 입대한 지성·문희준·박광현씨 등과 연예병사 생활을 함께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거든요.”
김범수는 군에서 제대한 뒤에도 그들과 수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특히 선임병이던 지성은 그의 뮤직비디오에 흔쾌히 출연, 힘이 돼줬다고. 컴백을 앞둔 그는 신인 때처럼 가슴이 설레고 벅차오른다고 한다.
그가 처음 가수의 꿈을 키운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청소년기의 그는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반항적이고 난폭한 아이였다고 한다.
“경남 마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도시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친구들에 비해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며 스스로를 비하했고, 매사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있었죠. 부모님 몰래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친구들과 싸우다가 경찰서에 간 적도 있어요. 그렇게 삐뚤어진 생활을 하다가 늑막염을 앓아 병원에 입원했는데 불현듯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훗날 보컬 전문 트레이너 돼 재능 있는 청소년 발굴하고 싶어요”
군 제대 후 새 앨범 발표하며 활동 재개하는 김범수

그때 한 친구가 그에게 건네준 복음성가 테이프는 삶의 전환점이 됐다. 신앙으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는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복음성가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점차 음악에 대한 욕심이 커진 그는 음악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우연한 기회에 한 유명 보컬트레이너를 만나 본격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생각보다 빨리 데뷔 기회를 잡았지만 데뷔하기까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고.
“99년 데뷔 당시의 가요계는 음악성만큼이나 외모를 중요하게 여겼어요. 외모에 자신이 없던 저는 기획사와 논의한 끝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을 시작했어요. 운이 좋게도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관심을 끌었고, 덕분에 데뷔 앨범이 크게 성공했죠.”
부모와 친구들이 “왜 TV에 나오지 않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음악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지만 알게 모르게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열등감은 “얼굴을 공개하면 더 이상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변했다고. 하지만 두려움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다. 3년 만에 얼굴을 공개했을 때 어느 누구도 그에게 외모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이다.
“혹시나 얼굴을 보고 실망한 사람들이 앨범을 반품하지는 않을까 가슴 졸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제 음악을 좋아해주더라고요. 가수의 외모에 대해 크게 마음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노래는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죠.”
좋은 일도 뒤따랐다. 2집에 수록됐던 ‘보고 싶다’가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삽입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하루’를 영어 가사로 부른 ‘Hello Goodbye Hello’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판매 차트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군 미필자였던 그는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해외활동을 할 수 없었고, 소속사와 음악의 방향성을 두고 마찰을 빚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데뷔 후 처음 찾아온 슬럼프였다.
“몇몇 노래가 제 음악의 전부가 돼버릴 것 같아 두려웠어요. 발라드뿐만 아니라 R&B 장르의 흑인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이미 각인된 음악 색깔 때문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다행히 군 생활을 하면서 그런 후회와 아쉬움이 자연스레 사그라진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일곱 곡 가량 녹음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모두 지우고 새로 작업했고,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 성대 결절이 생겨 고생한 것. 그때마다 힘이 돼준 건 10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라고 한다.
“새 앨범에 수록된 노래 가운데 ‘님아’는 여자친구를 위해 작사한 거예요. 제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묵묵히 기다려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았죠. ‘님아’라고 제목을 지었더니 여자친구가 왜 자신의 이름으로 하지 않았냐면서 조금 서운해하더라고요(웃음).”
현재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는 그의 꿈은 보컬 전문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저는 제 재능을 빨리 발견하지 못해 방황의 시기를 거쳤지만 지금 자라는 친구들은 저처럼 방황하지 않고 가수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들이 세계적인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꿈이에요.”
8월 말 ‘슬픔활용법’을 타이틀곡으로 한 새 앨범을 발표하는 그는 오는 10월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여성동아 2008년 9월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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