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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름다운 자연, 문화의 향기 느끼며~

아이와 함께 걷기 좋은 산책길

정리·정혜연 기자 || ■ 자료&사진제공·터치아트

입력 2008.06.18 16:09:00

짙푸른 신록과 싱그러운 바람이 나들이를 재촉하는 6월. 아이와 함께 운동화를 신고 걷기 여행에 나서면 어떨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찾아가 자연과 문화의 향기를 듬뿍 느끼고 돌아올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 걷기 좋은 산책길

가로수 그늘이 드리워진 덕수궁 돌담길.(좌) 옛 러시아 공사관 터에 홀로 남은 구 러시아 공관탑.(우)


도심 속 역사의 숨결 느낄 수 있는 산책길~경희궁에서 덕수궁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주변에 위치한 경희궁·정동길·덕수궁은 도심 한가운데서 살아 숨쉬는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광화문역에서 신문로 쪽으로 나와 경희궁을 향해 걷다 보면 구세군 빌딩이 나온다. 이 건물 앞에는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작은 표지석이 있는데 조선시대 경희궁의 정문이던 흥화문의 원래 자리를 표시하는 돌이다. 조선의 별궁이던 경희궁은 일제강점기에 건물 대부분이 헐리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며 궁궐로서 위엄을 잃어갔는데 그 아픈 역사를 묵묵히 보여주는 상징이다.
경희궁에서 내일신문 앞을 지나 걷다 보면 길 건너편에 시네마정동극장이 나온다. 바로 옆 큰 골목이 정동길 어귀.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1백20년 역사를 간직한 이화여고의 수수한 돌담이 보이고, 이화여고와 마주 보고 서 있는 예원학교 옆 골목길로 들어가면 길 끝에 아담한 정동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의 가장 높은 자리에 이국적인 느낌의 하얀 건물이 하나 서 있는데 옛 러시아공사관 터에 유일하게 남은 건물인 ‘구 러시아 공사관 탑’이다. 구한말 명성황후가 시해된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황제가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관에 머물렀던 아관파천 시절 거처하던 곳으로 역시 조선의 회한이 서려 있는 현장이다.
공원에서 나와 다시 은행나무 길을 걷다 보면 덕수궁 돌담길을 만난다. 인기 가요 ‘광화문 연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등으로 유명세를 탄 길을 지나 덕수궁 옆 영국대사관 쪽으로 가다 보면 성공회 성당이 나온다. 서양식 건축물에 한옥의 지붕과 처마를 얹어 독특한 멋을 자아내는 이곳을 둘러본 뒤엔 구세군 교회를 향해 걸어가자. 1926년 건축 당시의 형태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세군 교회를 지나 덕수궁과 미국대사관저의 돌담이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걸어 나오면 다시 정동길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알아두세요~ 박물관이나 궁궐, 교회, 옛 러시아공사관 아래 정동공원에 화장실이 있으며, 코스 전체에 편의시설도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로 나와 서울역사박물관 쪽으로 직진 소요시간 1시간 25분 관람시간 경희궁 오전 9시~오후 6시, 덕수궁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요금 경희궁 무료, 덕수궁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 문의 경희궁 02-731-0531, 덕수궁 02-771-99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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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멋을 자아내는 성공회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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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게 들어선 나무가 아름다운 화랑로.(좌) 단정하게 꾸며진 불암사 경내.(우)


