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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도전하는 그녀

연극 ‘프루프’ 무대 서는 김지호 프라이버시 인터뷰

글·김민지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08. 22

김지호가 지난 2006년에 이어 두번째 연극 무대에 오른다. 연극배우로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하는 그가 무대에 애착을 갖는 이유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김호진과의 결혼생활, 육아체험을 들려줬다.

연극 ‘프루프’ 무대 서는 김지호 프라이버시 인터뷰

지난 7월 중순 막이 오른 연극 ‘프루프’ 공연을 앞두고 만난 김지호(34)는 브라운관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환한 웃음과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었기 때문. 하지만 사실 그는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혓바늘이 돋아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왔다는 그는 “하루 8시간씩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좋다”며 기대감에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데뷔 후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무대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그러다 2년 전 ‘클로저’란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올라 연극의 매력에 빠졌죠. 대사 하나하나를 숨죽여 듣는 관객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동과 전율을 느꼈어요.”
김지호는 ‘클로저’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기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새삼 깨닫게 됐고, 좋은 역할이 있으면 상황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MBC 아침 드라마 ‘그래도 좋아’ 종영 후 잠시 휴식을 취한 그는 무대에 복귀하기로 결심했다고.
“제가 극단 관계자에게 연극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전화를 드렸어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드라마는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인터넷을 보지 않으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감하기 어려워요. 오히려 작품이 끝난 뒤 사람들이 알아봐주면 뒤늦게 ‘정말 인기가 많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드라마를 촬영하는 내내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촬영하는 동안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 들어 연극 선택했어요”
그렇게 해서 그의 손에 오게 된 대본은 ‘프루프’. 하지만 그는 대본을 받아 든 순간 5년 전 이 작품에서 같은 배역을 맡았던 추상미가 떠오르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상미언니가 두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그때 제가 효우를 낳은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제 상태에 비추어 상미 언니가 더 힘들게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는 힘들고 어렵겠다는 걱정을 뒤로하고 자신의 연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프루프’의 캐서린 역에 도전하기로 했다. 캐서린은 천재수학자 로버트의 딸로, 아버지를 닮아 수학에 재능이 있지만 직선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에 대인관계가 좋지 못한 인물. 캐서린은 아버지의 연구 업적을 세상에 알리자는 수학자 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었다가 상처를 받는다. 김지호는 이런 극중 상황에 대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 많아 감정선을 잡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말한다.

연극 ‘프루프’ 무대 서는 김지호 프라이버시 인터뷰

“‘내가 캐서린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와 캐서린의 비슷한 부분을 찾아갈 수 있었죠.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 수학을 무척 좋아했어요. 캐서린처럼 아버지한테 수학을 배운 적이 있는데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요. 고등학교 때는 수학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건축가를 꿈꾸기도 했죠. 수학 시험을 보면 1~2개밖에 틀리지 않을 정도로 잘했거든요(웃음). 또 전 수학처럼 답이 똑 떨어지는 게 좋아요. 문제를 풀고 나서 정확한 답이 나올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김지호는 연기 경력 14년째에 접어들지만 연극배우로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온몸으로 하는 연기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라며 “무대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TV 드라마는 상반신 위주로 촬영하기 때문에 표정연기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연극은 완전히 다르죠. 제 모습 전체를 관객이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동선에도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동선에 맞춰 대사를 외우고, 상대 배우와 대화하다가도 객석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데 이럴 때 집중도가 떨어져 대사도 잘 안되고 실수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가장 큰 고민거리죠(웃음).”
동선과 대사를 맞추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면서도 김지호는 ‘하하’거리며 시원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들려주는 그의 한마디는 긍정적이다.
“솔직히 무대에 올라가면 어떻게든 되리라 믿어요. 이미 한 번 해봤잖아요. 걱정한다고 더 잘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올라가면 분명 잘될 거예요(웃음).”

