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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시간 활용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노하우”

두 아들 민족사관고 보낸 엄마 김미석씨 체험 공개!

글·정혜연 기자 / 사진·장승윤 기자

입력 2008.06.13 11:11:00

중학교 교사 김미석씨는 일하는 엄마면서도 두 아들을 민족사관고에 보내 주위 주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출근 전, 퇴근 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두 아들을 민족사관고에 합격시킨 김씨의 교육 노하우를 들었다.
“자투리 시간 활용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노하우”

충북 충주에 사는 이동준(19)·승준군(17)은 동네에서 ‘민사고 형제’로 통한다. 지난 2005년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에 입학한 형 동준군에 이어 동생 승준군도 지난해 민사고에 들어갔기 때문.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준군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회계학부에 합격해 9월 입학을 준비하고 있고, 동생 승준군은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두 아들을 나란히 명문고에 입학시킨 엄마 김미석씨(46)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열정을 갖고 노력한 덕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씨는 현직 중학교 교사. 막내딸 하림양(11)까지 2남1녀를 둔 그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했다고 한다. 주방을 공부방으로 만들고, 자투리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동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우리집 아침시간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면서 ‘엄마 밥 짓는 것과 동준이 학습지 다섯 장 푸는 것 중 어떤 게 먼저 끝나는지 시합하자. 준비~ 땅!’ 하면 아이는 안 지려고 열심히 학습지를 풀었죠. 아이가 서둘러 문제를 풀고 있으면 남편이 옆에서 ‘어, 오늘은 동준이가 이기겠는데’하며 추임새를 넣고…(웃음). 나중에는 승준이도 시합에 참여했어요.”
김씨는 “동준이, 승준이는 공부를 엄마와 함께하는 재밌는 게임처럼 생각한 것 같다”며 ‘아침 공부’가 습관이 된 아이들은 김씨가 퇴근한 뒤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도 부엌에 들어와 나란히 식탁에 앉아 공부를 했다고 한다.
“요즘 ‘거실 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집은 그때부터 부엌을 도서관으로 활용한 셈이죠(웃음). 지금 돌아보면 그때 아이들과 함께 부엌에서 보낸 날들이 한 편의 동화처럼 느껴져요. 우리를 더 가깝게 하고, 아이들 실력도 높여준 소중한 시간이었거든요.”
하지만 김씨는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만 도움을 줬을 뿐,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일일이 체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엄마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느끼면 오히려 공부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내 역할 모델은 한석봉 어머니였다”며 “아들이 글씨를 잘 쓰는지 손 놓고 지켜보는 게 아니라 자신은 떡을 썰면서 아들에게 글쓰기를 시키는 한석봉 어머니처럼 내 일을 성실하게 함으로써 아이가 더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엄마의 일을 하고, 자식은 자식의 일을 하면서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참 아름답잖아요. 지금도 가끔 아이들이 ‘그때 엄마와 문제집 풀기 시합한 거 정말 재밌었는데’ 하는 걸 보면 제 생각이 맞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감시하는 엄마’가 아니라 ‘함께하는 엄마’를 원하죠. 엄마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요.”
김씨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잡아줄 때도 하나하나 간섭하는 대신 스스로 필요에 의해 터득하도록 했다. 학교 숙제, 준비물 챙기기, 일기쓰기, 악기 연습 등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리스트로 만든 뒤 했는지 여부를 아이들이 직접 체크하게 한 것. 그는 “일하는 엄마가 아이의 생활을 일일이 챙기는 건 어려운 일인데다, 잘못할 경우 아이에게 ‘엄마는 잔소리쟁이’라는 편견만 심어줄 수 있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주니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고쳐나갈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종이의 가로쪽에는 날짜를 적고 세로 쪽엔 학교 숙제, 학습지(수학·국어·한자), 책읽기, 악기 연습 등 해야 할 일을 적어서 벽에 붙여줬어요. 그러고는 매일 자신이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표시하도록 했죠. 그렇게 하니 일일이 쫓아다니며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생활이 점점 짜임새 있게 변해가더군요.”

‘꼭 해야 할 일’ 체크리스트 만들어 아이 스스로 지키도록 지도해
“자투리 시간 활용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노하우”

