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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점심

정겹고 운치 있는 정원의 식탁 풍경~

2008. 07. 10

점심

모네, 점심, 1873, 캔버스에 유채, 160×201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화사한 날에는 실내보다 실외에서 밥을 먹고 싶습니다. 신선한 공기와 솜털을 간질이는 바람이 참 좋습니다. 같은 음식도 야외에서 먹으면 몇 배 더 맛이 있지요. 우리나라 식당은 건물 바깥에 식탁을 따로 마련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런 건물 밖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게 더 비싸기도 하지요. 모네의 가족이 지금 정원에서 점심을 먹으려 합니다. 식탁에 하얀 테이블보를 얹어 아주 깔끔해 보이네요. 값비싼 중국 찻잔과 은주전자가 운치를 더합니다. 나뭇가지에는 리본을 단 밀짚모자가 걸려 있어 무척 정겨운 느낌이 듭니다. 뒤로는 화사한 햇빛이 떨어지지만 식탁은 그림자에 덮여 서늘하네요. 이 식탁 곁에서 아들 장은 무언가를 만들며 놀고 있고, 뒤로는 아내 카미유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여인이 함께 걸어옵니다.
성경에 보면 “솔로몬 왕이 입은 화려한 옷도 들에 핀 한 송이 백합화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으리으리한 식당에서 값비싼 식기에 담긴 고급 음식을 먹어도 이처럼 자연의 축복과 가족의 사랑이 더해진 식탁만은 못한 법입니다.
그 복을 지금 모네 식구들은 누리고 있네요. 모네는 틈만 나면 친구들을 집에 불러 이 야외 식탁에서 그 복을 함께 나눴다고 합니다. 눈으로나마 우리도 이 식탁을 함께 즐겨볼까요?

한 가지 더~ 이 그림은 정물화일까요, 풍경화일까요? 정물이 부각돼 있으니 정물화 같기도 하고 풍경이 부각돼 있으니 풍경화 같기도 합니다. 화가들은 때로 장르 구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주제를 그립니다. 그러다 보면 이처럼 장르를 넘나들게 되지요. 심지어는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탈장르라고 하지요.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매주 화요일 EBS 미술 프로그램 ‘TV 갤러리’에 출연해 명화의 감상 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뉴욕의 미술관 이야기인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을 펴냈고, 현재 재미화가 강익중씨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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