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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가 사는 법

네 아이 아빠 한석규 프라이버시 인터뷰

글·김명희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08.22 10:29:00

한석규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큰 테마는 가족과 연기다. 올해로 결혼생활 10년째를 맞은 그는 슬하에 2남2녀를 둔 가장으로, 또 매번 완벽한 연기를 추구하는 배우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를 만났다.
네 아이 아빠 한석규 프라이버시 인터뷰

배우치고는 튀지 않는 외모에 부드러운 목소리. 한석규(44)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친근함이다. 하지만 7월 말 개봉한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에서 한석규는 기존 이미지와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눈눈이이’는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현금 수송차량 습격사건과 제주공항 밀수 금괴 강탈사건을 다룬 영화. 한석규는 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형사 백성찬 반장 역을 맡아 자신을 사칭하는 범인 안현민(차승원)과 대결을 벌인다. 승부욕 강한 백 반장은 그 탓인지 머리가 하얗게 새버렸다. 백발은 한석규의 아이디어라고.
“주변에 백발인 분이 계신데 강하면서도 예민해 보이더라고요. 그런 시각적인 느낌 때문에 언젠가는 백발을 꼭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써먹었으니 다시는 못하겠죠. 이젠 레퍼토리가 몇 개 안 남았네요. 다음엔 삭발을 해야 하나…(웃음).”
극중 백 반장은 욕설을 하고 기분 나쁘게 껌을 씹기도 하며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기도 한다. 금연을 시도하지만 늘 실패하는 백 반장의 캐릭터는 실제 한석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라고 한다.
“제가 아이들이 많다 보니 당연히 담배를 안 피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스크린에서 빠져나온 한석규는 다시 단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연인 한석규의 모습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머리 모양이나 의상 스타일, 허리 사이즈까지도. 그는 변화에 인색하다고 밝히면서도 “아내가 나를 안 지 20년이 됐는데 그래도 얼굴 형태나 눈의 느낌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저 스스로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죠. 연기를 통해서 그런 성격을 확 다 뜯어고치고 싶어요. 한석규가 아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강하게 내지르는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죠. 그러고 보면 제 속에 자리 잡은 우울함이 연기를 하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눈눈이이’에 함께 출연한 이병준은 한석규에 대해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내면에는 치밀함이 감춰져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한석규는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안으로 화를 삭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 자신이 단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오랫동안 참았다가 한꺼번에 폭발시켜요. 화를 내기까지 저 나름대로는 참고 참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무런 예고도, 단계도 없이 당하는 일이라 무척 당황스럽죠. 그래서 아예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해요.”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한석규는 사랑을 가꾸는 데 있어서도 한결같은 모습이다. 그는 9년 동안 사귄 성우 출신의 임명주씨(42)와 지난 98년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위로 아홉 살, 일곱 살짜리는 딸이고 다섯 살, 두 살배기가 아들이다. 4형제 중 막내인 그와 5남매의 막내인 임씨는 아이들을 좋아해 결혼 전부터 아이들을 많이 낳기로 약속했다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게 가장 큰 성공이라 믿어요”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아이들과 관련된 은유적 표현을 자주 썼다.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서는 “아이를 낳을 때처럼 두렵고 설레는 기분이다. 열심히 태교를 했다”고 말했고, ‘눈눈이이’ 촬영 중 감독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출산을 앞두고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게 임신기간을 보내지 못하고 중간에 ‘덜커덩’했기 때문에 걱정되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답했다.
한석규가 지극히 모범적인 가장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이들 목욕을 도맡고 성우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동화책을 실감나게 읽어주기도 한다는 그는 “아이들이 많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히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에서 얻는 성공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게 가장 큰 성공이라 여기기 때문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애쓰며 종종 영화 촬영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한다고.
“‘미스터 주부 퀴즈왕’ 촬영 현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마침 제가 여장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 아이들이 ‘아빠가 이상하다’며 울면서 도망가더라고요. 이번에는 백발을 보더니 ‘갑자기 왜 그렇게 늙었냐’며 놀라기에 ‘아빠가 돈 버느라고 힘들다’고 했죠(웃음). 이번 영화에는 욕설 장면이 많은데 셋째가 예고편에서 욕하는 장면을 보고는 똑같이 따라하더라고요. 못하게 하는 게 재미있는지 계속 따라해서 걱정이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도록 아이들을 지원해주고 싶지만 네 아이 중 누군가는 자신의 뒤를 이어 배우를 하면 좋겠다는 게 그의 솔직한 바람.
“배우는 인생을 걸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시행착오가 아이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네 아이 가운데 누가 재능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웃음).”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부부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지만 그에게 그런 일은 없는 듯했다. 한석규는 “막내가 갓 태어났을 때는 내가 세 아이를 데리고 자고, 아내가 막내를 데리고 자느라 어쩔 수 없이 각방을 쓰다가 최근 다시 합방을 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한석규는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평소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덕분인지, 대부분의 아내들이 남편이 낚시 다니는 걸 꺼려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아내는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을 기꺼이 인정해준다고.
“지난 4월부터 매주 2박3일씩 낚시를 다니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가르쳐주셨으니 정말 오래된 취미죠. 결혼 이후 한동안 못하다가 2~3년 전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뭔가를 잊는 데 낚시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남들은 낚시를 하며 이 생각 저 생각 한다는데 저는 낚시할 때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모든 잡념이 사라지죠. 가끔 아이들도 데리고 가는데 미끼 만지는 일도 그렇고, 딸들이 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서 아들들이 좀 더 자라면 자주 데리고 다닐 생각이에요.”
한석규에게 낚시는 연기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좋은 작품이 나타날 때까지 1년이고 3년이고 기다리는 편이데 그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을 낚시로 달랜다는 것이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왜 요즘은 연기활동이 뜸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 제가 예술을 하려고요’라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이 눔아, 돈 버는 게 예술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저희 어머니가 굉장히 힘들게 사신 분이거든요. 좀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전 연기에만 전념하면서 살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연기거든요. 제게 연기란 사랑하는 여자, 평생 짝사랑하는 대상 같아요. 평생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고, 아끼고 어루만져주고 싶은 존재죠. 그렇기 때문에 저한테는 ‘누구보다 낫다’‘잘한다’라는 평가보다 그 여인을 망가뜨리지 않고 얼마나 지고지순하게 사랑을 가꾸어가느냐가 중요해요.”