풍성한 나무 그늘이 초여름 더위 잊게 하는~ 태릉 지나 불암사까지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화랑로는 곧게 자란 플라타너스가 길 양쪽에 늘어서 있어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곳.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터널을 만들고, 가을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이 계절의 운치를 더한다. 화랑대역에서 태릉으로 걸어가다 서울여대를 지나면 3만3000㎡ 규모의 동산에 산책로와 클레이사격장, 레스토랑 등을 갖춘 이스턴캐슬이 나온다. 체험프로그램을 즐기지 않아도 삼림욕장이나 산책로를 거닐고, 사격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어 이곳에 들러 잠시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이스턴캐슬을 지나 화랑로를 따라 다시 걷다 보면 왼쪽으로 태릉 가는 길이 나온다. 태릉은 조선 11대 임금인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 문정왕후는 드라마 ‘여인천하’ ‘대장금’ 등을 통해 막강한 권세로 국정을 쥐락펴락하던 인물로 알려졌는데, 그 사실을 증명하듯 그의 능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곳곳에 파릇파릇한 잔디밭과 풍성한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곳이 많아 쉬어 가기 좋다.
태릉을 지나 화랑로를 따라 걷다가 삼육대 앞을 지나면 담터사거리로 접어든다. 이곳은 어린 나무들이 광암천을 따라 드문드문 늘어서 있는데 여기서 잠시 쉬어가자. 여기서 더 가면 조금 가다 꺾어지고 또 꺾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이 나오는데 이곳을 지나면 불암사가 보인다. 불암사 안에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놓은 마애불이 있는데, 이는 최근에 새겨진 것으로 유서는 깊지 않지만 우리나라 마애불의 전통을 잇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불암사에서 잠시 쉬다가 등산객들이 오가며 쌓아놓은 돌탑에 돌멩이 하나 보태고 오는 것도 추억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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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터사거리를 지나 비탈길을 올라가면 불암사에 다다른다.


저녁 무렵 불암사에서 내려와 다시 화랑로를 따라 전철역으로 걸어가다 보면 한낮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태양이 빛날 때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존재감마저 느낄 수 없었던 가로등이 노랗게 불을 밝혀주는데, 플라타너스 나뭇잎과 조화를 이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담터사거리를 지나 화랑로를 따라 화랑역으로 걸어가면 출발했던 곳에 도착한다.
알아두세요~ 화장실은 태릉과 불암사에 있다. 화랑로에는 편의시설이 없고, 담터사거리를 지나 불암사로 가는 길에는 가게와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2·3·4번 출구로 나와 태릉선수촌 쪽으로 직진 소요시간 1시간 반 관람시간 태릉 오전 9시~오후 6시 반 관람요금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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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숲 속에서 본 명릉과 정자각.(좌) 명릉, 왼쪽에 숙종, 오른쪽에 계비 인현왕후가 잠들어 있다.(우)


조선의 임금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서오릉 한 바퀴 돌아보기
경기도 고양시 용두동에 있는 서오릉은 서울 서쪽의 다섯 왕릉이 자리한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명릉이 나온다. 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과 계비인 인현왕후, 그리고 제2 계비인 인원왕후가 묻혀 있는 곳으로 서오릉의 능 중에서 유일하게 봉분(무덤에서 둥글게 흙을 쌓아 올린 부분)이 있는 언덕 위까지 마음대로 올라가 살펴볼 수 있다.
명릉을 돌아 나온 뒤엔 다시 매표소가 있는 출입구로 가 작은 돌다리 쪽으로 방향을 잡자. 다리를 건너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수경원이다. 수경원은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를 모신 곳. 솔숲에 폭 쌓여 있어서 아늑한 느낌을 주지만 무덤 앞에 돌로 만들어놓은 비석 등 석물은 다른 곳에 비해 소박하다. 그것은 이곳이 ‘능(임금이나 왕후의 무덤)’이 아니고 ‘원(후궁의 무덤)’인 까닭이다.
수경원을 지나 숙종의 정비 인경왕후의 능인 익릉을 지나면 서오릉의 산책로가 시작된다. 잠시 왕릉 답사를 접고 풍요로운 숲길을 즐길 수 있다. 오랫동안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다가 지난 2005년 처음 문이 열렸는데 숲 그늘이 워낙 시원해 한여름에도 웃옷을 걸쳐야 할 정도다. 서오릉 외곽 숲길을 크게 돌아 가장 안쪽에 만나는 곳은 창릉. 조선 제8대 임금인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길을 따라 걷다 홍릉에서 언덕을 넘어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무덤은 숙종의 세 번째 부인이자 조선 제20대 임금 경종의 어머니인 장희빈이 잠들어 있는 대빈묘. 다른 곳에 비해 터가 좁고 석물도 초라한 묘 뒤에는 큼지막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바위를 뚫고 나무 한 그루가 커다랗게 자라있다. 이를 두고 묘를 만들 때 장희빈의 억센 기를 누르기 위해 바윗돌로 눌러 놓았는데, 그의 기가 얼마나 센지 바위를 뚫고 나온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연한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한다.
대빈묘를 지나 추존왕 덕종과 소혜왕후를 모신 경릉, 조선 제13대 임금 명종의 맏아들인 순회세자와 부인인 공회빈 윤씨가 묻힌 순창원을 지나면 어느새 처음 출발했던 서오릉 입구에 도착해 있다.
알아두세요~ 화장실은 서오릉 입구와 안에 있다. 서오릉 입구에는 식당과 매점이 많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녹번역 4번 출입구로 나와서 702번 버스를 타고 서오릉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소요시간 2시간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반 관람요금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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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릉을 지키는 무인석과 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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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경마공원으로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왼쪽 위) 경마공원 입구에 놓인 말과 소녀 조각상.(왼쪽 아래)