올 초 민사고를 졸업한 동준군(왼쪽에서 세번째)은 9월 미국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체크리스트의 내용은 아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 우리집에 붙어 있는 막내딸 하림이의 체크리스트에는 편식하지 않기, 잠자기 전 양치질 하기 등의 항목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상상력과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도 신경을 썼다. 김씨는 동준군이 네댓 살 때부터 매일 밤 잠자리에서 동화를 들려줬다고 한다. 처음엔 직접 책을 읽어줬지만, 나중엔 동화 테이프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는 “매일 밤 불을 끈 뒤 두 아들을 양옆에 눕히고 동화를 듣고 있으면 나 또한 동화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아 행복했다”며 “동화 듣기가 싫증나는 날은 아이들과 함께 누워 그동안 들은 동화 내용을 얘기하곤 했다”고 말했다.
“독서는 ‘의미의 재구성 과정’이라고 하는데, 동화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똑같은 동화를 듣고도 두 아이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 재미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저는 아이들과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면 늘 서로의 ‘다름’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했어요. 같은 얘기라도 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사람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얘기해줬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한 가지 동화를 듣고 나면 자연스레 가벼운 토론을 하곤 했죠. 동준이가 ‘승준아, 내 생각에는 이런 것 같은데…’ 하면 승준이가 ‘형! 그런데 형 생각은 좀 이상해. 왜냐면…’ 하는 식으로요(웃음).”
김씨는 “이렇게 매일 밤 책 내용을 듣고 토론한 덕분인지 아이들은 글씨를 배운 뒤부터 자연스레 책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도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사서 읽었고, 아이들 교육에 엄마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아빠 이훈영씨(51) 또한 “5분 이상 남는 시간이 있으면 무조건 책을 들라”고 가르칠 만큼 독서교육에 신경을 쏟았다고 한다. 이씨와 아이들 사이에는 ‘짜!’라는 암호가 있었는데 ‘자투리 독서를 하라’는 의미라고. 아이들이 대충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보일 때 이씨가 ‘짜!’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빙긋 웃으며 책을 집어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간 뒤부터는 일기도 쓰게 했어요. 일기는 현재의 자신을 점검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할 뿐 아니라 사고력과 상상력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일기를 억지로 쓰게 하면 나중에 아이들이 글쓰기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했죠. 특별히 쓸 내용이 없는 날은 그날 읽은 책에 대해 독서 일기를 쓰게 하거나 편지글 형식의 일기, 그림 일기, 자작시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쓰게 했어요.”
김씨는 “얼마 전 승준이가 유치원생 때 쓴 일기를 읽다가 ‘엄마가 우리들 책 사는 데 돈을 너무 많이 쓰시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부분을 읽고 한참 웃었다”며 “처음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일기를 쓰게 했는데, 지금은 그 일기장이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 창고가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준군이 초등학교 4학년, 승준군이 2학년 때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 2년간 공부하게 했다.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영어 실력을 쌓으려면 어린 나이에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데도 외국인과 능수능란하게 대화하는 데는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어요. 우리 아이들은 그런 불편함을 겪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며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죠. 하지만 우리말을 다 익히기도 전에 영어부터 배우면 안되겠다 싶어 적당한 시기를 골라 보냈어요.”

독서와 일기 쓰기로 사고력과 상상력 키워줘
“자투리 시간 활용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노하우”

동준군과 승준군은 어머니 덕분에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미국의 한국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홈스테이시켰다는 김씨는 “처음엔 영어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둘 다 적극적인 성격이라 금세 미국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회고했다.
“수학을 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해요. 수학시간만 되면 다른 아이들이 잘 모르는 문제를 척척 풀어내니까 다들 동준이, 승준이를 대단하게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영어도 늘어서 나중엔 미국 생활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해요.”
김씨는 처음 예정했던 2년이 지난 뒤 아이들을 귀국하게 했다. 청소년기는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귀국한 뒤에도 미국 생활 경험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학교에서 색소폰·클라리넷 등 여러 악기를 배우고 농구도 실컷 하며 즐겁게 보낸 동준군과 승준군이 ‘대학은 미국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것. 아이들은 귀국 뒤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한국에 갓 돌아왔을 때는 우리말보다 영어를 훨씬 잘했어요. 그런데 한국 학교에 들어가고 우리말만 쓰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잊기 시작하더라고요. 다시 미국에서 공부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많이 불안해했죠. 그걸 보고 남편이 ‘너희 둘만이라도 자주 영어로 대화하는 게 낫겠다’며 ‘잉!’이라는 암호를 만들었어요. 아빠가 ‘잉글리시’의 앞글자를 딴 ‘잉!’을 외치면 바로 영어로 대화를 나누라고요. 그때부터 남편이 ‘잉!’ 하고 외치면 아이들은 ‘아이씨(I see)!’ 하면서 바로 영어로 말을 바꿨어요. 그렇게 계속 영어를 쓰려고 노력했죠.”
두 아들이 민사고에 들어간 것도 ‘미국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김씨는 해외 유학반이 잘 갖춰져 있는 민사고에 진학하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미국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동준군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아이들을 민사고에 데려갔다고 한다. 마침 학교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재캠프가 열리고 있었는데 또래 아이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동준군은 “나도 민사고에 가서 미국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며 입시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민사고 입학조건은 중학교 내신 3% 이내, 경시대회 수상 실적, 토플 CBT 240점 이상 등. 동준군은 내신성적과 경시대회 수상 실적 부문은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토플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민사고 합격자의 토플 평균 성적을 보니 CBT 270점 이상이더라고요. 그런데 동준이는 2학년 2학기 때 처음 본 시험에서 220점을 받았죠. 영어를 언어로만 배웠지 따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3학년이 된 뒤에도 계속 230점대에 맴돌았어요.”
김씨는 남편과 상의해 중3 여름방학 동안 동준군을 서울에 사는 고모집으로 보내 토플 학원에 다니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준군은 한 달 만에 토플 성적을 50점 올려 280점을 받았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학원에 가서 하루 종일 듣기, 독해, 쓰기, 문법 순으로 영어만 공부한 덕분이었다. 김씨는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가끔은 학원 문닫는 시간인 12시가 넘은 것도 몰랐다고 하더라”며 “민사고에 꼭 합격하고 미국 대학에 가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준군의 입시준비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동생 승준군은 형보다 수월하게 민사고에 들어갔다고 한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신부터 토플까지 차근차근 준비를 했기 때문. 승준군은 형에 이어 미국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이러한 자녀교육 경험을 담아 ‘줄탁동시 학습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함께 알을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자녀가 성공하려면 부모와 자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김씨의 교육철학을 담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큰 꿈을 갖게 하려고 노력했고, 아이들은 엄마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이것이 바로 줄탁동시”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들이 필요한 순간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8년 6월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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