“‘빵점짜리’ 아내이자 엄마지만 ‘백점짜리’ 남편과 딸 덕분에 힘이 나요”
떨리고 두렵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 것은 그에게 늘 힘을 주는 두 사람, 남편 김호진(38)과 딸 효우(5)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 엄마로서는 ‘빵점’이라고 자책하면서도 남편과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항상 ‘100점’ 이상으로 채워져 있는 듯했다.
“며칠 전에 오빠가 연습실로 찾아왔어요. 마침 저녁 먹으면서 술도 한 잔 마신 터라 연기가 잘 안되는데 오빠가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더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연습이 다 끝날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던 오빠가 집에 가면서 ‘지난번보다 연기가 좋더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잘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라고 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줬는데 그게 큰 힘이 됐어요.”
인터뷰 도중에도 김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밥은 먹고 나갔냐’고 묻는 자상한 남편 김호진은 종종 드라마 촬영장이나 연극 연습실로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준다고 한다.
“오빠가 요리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세심하고 꼼꼼한 면도 있지만 일을 할 때 보면 무척 과감해요. 어떤 역이든 크게 고민하지 않고 ‘일단 해볼까’ 하면서 적극적으로 달려들거든요. 8월 말부터는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하는데 무척 기대되고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연극 ‘프루프’ 무대 서는 김지호 프라이버시 인터뷰

김지호는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일을 하다 딸이 보고 싶으면 휴대전화에 녹음된 딸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남편의 연기변신이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이는 그에게 딸 효우에 대해 묻자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엄마·아빠와 똑 닮은 미소를 짓고 있는 딸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효우는요, 정말 기분 좋은 아이예요”라고 한 톤 높은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어느 날 드라마 ‘그래도 좋아’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는데 효우가 ‘나는 명지(고은미)처럼 될 거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며칠 전만 해도 제가 연기한 효은이 정말 불쌍하다며 명지가 밉다고 계속 투정을 부렸거든요. 갑자기 태도가 변한 이유를 물어보니까 ‘효우 눈에는 명지언니가 제일 예뻐요’라고 말하는 거 있죠(웃음). 긴 파마머리에 예쁜 옷을 입은 명지가 부러웠나 봐요. 그날 오빠와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웃음).”
예쁜 것을 좋아해 엄마의 의상 스타일까지 눈여겨본다는 효우는 그가 새로 산 구두와 옷을 보면 “언제 샀냐”며 “나도 입어볼 수 있냐”고 묻는다고. 그래서 가끔 그가 입지 않는 원피스를 줄여서 효우에게 선물해준다고 한다.
“사실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극 연습을 시작하는 바람에 효우와 놀 시간이 없었어요. 드라마 시작할 때도 그게 미안했는데 또다시 미안해졌어요. 엄마가 일하는 사람이라서 바쁠 때가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면서도 새벽까지 꾸벅꾸벅 졸다가 제가 들어가면 현관문까지 마중 나오는 딸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그래도 틈틈이 딸과 재미있게 놀기 위해 힘쓴다는 김지호는 그만의 특별한 육아법을 들려주었다. 바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키워주는 역할 놀이를 즐겨 한다는 것. 옷장을 활짝 열어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치장한 뒤 서로 하고 싶은 역할을 맡아 연기하면서 논다고. 또 어떤 때는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한다고 한다. 그는 “효우와 즐겁게 놀면서 고민이나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기도 한다”며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결혼해서 아이 낳아 키우며 이해와 배려 배웠어요”
김지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엄마가 된 것’을 꼽는다. 그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층 더 세상을 여유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20대에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았지만 30대 중반에 이르면서 그 때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위험했던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결혼하기 전에는 기분에 따라 행동했던 것 같아요. 늘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놀고 싶을 때는 신나게 놀고,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다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이 많이 사라졌어요. 아마 효우를 낳고 기르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인가봐요.”
그는 결혼을 기점으로 훨씬 성숙한 연기를 보여준다는 주변의 평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렸을 땐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내 성격에 맞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한층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제 연기의 폭을 넓혀준 남편과 아이에게 항상 고마워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 격려해주고 이끌어주며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 누구의 딸이 아닌 각자의 이름으로 말이죠.”
다시 연습실로 향한다는 김지호에게 “혹시 예전에 캐서린을 연기했던 추상미와 이번 연기가 비교된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사실, 그런 거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연극으로 너무 바쁜 탓에 효우가 속상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요즘 제일 큰 걱정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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