푸른 잔디밭에서 예술과 자연 동시에 즐겨요~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경마공원까지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술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 건물 주위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 60여 점의 조각품이 전시돼 있어 굳이 실내 전시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잔디밭 곳곳에는 기다란 벤치가 놓여 있는데, 어디에 앉든 조각 작품 한두 점 정도는 꼭 보이도록 배치돼 있다.
야외 조각전시장에는 눈뿐 아니라 귀로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미국의 설치미술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인데, 사람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잔디밭에 홀로 서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 목소리가 참 오묘해서 어떤 날은 슬픈 듯 들리고, 어떤 날은 외로운 듯 들리다가 또 어떤 날은 포근한 자장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게 매력. 미술관 주변을 걷다가 노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조용한 흥얼거림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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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공원 산책로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저수지.


미술관에서 나와 과천저수지 쪽으로 걷다 보면 서울랜드와 대공원 주차장을 지나 경마공원이 나온다. 미술관에서 경마공원으로 갈 때는 대공원 주차장으로 바로 나가지 말고 서울랜드를 돌아나가는 길로 가는 게 좋다. 미술관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가다가 저수지 위로 놓인 다리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면 된다.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고 차량만 드물게 지나다니는데, 나무가 울창해 무척 상쾌하다. 길 옆으로 과천 저수지를 비롯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절경이 펼쳐져 즐거운 산책장소로 그만이다. 다만 따로 보행로가 없는 만큼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이 길을 따라 걷다가 대공원 주차장을 지나면 거기서부터 경마공원까지는 인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경마장을 둘러싸고 크게 한바퀴 돌 수 있도록 설치된 경마공원 산책코스 곳곳에는 작은 연못과 정자가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경마장 입구로 나와 주차장을 향해 걸으면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 도착하게 된다.
알아두세요~ 국립현대미술관·경마공원은 모두 입장시간에 제한이 있다. 따라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돌아보려면 예상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어디를 가든지 편의시설은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와 국립현대미술관 표지판을 따라 직진 소요시간 1시간 반 관람시간 국립현대미술관 오전 10시~오후 6시, 경마공원 오전 9시반~오후 6시 관람요금 국립현대미술관 상설전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 경마공원 경마일(토·일요일) 8백원, 비경마일 무료 문의 국립현대미술관 02-2188-6000
아이와 함께 걷기 좋은 산책길

이 기사의 글과 사진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터치아트)에서 발췌·정리한 것입니다

여성동아 2008년 6월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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