“연기는 내게 사랑하는 여자와 같은 존재, 평생 지고지순하게 사랑 가꿔가고 싶어요”
한석규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이런 자신의 열정이 자칫 ‘오버’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눈눈이이’의 백 반장 역 또한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조금 ‘넘친다’고 생각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캐릭터를 100%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는데 가끔은 저 스스로도 ‘좀 지나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모든 걸 제가 다 하려 하지 않고 의상이나 분장 등은 전문가들과 대화를 많이 해서 결과가 도출되면 그것을 전적으로 따르는 편이죠. 한때는 스턴트맨 대신 제가 직접 위험한 장면을 연기하면 더 좋은 건 줄 알았는데 결과를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드라마 ‘아들과 딸’로 스타덤에 오른 지 16년. 영화 ‘초록물고기’ ‘넘버3’ ‘접속’ ‘쉬리’ ‘텔미썸딩’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흥행 보증수표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실험에 실험을 거듭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해온 한석규. 그는 30대 때 자신이 연기한 모습을 보면 “참 애쓴다”라는 생각이 들어 안쓰럽고 민망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현재의 자신이 있다고 믿는 그는 40대인 요즘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연기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춘원 이광수 선생이 쓴 ‘꿈’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의 주인공인 조신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조신은 어떤 이유로 한 여자를 범하고 파계를 한, 굉장히 비겁한 인물이에요. 안성기 선배가 30대 때 조신 역을 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는 저도 꼭 한 번 그 역을 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제 슬슬 그 시기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네 아이 아빠 한석규 프라이버시 인터뷰

데뷔 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의 한석규. 그는 작품을 떠나 평소로 돌아가면 일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 검열을 한다고.



여성동아 2008년 8월 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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