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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체험 공개

‘듣기부터 시작하는 영국식 영어교육 노하우’

두 딸 2년 만에 영어 수재로 키운 엄마 심은보씨 조언

글·정혜연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2008. 09. 09

지난 2004년 남편 직장을 따라 영국에 갔다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고 싶어 케임브리지대 영어교사자격 취득과정(CELTA)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주부 심은보씨. 2006년 두 딸을 영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자격시험 CAE에 합격시킨 그를 만나 효과적인 영어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듣기부터 시작하는 영국식 영어교육 노하우’

심은보씨(48)는 중학생 딸 유재은(15)·재연(14)양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엄마다. 지난 2004년 남편 직장을 따라 두 딸과 함께 영국에 간 그는 당시 초등생이던 아이들이 영어를 못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가르치기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운영하는 영어교사자격 취득과정(CELTA)에 등록해 2년 반 만에 교사자격증을 받은 심씨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 2006년 둘 다 영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자격시험 CAE(Certificate in Advanced English)를 통과시켰다. CAE는 영어 듣기·말하기·쓰기·읽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으로, 영국 대부분의 대학이 대입 전형에서 이 시험 성적을 요구하거나 인정한다.
“원래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고 졸업한 뒤에도 외국계 회사를 다녀 영어에 웬만큼 자신이 있었어요. 영국식 발음이 생소해 고생하기는 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도 없었고요. 저와 함께 수업을 들은 친구들은 대부분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의 비영어권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었는데 제가 그 가운데서 어휘력은 가장 좋았죠(웃음).”
하지만 그는 수업을 들을수록 벽을 느꼈다고 한다. 전문용어까지 동원해 작문을 써내도 늘 다른 학생들에 비해 점수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의 담당 교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이용해 읽기 쉬운 글을 쓰는 학생에게 늘 더 좋은 점수를 줬다.
“수업시간에 종종 선생님이 영어 테이프를 들려준 뒤 ‘이게 무슨 내용이죠?’ 하고 물었는데, 저는 늘 단어를 듣느라 전체 내용을 놓쳐 한마디도 못하곤 했어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단어나 문법을 저보다 모르면서도 글의 요점은 정확히 파악해 대답하더라고요. 그런 일을 겪으며 비로소 ‘내 영어공부법이 뭔가 잘못됐구나’라는 걸 느꼈죠.”
심씨는 유럽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숲을 먼저 보고 난 뒤 나무를 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한 뒤 독해와 작문을 배우는 순으로 영어를 익히는 데 반해 그들은 ‘문맥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영어공부의 시작으로 삼고 있었던 것.
“그 사실을 깨닫고부터 저도 단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문장과 문맥 전체를 통해 영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영어를 많이 듣고 따라했고요. 그러다보니 어렵게만 느껴지던 영국식 액센트와 연음에도 익숙해지면서 영어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이 방법으로 영어를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두 딸과 함께 서점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오디오북을 고른 뒤 전체 내용을 듣고 주제가 뭔지 얘기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눈 뒤엔 한 문장씩 끊어서 들려주며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발음을 따라하게 했다.
“만화영화도 많이 보여줬어요. 그중에서 ‘아서와 친구들’은 한 편 분량이 15분 정도밖에 안 돼 지루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고, 영어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주인공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내용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했어요.”
심씨는 아이들과 함께 만화를 보다가 ‘쟤는 왜 우는 거야?’라고 물으면 ‘먹고 싶은데 엄마가 못 먹게 해서 그렇지’ 하는 식으로 일일이 질문에 대답해줬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면 아이들이 전체 맥락을 모두 이해했다고.
“아이들이 내용을 다 파악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말하기 연습을 시켰어요. 만화에 나오는 대사를 먼저 제가 그대로 따라 읊고 무슨 뜻인지 말해준 뒤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발음하게 했죠. 그렇게 열 편쯤 학습하고 나니 처음 영국에 갔을 때 영어를 거의 못했던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기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됐어요.”

‘듣기부터 시작하는 영국식 영어교육 노하우’

심보은씨는 두 딸을 직접 가르쳐 영어 수재로 키웠다.


여러 번 반복해 듣고 전체 맥락 파악하게 한 뒤 세부내용 익히도록 가르쳐
그때부터는 책을 읽게 했다. 심씨는 영어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같은 책을 세 번씩 반복해 읽도록 했다고 한다. 책 한 권을 세 번 정도 통독하고 나면 몰랐던 단어를 자연히 외우게 되고, 반복되는 구문에도 익숙해져 문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작문 실력이 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를 한 문장씩 공부하던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었죠. 처음엔 세 쪽 이상 읽지 못하더라고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일일이 사전을 찾으려 하고요. 그래서 처음엔 이해가 안돼도 절대 사전을 찾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이해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라고 했어요. 두 번째 읽을 때부터는 아이가 이해한 내용을 말해보게 한 뒤 잘못 이해한 부분은 수정해줬죠. 세 번째로 읽을 때는 계속 반복되는 구문을 외우게 했고요.”
이런 방식으로 책 3권을 통독하자 아이들의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심씨는 그 뒤부터는 신문 기사·사설, 잡지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빠르게 읽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영어 독해시험에서는 이런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 심씨는 아이들이 CAE를 통과한 것도 이런 훈련을 계속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알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작문도 잘하게 돼요. 케임브리지 CELTA 과정을 이수하면서 작문에서 중요한 건 문장 하나 하나의 완성도보다 글 전체의 완성도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책에서 배운 쉬운 구문을 활용해 일기를 쓰게 했어요. CAE 작문시험을 볼 때도 어려운 단어를 동원해 화려한 문장을 쓰기보다 쉬운 어휘를 이용해 짜임새 있게 쓴 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심씨는 마지막으로 케임브리지에서 배운 영어교육법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칭찬하기’를 꼽았다. 수업시간에 어떤 질문을 하든 교사는 “정말 좋은 질문이다”라며 칭찬했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영어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는 것. 때문에 그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 실수를 하더라도 “잘했다”는 칭찬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귀국해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데도 영어시험을 치를 때마다 만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심씨는 두 딸을 직접 가르치는 한편 집에서 한 시간씩 영어로 말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심씨는 최근 자신이 영국에서 배우고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쳐 효과본 영어교육 노하우를 담은 책 ‘우리아이 영어공부 어떻게 시작하죠?’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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